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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빈자리 틈타 '중국 굴기'…화웨이·오포·비보 판매량 삼성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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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빈자리 틈타 '중국 굴기'…화웨이·오포·비보 판매량 삼성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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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 DB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중국 스마트폰이 갤럭시노트7 사태로 휘청대는 삼성전자를 바짝 따라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후 노트7 발화 문제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금이 간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의 스마트폰 ‘3강’에게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7250만대로 7700만대였던 2분기보다 400만대 이상 줄어들었다. 당초 애플이 삼성의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했지만 물량 부족으로 판매량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화웨이(Huawei)·오포(Oppo)·비보(Vivo) 등 중국 업체는 글로벌 1, 2위가 고전하고 있는 새 추격전을 벌이며 올 3분기 판매량 면에서 삼성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장한 중국의 정보기술(IT)·전자업체들이 삼성과 애플을 제친 셈이다.

문제는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마저도 중국 토종 업체들에 밀려 지난 3분기 중화권 시장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급락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한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글로벌 매출 확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오포·비보 연대 삼성·애플 따돌려
오포와 비보는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 16.2%, 13.2%로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 동기 7%대 점유율을 보였던 이들 회사를 단숨에 글로벌 상위로 끌어올린 것은 중국 IT·유통전문기업 BBK그룹(步步高).

유통 사업으로 시작해 비디오와 오디오 기기 등을 생산해온 BBK그룹이 스마트폰 제조사로 변신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2011년 BBK그룹은 ‘비보’는 프리미엄 시장, ‘오포’는 중저가 시장이라는 전략을 세우고 세력을 키워왔다.

단시간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는 업체로 부상한 이유로는 음향 성능을 높이고 슈퍼주니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송중기 등 유명인을 모델로 기용한 것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전지현이 OPPO의 휴대폰 모델 신규 광고 계약을 맺어 주목 받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전년 동기 점유율 1위였던 샤오미(9.5%)를 제치고 현재 1위인 화웨이(17.2%) 실적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홍콩 시장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 마켓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업체별 출하량 순위에서 오포는 16.6%, 비보도 16.2%로 선두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즉 BBK그룹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새로운 마켓 리더가 된 셈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013년까지는 약 20%의 점유율로 세계 시장을 잠식했던 삼성이 2014년에는 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공략한 샤오미에 선두 자리를 뺏기고 같은 해 말에는 애플의 아이폰6 상륙으로 5위권으로 밀려났다”며 “‘스마트폰=삼성’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고 분석했다.

◇ 인도 시장 놓고 中연합군·삼성·애플 승부
13억 인구가 무기인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20%의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과 함께 2강으로 존재감을 키워온 삼성의 갤노트7 사태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타격 영향은 내년 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오포와 비보는 이 틈새를 공략해 인도 시장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분기 29%에서 2분기 25.6%로 하락했고, 3분기에는 22.6%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연합군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1%에서 27%, 32%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 제품을 선호했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중국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중국 시장에서 오포와 비보에 뒤처진 화웨이나 샤오미가 인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인도에서 중국 스마트폰의 약진을 멈추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인도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9월 인도를 직접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엔 애플이 삼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도 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한 애플이 인도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애플이 인도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어 삼성의 시장 지배력 유지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삼성전자, 갤럭시S8로 반격
삼성전자는 위축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최첨단 무기를 준비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채택한 스마트폰으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출시 예정인 갤럭시S8은 숫자 ‘8’을 강조한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어로 숫자 8을 읽는 발음 ‘Fa’가 ‘돈을 벌다’는 뜻과 같아 재물운이 있다는 의미로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색을 강조한 제품 전략을 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애플 역시 아이폰7S를 건너뛰고 ‘아이폰8’을 출시하는 등 삼성과 비슷한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돼 또 한 번 삼성과 애플, 그리고 중국 현지 연합군의 정면승부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