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룰라는 1945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여덟 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공교롭게도 오늘 27일은 그의 81번째 생일이다. 일곱 살 무렵 어머니를 따라 트럭 짐칸에 실려 상파울루로 이주했고, 구두닦이와 행상으로 생계를 거들었다. 정규 교육은 초등학교 수준에 그쳤다. 10대에 금속공장 선반공이 됐으나 열아홉 살 때 작업 중 사고로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첫 아내는 임신 중 병을 얻었으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가난과 산업재해, 의료 불평등을 몸으로 겪은 경험이 그를 노동운동으로 이끌었다.
1970년대 말 그는 상파울루 ABC 공단의 금속노조 위원장으로서 군사정권에 맞선 대규모 파업을 이끌며 전국적 인물로 떠올랐다. 1980년 노동자당(PT)을 창당했다. 1989년부터 세 차례 대선에서 연거푸 낙선했고, 2002년 네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대통령에 올랐다. 2003~2010년 두 차례 임기 동안 빈곤층 현금 지원 제도인 '보우사 파밀리아'를 앞세워 수천만 명을 빈곤에서 끌어올렸다. 퇴임 당시 지지율은 80%를 넘었다.
추락도 극적이었다. 대규모 부패 수사 '라바자투'로 유죄 판결을 받아 2018년부터 580일간 수감됐다. 2021년 연방대법원이 재판 관할과 수사 공정성 문제를 들어 판결을 무효화하면서 그는 정치적 생명을 되찾았다. 2022년 대선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을 50.9% 대 49.1%로 꺾고 12년 만에 대통령궁에 복귀했다. 3기 정부의 성적표는 엇갈린다. 2023~2024년 연평균 3% 안팎의 성장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생활비 급등과 재정 악화로 지지율은 50%를 밑돌았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결선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 플라비우 상원의원을 누르고 통산 4선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시장이 무너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첫째는 재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브라질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이를 것으로 본다. 공공부채 비율은 83% 안팎으로 신흥국 가운데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출 확대 공약은 국채 발행 증가와 국가 신용위험 상승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둘째는 금리다. 재정이 풀리면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 기준금리는 이미 13.75%에 이른다. 빚을 내 사업을 꾸려 온 소매·렌터카·물류·인프라 기업들이 가장 크게 무너진 것은 이자 부담이 곧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융주 폭락 역시 부실채권 증가와 보유 국채의 평가손실 우려를 반영한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2036년 만기 달러표시 국채 수익률이 하루 새 6.72%에서 6.94%로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는 기대의 붕괴다.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 후보가 친기업 공약을 앞세워 1위를 차지하자, 시장은 정권 교체와 재정 건전화를 미리 가격에 반영했다. 올해 헤알화가 달러 대비 10% 오르고 증시가 달러 기준 38% 뛴 배경이다. 결선 결과는 이 베팅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따라서 이번 폭락의 상당 부분은 룰라에 대한 공포 그 자체라기보다 빗나간 베팅이 한꺼번에 청산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관 일색으로 볼 일은 아니다. 2002년 첫 당선 때도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헤알화가 폭락하고 국가부도 우려까지 번졌다. 그러나 룰라는 정통파 경제팀을 기용하고 재정흑자 목표를 지키며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웠다. 당선 직전 발표한 '브라질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계약 존중과 물가 안정을 약속했고, 취임 후에는 시장 친화적 인사를 중앙은행 총재에 앉혔다. 그 결과 재임 기간 브라질은 원자재 호황과 맞물려 투자등급 국가로 올라섰다. 그는 이념가이기 이전에 협상가였다. 게다가 현재 의회 양원은 보수 정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대규모 지출 공약이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렵다. 다만 고령의 대통령이 사실상 마지막 임기에서 자신의 유산을 남기기 위해 과감한 지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