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의사결정 대리인)이 필요한지 따지기 위한 정신 감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영상을 통해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본어 웹사이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는 '롯데 창업자 신격호의 긴 인터뷰'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인터뷰에는 모두 12가지 질문과 답변이 담겼다. 영상 속 신 총괄회장은 탁자 맞은 편에 앉아 인터뷰에 응했다.
첫 번째 질문으로 "경영권문제로 롯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롯데홀딩스(롯데그룹 지주회사격) 후계자에 관한 생각을 들려주십시요"라는 질문에 신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가 후계자이고 이건 일본, 한국 마찬가지 아닌가. 이것이 상식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신용이 없어지게 된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 온 계기에 대해 신 총괄회장은 "소학교 때 '킹'이라는 일본 잡지가 나와 읽었고, 일본 소설에는 일본 얘기가 많이 나와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110엔을 모아 일본에 왔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질문으로 "일본에 오자마자 수년 뒤 일본이 패전하고 대단히 힘들지 않았나. 왜 (사업 아이템으로) 껌을 만들려고 생각했나"라고 하자 신 총괄회장은 "미군이 껌을 일본 아이들에게 주면 10~30여명이 몰려가 받고 즐거워했다. 그런 시절이 10년정도 지속됐고 이 모습에 흥미를 가지고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껌 개발 과정에 관해서는 "미국 껌을 사서 분석하고 흉내를 냈다. 기술을 가져온 게 아니라 롯데가 연구해서 일본인을 위한 껌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은 인터뷰에서 창업 이후 '모두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원료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금까지 수 차례 위임장과 편집된 동영상 등을 통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는 결국 여동생이 신 총괄회장의 의사 결정을 대리할 '성년후견인' 지정을 법원에 요청할 만큼 논란거리가 됐다. 지난 3일 열린 첫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심리에 신 총괄회장이 직접 출석해 진술했음에도 결국 정밀 정신감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나인 기자 silk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