독일 신들하우저 수개월 내 폐업 위기…EU, 러시아 지원 의혹 中기업 제재 해제 검토
中, 수출허가제로 유럽 기업 공급망 정보 확보…독일 정부 정보 부족 문제도 드러나
中, 수출허가제로 유럽 기업 공급망 정보 확보…독일 정부 정보 부족 문제도 드러나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로 폐업 위기에 몰린 독일 반도체 소재기업을 구하기 위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업체 ASML의 공급망에 속한 중소기업 한 곳이 중국의 핵심 광물 공급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정책까지 영향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 수출허가제를 통해 유럽 기업의 고객과 제품 생산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확보하면서 공급망의 취약한 부분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협상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EU가 독일 신들하우저 머티리얼즈에 대한 중국의 제재 해제를 이끌어내기 위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 중국 기업에 대한 무역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제재 해제 대상으로 거론된 중국 기업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측은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中 희토류 공급 차단에 독일 중소기업 존폐 위기
독일 바이에른주에 본사를 둔 신들하우저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 필요한 정밀 제조와 특수 코팅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네덜란드 ASML의 반도체 장비 공급망에 속해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신들하우저를 포함한 유럽 기업 14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중국 상무부는 신들하우저 등 유럽 기업들이 대만과 관련된 거래를 했다는 점을 제재의 공식적인 이유로 제시했다.
문제는 신들하우저가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와 핵심 광물을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제재가 유지될 경우 신들하우저는 앞으로 수개월 안에 사업을 중단해야 할 위험에 처해 있다.
지난 7월 중국의 수출통제 명단에 포함됐을 당시 신들하우저 내부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발생했다. 제재 발표 이후 몇 주 동안 회사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연방정부와 바이에른주 정부는 즉각 지원에 나섰다.
중국 외 지역에서 대체 공급업체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기존 원자재의 재활용과 이용 가능한 자금 지원 수단도 모색했다.
EU 당국자들도 신들하우저의 상황을 파악하고 수주 동안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 EU, 러시아 지원 의혹 中기업 제재 해제 검토
EU와 중국이 논의하는 방안은 양측이 제재 명단에 올린 기업을 각각 한 곳씩 제외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신들하우저에 대한 수출통제를 해제하면 EU도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제재한 중국 기업 한 곳에 대한 무역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주 마로스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베이징을 방문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하는 과정에서 논의됐다.
양측은 수출 제한과 관련한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고 새로운 제한 조치에 대해 사전에 경고하는 방안에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EU가 제재 대상 기업을 명단에서 제외하려면 모든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가 먼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이후 중국이 신들하우저에 대한 제한을 풀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제재 맞교환이 성사되면 앞으로 유사한 무역 분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EU 내부에서는 이러한 방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 핵심 물자를 공급한 의혹을 받는 중국 기업의 제재를 해제하면서까지 유럽 기업을 구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다.
일부 당국자들은 제재 해제가 선례로 남으면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구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이번 조치로 위기를 벗어난 유럽 기업들이 중국 이외의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다시 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中, 수출허가제로 공급망 정보 확보…유럽 취약점 파악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로 중국이 유럽 산업 공급망의 취약한 부분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신들하우저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독일의 소규모 기업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 회사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공급망에 속해 있으며 중국산 희토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유럽 경제의 취약한 지점을 얼마나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1년 반 동안 핵심 광물과 희토류 수출을 관리하는 허가제도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왔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산 핵심 광물을 수입하기 위해 고객 정보와 원자재 사용 방식, 제품이 생산되는 장소, 최종 제품 사진 등을 중국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은 자국산 원자재가 어느 기업의 어떤 제품에 사용되는지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전 세계 공급망에 관한 상당한 정보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독일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중국 당국에 제출하는 상업적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이 중국에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동안 독일 정부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독일이 이러한 경제정보 부족 문제에 대응할 전략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 제재 해제해도 희토류 의존 문제는 그대로
이번 제재 맞교환 논의는 유럽이 중국산 핵심 광물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신들하우저는 중국의 수출통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제재가 실제 사업 중단 위기로 이어지자 독일 정부와 EU가 대체 공급처 확보와 외교적 해결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EU 일부 당국자들은 제재 해제만으로 근본적인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들하우저가 중국산 희토류를 다시 공급받게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다른 공급처를 확보하지 않으면 유사한 무역 갈등이 발생할 때 다시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도 안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와 중국의 무역 격차는 현재 하루 10억달러(약 1조3320억원)를 웃도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EU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 무역 갈등을 완화하는 동시에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보호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블룸버그는 신들하우저 사례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과 유럽의 공급망 취약성, 대러시아 제재 정책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독일 기업 한 곳의 생존 문제가 EU의 대중국 제재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