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소형 가솔린 특혜 폐지"… 印 배출가스 기준 강화에 '시장 40% 장악' 스즈키 비상

글로벌이코노믹

"소형 가솔린 특혜 폐지"… 印 배출가스 기준 강화에 '시장 40% 장악' 스즈키 비상

인도 정부, 내년 4월 'CAFE III' 시행… 909㎏ 이하 소형차 탄소 배출 감면 조항 철회
스즈키 점유율 95% 소형차 시장에 직격탄… 타타 등 로컬 완성차 반발에 특혜 무산
전기차 전환 지연 속 알토·왜건R 전동화 원가 부담… "가격 민감한 엔트리 고객 이탈 우려"
스즈키 모터 코퍼레이션의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즈키 모터 코퍼레이션의 로고. 사진=로이터
인도 승용차 시장의 40%를 장악하며 독보적인 1위를 지켜온 일본 스즈키 모터(Suzuki Motor)의 '소형 가솔린차 중심 전략'이 인도 정부의 강력한 배출가스 및 연비 규제 드라이브에 부딪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인도 환경 당국이 내년 4월부터 한층 엄격해진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전면 도입하면서, 당초 스즈키에 유리하게 검토되던 초경량 소형 가솔린차에 대한 탄소 배출 감면 특혜 조항을 현지 경쟁사들의 거센 반발 끝에 전격 폐지했기 때문이다.

전기차(EV) 전환이 경쟁사 대비 늦은 스즈키로서는 주력 수익원인 알토(Alto)와 왜건R(Wagon R) 등 초저가 가솔린 모델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가혹해진 환경 기준을 맞춰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10월 29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오는 4월부터 '기업 평균 연비 기준 3단계(CAFE III)'를 전격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인도 내 모든 완성차 제조사들은 2031 회계연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상향되는 연료 소비 및 탄소 배출량 상한선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909㎏ 이하 배출량 3g 차감' 초안 무산… "스즈키 단독 특혜" 로컬 반발


새로운 CAFE III 규정은 전기차와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대폭 우대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스즈키는 정책 입안 과정에서 자체 경쟁력이 높은 소형 가솔린 내연기관차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 프레임워크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공개된 규정 초안에는 공차중량 909㎏ 이하의 경량 차량에 대해 주행거리 1㎞당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실제보다 3g 적은 것으로 간주해 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타타 모터스(Tata Motors), 마힌드라(Mahindra) 등 인도 토종 완성차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최종 폐지됐다.

스즈키가 인도 소형차 세그먼트의 95%를 독점하고 있는 구조에서 해당 감면 조항은 사실상 '스즈키만을 위한 노골적인 맞춤형 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가 지난달 최종 확정한 CAFE III 확정안에서 소형차 혜택이 완전히 백지화되자, 스즈키의 현지 합작법인인 마루티 스즈키 인디아(Maruti Suzuki India)는 겉으로는 "새 규정이 R&D와 기술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며 당국의 방침을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소형 가솔린차의 마진 축소와 전략 수정 압박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저가 전기차 전환 시 '가격 경쟁력' 타격… "가격 민감한 서민층 이탈 위험"


스즈키는 현재 인도에서 19종의 라인업을 운영 중이며, 주력 모델인 알토는 시작 가격이 약 37만 루피(약 3,900달러·약 540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한다. 소형 가솔린차는 수천만 명의 인도 중산층과 청년층을 처음으로 자가용 오너로 유입시키는 핵심 관문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이들 차량을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차로 개조할 경우 배터리 원가로 인해 판매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모빌리티 글로벌(Mobility Global)의 가와노 요시아키 애널리스트는 "인도의 엔트리급 소형차 구매자들은 몇만 루피의 가격 인상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전동화 비용이 차량 가격에 반영되는 순간 스즈키의 최대 무기였던 대량 판매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즈키의 늑장 전기차 대응도 발목을 잡고 있다. 스즈키는 올해 2월에야 첫 순수 배터리 전기차 모델인 'e 비타라(e Vitara)'를 인도 시장에 선보였을 정도로 전동화 속도가 더뎠다.

도카이 도쿄 정보연구소의 스기우라 세이지 수석분석가는 "인도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스즈키는 점차 '부모님이 타던 낡은 가솔린차'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이번 환경 규제 강화 충격을 계기로 첨단 친환경 모빌리티 브랜드로의 쇄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석유 수입 90% 의존하는 인도… "비용 전가 없는 연비 달성이 생존 열쇠"


인도 정부가 연비 및 배출가스 규제의 고삐를 죄는 근본적인 배경은 취약한 에너지 안보에 있다.

인도는 국가 원유 소비량의 9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변동과 외환 유출을 억제하고 대기 오염을 완화하기 위해 2017년부터 기업 평균 연비 제도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인도는 장기적으로 2070년까지 넷제로(탄소 중립)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다만 인도의 가파른 경제 성장세가 규제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KPMG 컨설팅의 도도로키 히카리 파트너는 "유럽의 초강력 배출가스 규제 속에서도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며 "인도 자동차 시장 자체가 소득 증대로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전체적인 수요 확대가 규제로 인한 마진 압박을 일정 부분 흡수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즈키의 한 고위 임원은 닛케이 아시아에 "환경 기준을 맞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흥국 인도에서 서민 소비자의 구매력을 훼손하지 않고 제조 원가를 통제하는 것이 가장 까다로운 방정식"이라며 "차량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면서 연비 혁신을 이뤄내는 기술 역량이 스즈키의 인도 왕좌 수성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