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미국 정부, 여권 제출 시한 전 도피 가능성 인지"…룰라 "부끄러운 일" 비판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미국 입국을 직접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브라질 사법당국이 자금세탁 의혹 등으로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을 제한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사전에 그의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보우소나루 의원이 여권 제출 명령을 이행해야 하는 시한을 알고 있었으며 그와 가족들에게 입국 비자를 발급할 방침을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 나라를 떠난 보우소나루 의원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의원의 미국 입국을 승인했으며 미 행정부 관계자들이 브라질 사법당국의 여권 제출 명령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트럼프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브라질 일간 오글로부를 인용해 보우소나루 의원이 27일 미국 마이애미에 도착했으며 동생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가 그를 맞이했다고 이날 전했다.
◇트럼프 직접 입국 승인…미국 정부, 여권 제출 시한 사전 인지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 고문은 보우소나루 의원이 대선 패배 후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26일 이미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여권 제출까지 약 24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 2명도 CNN과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 의원과 가족들에게 미국 입국 비자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의원이 브라질 출국 전에 직접 전화 통화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입국을 허용한 이유와 구체적인 비자 종류도 공개되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지난 25일 실시된 브라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그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으로 부친이 구축한 보수 정치세력을 기반으로 대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결선투표에서 약 440만표 차이로 승리하면서 보우소나루 가문의 정권 복귀는 무산됐다.
보우소나루 의원의 미국행은 대선 패배 직후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출국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됐다.
◇여권 제출 거부 뒤 무효화…미국 도착 경로는 여전히 불분명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26일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24시간 이내에 여권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당국은 보우소나루 의원이 해외로 도피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경찰로부터 출국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직접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26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영상에서 브라질을 떠날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한 내 여권을 제출하지 않았고 이후 브라질 연방경찰이 그의 여권을 무효화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CNN은 보우소나루 의원이 미국에 도착했다고 상황을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확인했다.
이와 달리 블룸버그는 브라질 일간 오글로부를 인용해 마이애미 도착 사실을 보도했다.
출국 경로를 둘러싼 의문도 남아 있다.
앞서 아르헨티나 언론 인포바에는 보우소나루 의원이 아르헨티나를 거쳐 미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보우소나루 의원의 입국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브라질 연방경찰도 그의 정상적인 출국 기록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이 접촉한 보우소나루 의원 측근은 그가 브라질에서 체포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가 브라질을 떠날 당시 발부된 체포영장은 없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여권 제출 명령을 따르지 않은 행위 자체가 향후 체포영장 발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룰라 "부끄러운 일"…보우소나루 가문 공개 비판
룰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알자지라는 룰라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의원의 브라질 출국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27일 지지자들에게 보우소나루 의원이 나라를 떠나는 대신 브라질에 남아 법정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다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보우소나루 가문은 원래 그렇다. 그들에게 브라질은 두 번째 조국이고 첫 번째 조국은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의 동생 에두아르두는 지난해부터 미국에 거주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부친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CNN은 미국으로 떠난 플라비우 의원이 에두아르두를 비롯해 미국에 체류 중인 브라질 보수 진영 인사들과 합류하게 됐다고 전했다.
에두아르두는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형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브라질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27일에는 형이 도피했다는 소문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플라비우 의원의 출국은 소속 자유당에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운동 책임자인 호제리우 마리뉴는 보우소나루 의원이 약 6000만표를 얻은 만큼 야권 지도자로서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는 논의를 전날까지 진행했다며 그의 출국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금세탁·부패 의혹 수사…방코 마스터 사건도 연루
보우소나루 의원은 현재 브라질 사법당국으로부터 부패와 자금세탁, 외환 관련 위법행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CNN에 따르면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는 불법 온라인 도박 플랫폼과 관련된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부친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다크 호스'의 제작자금과 관련돼 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해당 영화의 자금 일부가 대규모 금융사기 사건의 중심에 있는 방코 마스터와 연결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방코 마스터는 2025년 약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 규모의 폰지사기와 유사한 금융사기 사건에 연루된 금융기관으로 CNN은 설명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불법행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수사는 대선자금 문제로도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플라비우 지누 브라질 연방대법관은 27일 보우소나루 의원의 대선 캠페인에 불법적인 해외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조사하라고 연방당국에 명령했다.
수사 대상 의혹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연계된 단체의 자금 지원 가능성도 포함됐다.
다만 지누 대법관은 수사 명령 자체가 불법 해외 자금 유입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 측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부친과 닮은 미국행…트럼프·룰라 외교 갈등 가능성
플라비우 의원의 미국행은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미국으로 떠났던 부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행보와도 비교되고 있다.
‘브라질판 트럼프’로도 불렸던 극우성향의 자이르 전 대통령은 당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이동해 약 3개월 동안 체류했다.
이후 브라질로 귀국했으나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와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았다.
플라비우 의원 역시 이번 대선 패배 직후 투표시간 연장 조치를 문제 삼으며 선거 결과 무효화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6일 계획을 철회했고 자유당도 룰라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했다.
자유당 대표인 발데마르 코스타 네투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제기된 문제들은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보우소나루 가문을 지지해왔다.
지난해에는 자이르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 문제와 관련해 브라질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텍사스에서 브라질 선거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보우소나루 가문 지원과 브라질 사법절차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비판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플라비우 의원의 미국 입국을 직접 승인했다는 CNN 보도가 나오면서 양국 관계에 새로운 갈등 요인이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브라질 당국이 여권 제출 명령 불이행과 자금세탁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보우소나루 의원의 체류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주목된다.
미국 정부가 그의 입국을 허용한 사실과 별개로 정치적 망명 여부나 체류 자격에 관한 구체적인 결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 제한 조치가 브라질 정부 내부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룰라 행정부는 대선 이후 정치적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통합에 집중하기를 원했지만 사법당국의 조치와 보우소나루 의원의 미국행이 정치적 대립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CNN이 보도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국 승인 과정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이번 사태는 브라질 국내의 선거·사법 논쟁을 넘어 미국과 브라질 사이의 외교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