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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불안에 美 국채 반등…하락 베팅한 투자자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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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불안에 美 국채 반등…하락 베팅한 투자자들 긴장

10년물 금리 지난주 0.17%P 하락·나스닥100 5.5% 급락…안전자산 기능 회복 조짐
AI 투자용 회사채 발행 1조7000억달러…공매도 청산이 국채 상승폭 키울 가능성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청사.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국채가 다시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관련 기술주가 급락하는 동안 국채 가격은 상승해 최근 수개월간 무너졌던 주식과 채권의 위험 분산 효과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가격의 추가 하락에 대규모로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 위험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AI 관련 기업들의 성장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가 전통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되찾을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약 0.1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5.5% 급락했다.

국채금리와 나스닥100지수가 같은 주에 이처럼 큰 폭으로 동반 하락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2025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따라서 국채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이번 움직임은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 국채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흡수하는 전통적인 안전자산 기능을 일부 회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7개월간 금리 상승에 채권 약세…AI 기술주 급락에 흐름 반전

미국 국채는 최근 수개월 동안 주식시장의 하락 위험을 충분히 방어하지 못했다.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정부 및 기업의 대규모 차입이 국채금리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국채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7개월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며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 AI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국채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말버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에이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기능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채권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최근 국채 가격 상승이 예상 밖의 변화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특히 국채 하락에 베팅한 포지션이 과도하게 쌓여 있었다는 점이 최근 가격 반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채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면 손실을 줄이려는 투자자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국채를 다시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숏커버링은 채권 가격의 추가 상승과 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주 국채시장의 상승세에는 상품거래자문사(CTA)로 불리는 추세추종형 투자자들이 채권 선물의 약세 포지션을 정리한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지난주 초 국채 가격 하락에 극단적으로 베팅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앤스로픽 성장 둔화·코어위브 채권 급락…AI 투자 열풍에 의문

미국 국채시장의 변화는 AI 산업을 둘러싼 투자심리 악화와 맞물려 있다.

블룸버그는 “AI 기업 앤스로픽의 매출 성장세 둔화 조짐과 AI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코어위브의 채권 가격 하락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열풍은 그동안 주식시장의 기업가치를 수조달러 끌어올렸으며 미국 경제의 투자와 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도체 수요 급증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AI 관련 기업들의 성장 전망이 약화하면 반대 방향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 자산관리업체 줄리어스베어의 아폰수 보르헤스 채권 전략가는 “AI 산업이 주도하는 경기 하강이 전통적인 수요 위축 충격에 가까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투자 감소가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완화로 이어질 경우 미국 국채가 다시 효과적인 투자 위험 분산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줄리어스베어는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중기 미국 국채의 듀레이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듀레이션은 채권 가격이 금리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보르헤스 전략가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던 시기에는 미국 10년물 국채가 일관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의 스카일러 몽고메리 코닝 거시경제 전략가도 “기술산업이 투자와 경제성장, 시장의 위험 선호 및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술산업의 영향력이 광범위하게 확대된 만큼 투자 흐름이 반전될 경우 충격도 크고 폭넓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AI 열풍이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AI 관련주의 급격한 변동성이 단기간에 진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 1조7000억달러…AI 투자 둔화하면 국채에 호재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미국 채권시장 전체의 자금 수급에도 영향을 미쳐 왔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관련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투자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약 1조7000억달러(약 2263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약 29% 증가한 규모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주도하면서 국채와 회사채가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심화됐다.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에 비해 공급이 많아지면 채권 가격에는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AI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 이러한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AI 관련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와 회사채 발행을 줄이면 국채와의 자금 확보 경쟁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티시스 북미법인의 존 브릭스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이미 보유한 AI 관련 채권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면 새로운 채권을 사들이려는 의욕도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관련 회사채 발행 부담이 단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장기 미국 국채에 대한 매수세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산업이 그동안 미국 국채 약세를 부추겼지만 투자 열기가 식으면 오히려 국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 금리 인상 전망은 여전…물가 상승이 국채 반등 제약

다만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 역할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국채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는 시장 예상보다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한때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약 50%까지 높여 반영했다.

그러나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이달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통화정책이나 경제 전망에 관한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은 점도 금리 인상 전망을 약화시켰다.

워시 의장은 당시 연준이 물가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연말까지 한 차례, 2027년에 추가로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탠다드은행의 스티븐 배로 주요 10개국 통화전략 책임자는 최근 국채 가격 반등이 시장의 실제 방향을 오해하게 만드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 있으며 투자자들이 국채보다 주식 보유를 선호하는 구조적인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도 국채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지난 16일에는 러시아산 경유의 국제시장 공급 확대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합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가가 급등했다.

당시 미국 국채와 주식은 유가 상승에 반응해 동시에 약세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면 주식시장 하락에도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다.

◇10년물 금리 5.06%…AI발 위험회피 확대 여부가 관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9일 아시아 거래시간에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5.06%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국채 강세가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지, 아니면 주식시장 불안에 대응하는 안전자산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도쿄 소재 채권 전략가 루 마사히코는 워시 의장이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않는 정책 접근법을 취하면서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기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국채시장을 다르게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관련 투자자산에서 더 큰 규모의 위험회피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미국 국채가 최근 몇 년간 투자자들이 기대했지만 얻지 못했던 위험 분산 효과를 제공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국채 반등이 AI 투자 열풍의 변화와 미국 채권시장 수급, 연준의 금리정책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AI 관련주 약세가 확대되면 국채 공매도 청산과 안전자산 매수가 채권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압력이 다시 강해질 경우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