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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과 루마니아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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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과 루마니아 이제 '다시' 시작이다

최성국 Noerr Finance & Tax SRL 이사




최근 며칠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국가, 루마니아와의 백신교류 소식이 국내의 다양한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당시, 루마니아는 서유럽에 의존하던 공급망이 막혀 국가적인 의료위기 상황에 빠져있었고, 당시 우리나라가 긴급 수송기를 통해 방호복 등 다양한 방역물품을 루마니아에 전달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마움을 잊지 않은 루마니아가 현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국과의 백신교류로 보답한 것이다. 여전히 백신접종률이 낮고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은 루마니아 내에서도 이는 과감하고 이례적인 정치적 결정이었으며 덕분에 루마니아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다 더 친숙한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어쩌면 루마니아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은 이미 이전부터 동아시아 국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국가이며, 매우 친숙한 국가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과 루마니아와의 협력관계는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초 루마니아가 시민혁명을 통해 공산국가를 탈피하고 자본주의 국가로서 세계에 발을 내딛을 무렵, 이곳은 아직 외국자본의 투자나 진출이 많지 않은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정치적 불안정성이 아직 가시지 않은 곳에서 어떤 기업도 쉽게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정한 시기에 그 당시 한국에서 ‘세계경영’을 기치로 과감하게 세계시장을 장악하던 ‘대우’의 레이더망은 이미 루마니아를 향하고 있었다. 곧 대우의 對루마니아 투자가 결정되었고, 1995년 대우 자동차 공장 설립을 비롯해 1997년 대우 중공업의 망갈리아 조선소 인수 등 활발한 투자를 벌이며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수익창출이라는 윈-윈 모델을 가져갔다. 이후 대한민국의 대기업 ‘대우’ 뿐 아니라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또한 현지 국영기업 인수를 통해 對루마니아 투자진출을 가속화하였다. 루마니아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전히 대우 자동차의 마티즈와 대우 가전제품 등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비록 루마니아 젊은이들에게 현재 친숙한 한국 기업은 삼성, 엘지, 현대 일지 모르지만 꽤 나이가 있는 루마니아인들은 모두 대우라는 기업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비록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루마니아라는 나라가 조금 낯설지 몰라도 루마니아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위에 언급한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과거와 함께 한국과 루마니아는 함께 성장해왔고, 이제 양국은 현재를 보고 다시 미래를 설계해나가야 할 때이다. 현재 루마니아는 한국 대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가전전자제품, 자동차 등이 활발하게 판매주가를 올리고 있고, K-pop, K-drama 등 문화적 영향력 또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루마니아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가전제품은 어느새 고품질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과 신뢰도가 쌓여져 갔고,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 또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루마니아 내 수도 부쿠레슈티와 주요도시 클루즈 나포카 내 주요 대학에는 한국어과가 따로 개설되어 있으며 여러 젊은 학생들에게 한국은 이미 경제적 문화적 선망의 나라가 되었다. 무심코 현지 내 상점이나 쇼핑몰을 들어갔을 때 BTS 노래가 흘러나오고 먼저 한국말로 말을 걸어오는 루마니아 사람을 만날 때면 위 같은 현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미 한국과 루마니아는 물리적 거리를 떠나, 과거 다양한 한국기업의 선제적 투자활동과 현재의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넘어선 백신 교류를 통해 더욱 가까운 나라가 되었을지 모른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 EU 내 6번째 높은 인구수,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유럽의 생산공장 등 우리가 루마니아를 주목해야할 이유는 많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위의 조건보다 더욱 중요한 루마니아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 미래의 협력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보다 많은 대한민국 기업, 국민들의 루마니아에 대한 관심과 협력의지일 것이다. 양국 사이에는 지동차, 의료용품, 소비재, 전자제품, 현지 공공 프로젝트 참여 등 협업할 수 있는 분야가 너무도 많다. 이제 대한민국이 서유럽에서 눈을 돌려 동유럽기회의 땅 루마니아를 주목하기 시작한다면 양국관계는 과거, 현재보다 미래에 더욱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