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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무기에 갇힌 카타르, 아시아와 손잡고 홀로서기 나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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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무기에 갇힌 카타르, 아시아와 손잡고 홀로서기 나선 까닭

- 전투기·군함 싹쓸이 수입 뒤 닥친 유지보수 위기에 자체 방산 기지 착수
- 바르잔, 이탈리아·프랑스와 손잡고 레이더·대구경 탄약 자체 생산 가동
- 한국 풍산과 동남아 공장 합작… 기술 통제와 협소한 내수 극복이 관건
카타르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셰이크 사우드 빈 압둘라흐만 빈 하산 빈 알리 알 타니가 2026년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IISS 샹그릴라 대화 안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카타르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셰이크 사우드 빈 압둘라흐만 빈 하산 빈 알리 알 타니가 2026년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IISS 샹그릴라 대화 안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카타르 국방담당 국무장관 겸 부총리 셰이크 사우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는 2026년 10월 19일 자국 방산 제조 거점 설립 계획을 발표할 채비를 갖추며 세계 4위 수준인 무기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국적 생산망 구축에 나섰다.

중동 전문 매체 룬포스트는 10월 21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신설 거점이 지역 파트너 1곳과 미국, 영국, 프랑스 기업을 묶어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 방어 기술을 자국 영토 안으로 들여오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걸프 해역 군사 충돌로 안보와 수송로에 타격을 입은 뒤 나온 대응책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합작 법인을 추진 중인 풍산을 비롯한 한국 방산 기업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06% 치솟은 무기 수입과 공급망 종속의 그늘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2026년 3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는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세계 주요 무기 수입량의 6.4%를 차지하며 우크라이나,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수입국 4위에 올랐다. 직전 5년과 견줘 수입 규모가 106% 뛰었다. 같은 기간 중동 전체 무기 수입이 13% 줄어든 흐름과 대조를 이룬다.

특정 국가 편중 현상도 뚜렷하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카타르가 들여온 주요 무기 가운데 미국산 비중은 48%에 달했다. 이탈리아가 21%, 영국이 17%로 뒤를 이었다. 5년 동안 사들인 전투기만 100대에 이른다. 미국산 48대, 영국산 33대, 프랑스산 13대, 이탈리아산 6대 순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대형 군함 5척도 넘겨받았다. 카타르 한 나라가 같은 기간 미국 전체 무기 수출량의 7.4%를 받아냈다.

카타르 공군은 미국 보잉의 F-15QA, 프랑스 다소 아비아시옹의 라팔, 유럽 컨소시엄의 타이푼이 나눠 맡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016년 11월 F-15QA 최대 72대와 장비, 훈련 용역을 묶어 211억 달러(약 27조 9997억 원)를 수출 승인 한도로 정했다.

카타르는 2015년 5월 라팔 24대를 63억 유로(약 9조 3771억 원)에 계약했고, 2017년 12월 12대를 더 얹어 36대를 채웠다. 영국과는 2018년 9월 타이푼 24대와 호크 훈련기 9대를 도입하는 데 약 50억 파운드(약 8조 8892억 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해상과 지상 무기도 사정은 같다. 2016년 6월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와 초계함 등 군함 7척 건조 계약을 40억 유로(약 5조 9537억 원)에 맺었다. 지상군용으로는 독일 레오파르트 전차 62대와 자주포를 18억 9000만 유로(약 2조 8131억 원)에 사들였다.
여러 나라에서 최신 장비를 한꺼번에 사들인 탓에, 부품 조달과 정비망이 해외 제조사 손에 묶이는 부작용이 깊어졌다.

바르잔 홀딩스가 넓히는 생산 영토


카타르는 해외 종속을 끊어내기 위해 2016년 국방부 산하 상업 지주사로 바르잔 홀딩스를 설립하고 2018년 3월 공식 가동했다. 바르잔 홀딩스가 100% 출자한 바루드 공장은 9밀리미터, 5.56밀리미터 등 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 소구경 탄약을 자체 생산한다. 반면 저격총용 탄약과 전차포탄 같은 중·대구경 화력 자산은 여전히 해외 조달에 기대고 있다.

기술 확보를 위한 해외 합작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10월 바르잔 홀딩스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1억 유로(약 1488억 원) 규모 협약을 맺고 오메가 360 레이더 40기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아흐메드 알리 알 쿠와리 최고기술책임자는 이 레이더가 12킬로미터 밖에서 소형 드론을 잡아낸다고 설명했다. 2026년 1월에는 프랑스 KNDS와 중·대구경 탄약 생산 의향서를 맺었고, 튀르키예 MKE와는 폭발물 합작사를 추진했다. 아랍에미리트 방산 기업 EDGE와도 미사일·무인기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손을 잡았다.

해외 수주 실적도 나왔다. 카타르통신사는 2026년 1월 20일 바르잔 홀딩스가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80억 카타르 리얄(약 2조 9131억 원) 규모 조달 계약을 맺었다고 알렸다. 싱가포르 에스티엔지니어링(ST Engineering)과는 15억 리얄(약 5462억 원) 규모 정비 계약을 체결했다. 튀르키예 조선사 타이스(TAIS)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군함 2척을 만들어 대주는 사업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3270억 원)에 달한다.

한국 가치사슬 접점과 넘어야 할 벽


카타르의 방산 현지화 전략은 한국 방위산업 현장과 실질적인 협력 통로로 이어져 있다.

카타르통신사 발표에 따르면 바르잔 홀딩스는 2026년 1월 20일 한국 풍산, 인도네시아 레푸블리코르프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현지에 탄약 공장을 세우는 3자 협약을 맺었다.

카타르의 투자 자본과 아시아 거점 생산 역량이 맞물려 동남아 공급 기지를 구축하는 구조다. 카타르가 자국 거점을 통해 탄약 자립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풍산 등 한국 기업과 추가적인 협력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걸프 이웃 국가들의 경험은 만만찮은 장벽을 일러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사례가 증명하듯,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엄격한 무기 기술 수출 통제와 현지 연구 인력 부족은 사업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이다. 인구가 적은 카타르 특유의 협소한 내수 시장도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는 데 부담을 준다.

카타르가 준비하는 새 방산 거점의 성패는 단순 조립을 넘어 부품 제조 기술을 얼마나 이전받고 독자 정비 권한을 확보하느냐에 좌우된다. 현지 생산 물량을 소화해 줄 안정적인 해외 판로를 뚫지 못하거나 선진국의 기술 통제가 길어질 경우, 카타르가 그리는 방산 독자 생태계는 구호에 그칠 위험을 안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