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직후 여권 제출 명령에 측근들 "체포 두려워 출국"
트럼프 행정부 입국 허용·동생의 미국 체류도 배경…망명 여부는 미확인
트럼프 행정부 입국 허용·동생의 미국 체류도 배경…망명 여부는 미확인
이미지 확대보기브라질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사법당국의 출국 제한 조치에도 나라를 떠난 배경에는 체포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는 측근들의 증언이 나왔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자금세탁과 외환 관련 위법행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왔으며 대선 패배 직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여권 제출 명령을 받았다. 측근들은 이같은 조치가 실제 체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출국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피신처로 선택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우소나루 의원과 가족들의 입국을 허용할 방침을 밝혔고 미국에 거주하는 동생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가 앞서 형에게 대선 패배 시 출국을 권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CNN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의원의 측근들을 인용해 그가 체포 가능성을 우려해 가족과 함께 브라질을 떠났다고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NN 브라질은 “체포에 대한 두려움과 미국 정부의 체류 허용 가능성이 출국 결정의 주요 배경”이라고 전했다.
◇대선 패배 직후 여권 제출 명령…체포 가능성 우려
보우소나루 의원이 브라질을 떠난 배경에는 지난 25일 실시된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와 그 직후 내려진 사법 조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여권 제출 명령을 받았다.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연방대법관은 26일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24시간 안에 여권을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그가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브라질 연방경찰이 판단한데 따른 조치였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당시 자금세탁과 외환 관련 위법행위 등으로 복수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한 수사는 부친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다크 호스' 제작자금과 관련돼 있다.
다른 수사는 변호사 윌레르 토마스와 관련된 자금세탁 및 외환 관련 의혹을 다루고 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불법행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CNN 브라질에 따르면 측근들은 여권 제출 명령이 실제 체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보우소나루 의원이 출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국 당시 그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는 아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여권 제출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해외로 이동한 행위가 향후 구속을 위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은 이미 내려진 체포 명령을 피한 것이라기보다 향후 체포될 가능성을 우려한 행동이라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2027년 2월 상원의원 임기 종료…사법적 부담도 변수
보우소나루 의원이 처한 사법적 상황에는 상원의원 임기 종료 문제도 있다.
CNN 브라질에 따르면 그는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면 24년 만에 처음으로 의회에서 선출직 공직을 맡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상원의원 신분에서 누려온 특별한 사법적 지위에도 변화가 생긴다.
현재 연방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수사가 임기 종료 후 어느 법원에서 계속될지는 사건의 성격과 법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의원직 상실이 곧바로 체포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우소나루 의원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사법적 위험을 예상했는지는 본인의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아 확인되지 않았다.
CNN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출국하지 말라고 조언한 측근들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브라질에 남아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정치적·사법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측근은 대선 직후 야권 후보가 체포될 경우 오히려 룰라 정부의 국제적 이미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의원은 이같은 조언에도 브라질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왜 하필 미국인가…트럼프의 입국 허용과 동생의 권유
보우소나루 의원이 미국을 목적지로 선택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와 보우소나루 가문의 관계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우소나루 의원과 가족들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의원의 미국 입국을 승인했다고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여권 제출 기한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우소나루 의원의 측근들은 미국 정부가 정치적 망명 가능성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실제로 망명을 허가했다는 공식 확인은 없다. 비자 발급이나 입국 허용은 정치적 망명 승인과는 별개의 절차다.
미국에는 보우소나루 의원의 동생 에두아르두도 거주하고 있다. 에두아르두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활동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브라질판 트럼프’로 불린 부친 자이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원을 요청해왔다.
그는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형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브라질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에두아르두는 이달 미국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형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출국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입국 허용과 동생의 현지 체류는 보우소나루 의원이 미국을 피신처로 고려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다만 보우소나루 의원이 이 두 가지를 미국행의 결정적 이유로 직접 설명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시민권도 보유…여권 무효화와 별개 문제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을 둘러싼 또 다른 의문은 브라질 당국이 여권 제출을 명령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외로 이동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CNN 브라질에 따르면 그는 2023년부터 이탈리아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여권과 별도로 이탈리아 여권을 이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보우소나루 의원이 기한 내 여권을 제출하지 않자 일반여권과 외교관여권을 무효화했다.
그러나 브라질 당국이 이탈리아 정부에서 발급한 여권까지 직접 무효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우소나루 의원이 실제로 이탈리아 여권을 사용해 출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시민권 보유 사실은 출국 과정에서 이용 가능한 여행 서류가 있었을 가능성을 설명하지만 실제 이동 수단과 경로를 확정하는 근거는 아니다.
◇출국 전날 "나라 떠날 생각 없다"…측근들도 결정에 놀라
보우소나루 의원은 출국을 앞두고 공개적으로는 브라질에 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6일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에서 "나라를 떠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여권을 제출하고 자신을 위협하려는 부당한 조치에 맞서 방어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음 날 그는 여권 제출 기한을 지키지 않았고 측근들은 그가 가족과 함께 브라질을 떠났다고 언론에 밝혔다.
출국 결정은 일부 핵심 선거 참모들에게도 사전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운동 책임자였던 호제리우 마리뉴 상원의원은 보우소나루 의원이 약 6000만표를 얻은 만큼 앞으로 야권 지도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논의를 전날까지 진행했다며 출국 소식에 놀랐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의원이 브라질에 남아 정치적 반대세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체포를 우려한 출국 결정으로 그의 정치적 활동 기반에도 불확실성이 생겼다.
CNN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의원의 부재가 대선 패배 이후 보수 진영의 재편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부친도 대선 패배 후 미국행…사법 대응에는 오히려 불리할 수도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은 부친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행보와도 비교되고 있다.
자이르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미국으로 이동해 한동안 체류했다. 이후 브라질로 돌아왔으나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가문을 오랫동안 지지해왔으며 자이르 전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 사법당국의 조치를 정치적 박해로 비판해왔다.
그러나 플라비우 의원의 미국행이 사법적 위험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 법률 전문가들은 여권 제출 명령 불이행과 해외 이동이 오히려 구속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의 루이자 페헤이라 법학 교수는 “여권을 제출하지 않고 실제로 도주를 시도했다면 예방적 구속을 정당화하는 요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조제 파이스 네투도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이 법률적 방어 측면에서는 매우 불리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 체류하더라도 브라질에서 진행 중인 수사는 계속될 수 있다.
향후 신병 확보나 송환을 위한 절차가 추진될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 조치에는 별도의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을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체포를 두려워했다는 측근들의 증언이다.
미국을 선택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 허용 방침과 현지에 거주하는 동생의 존재, 보우소나루 가문과 미국 보수 진영의 정치적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의원이 직접 밝힌 출국 이유와 미국 내 장기 체류 또는 망명 계획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CNN 브라질은 체포 우려가 출국을 촉발했지만 그 결정이 오히려 보우소나루 의원의 사법적 위험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