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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부터 윙(WING)까지'…결국 날개 펼치지 못한 LG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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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부터 윙(WING)까지'…결국 날개 펼치지 못한 LG폰

피처폰 전성기 불구 5조 적자 속 쓸쓸한 퇴장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전자 스마트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7월 31일부로 MC사업본부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1995년 금성사에서 LG전자로 사명을 변경한 후 26년간 함께 했던 휴대전화 사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LG전자는 영업정지 사유에 대해 ▲휴대폰 사업 경쟁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부진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한 핵심사업으로의 역량 집중 및 사업구조 개선을 이유로 꼽았다. 2015년부터 이어진 적자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섰고 중국 기업들이 확장으로 글로벌 경쟁이 거세지면서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휴대전화 시장을 이끌었다. 이 시기 LG전자 휴대전화는 싸이언(CYON)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점유율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초콜릿폰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LG전자는 2008년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옴니아와 아이폰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때 대비가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는 과거 윈도 모바일 시절부터 스마트폰이나 그에 준하는 PDA를 생산하기로 했으나 공식적으로 LG전자의 첫 스마트폰은 2011년 출시한 옵티머스 LTE다.

이후 G 시리즈를 내놓으며 스마트폰 브랜드를 체계화했다. 당시 내구성과 품질 논란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으나 피처폰 시절부터 쌓아온 충성도 높은 소비자 덕분에 무난한 점유율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5년 G4부터 LG전자 스마트폰 품질에 대한 불만이 터지기 시작했으며 이 시기에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진 것은 2016년 출시된 G5부터다. 최초의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배터리뿐 아니라 360도 카메라와 VR카메라, 스피커, 로봇, 배터리팩 등을 교체할 수 있다.

당시로써 혁신적이었던 이 모델은 출시 후 기존의 논란에 더해 모듈 접합부 유격현상 등 다양한 문제가 더해지면서 'LG전자 역대 최악의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V20으로 만회를 노렸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V20의 실적이 반영된 2016년 3분기에 MC사업본부는 31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MC사업본부장이었던 조준호 사장은 2017년 말까지 스마트폰 사업을 지휘했으나 길어지는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LG인화원장으로 물러났다. 초콜릿폰의 성공을 이끈 마케팅 전문가로 MC사업본부를 맡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의 몰락을 이끌었다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이후 MC사업본부는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잦은 사업본부장 교체와 이로 인한 전략의 통일성 부재가 사업실패를 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준호 전 사장에 이어 MC사업본부를 맡은 황정환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스마트폰의 기본기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로 G7을 출시했다. 특히 LG G7은 LG전자 인공지능(AI) 브랜드인 '씽큐(ThinQ)'를 도입한 첫 모델이다. 당시 출시한 제품 역시 혁신 기능을 더하는 대신 카메라와 배터리, 오디오, 디스플레이 등 기본기에 충실했다.

MC사업본부장과 융복합사업개발부문장을 겸직했던 황 부사장은 불과 1년 만에 MC사업본부장을 내려놓고 융복합사업에 집중하게 됐다.

LG전자의 마지막 스마트폰이 된 LG 윙.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의 마지막 스마트폰이 된 LG 윙. 사진=LG전자

황 부사장에 이어 MC사업본부장이 된 권봉석 사장은 HE사업본부에서 OLED TV 성공을 이끈 장본인이다. OLED TV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성공을 이끌라는 의도가 담겼다.

권 사장 시절 MC사업본부는 황 부사장의 기본기를 이식받으면서 혁신 기술을 탑재해 시장에서 승부를 봤다. 특히 5G 상용화 시기에 MC사업본부를 이끌게 된 권 사장은 첫 5G폰 G8과 함께 듀얼스크린을 탑재한 V50로 재기를 노렸다.

이 중 V50와 듀얼스크린은 MC사업본부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성공작’이다. 국내에서도 출시 후 약 한 달 가까이 흥행하며 롱런했다.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지면서 V50s는 해외에 선보인 첫 듀얼스크린폰이 됐다.

당시는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갤럭시 폴드와 메이트X로 폴더블폰 경쟁을 벌였다. 두 회사 모두 디스플레이 내구성과 수율 이슈로 출시가 연기된 가운데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된 듀얼스크린폰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흥행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후 갤럭시 폴드가 성공적으로 출시되면서 듀얼스크린은 잊혀지게 됐다.

MC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를 이끌던 권봉석 사장은 당시 대표이사였던 조성진 부회장이 2019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차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 때문에 MC사업본부는 또 한 번 사업본부장을 교체해야 했다.

MC사업본부의 마지막 본부장이 된 이연모 부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답게 브랜드 네이밍부터 전략까지 대대적인 개편을 꾀했다. 이전까지 LG전자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던 G, V 시리즈를 없애고 제품에 맞는 이름을 정해서 출시했다.

이후 브랜드 전략에 대해 '유니버셜 라인'과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로 나눠서 소비자 선택권을 늘렸다. '유니버셜 라인'은 플래그쉽 바(bar) 형 스마트폰이며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는 기존과 차별화 된 폼팩터를 갖춘 플래그쉽 모델이다.

이 같은 전략으로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디자인 강점을 살린 LG 벨벳을 출시했으며 하반기에는 속칭 '가로본능폰'인 LG 윙을 내놨다. 그러나 두 제품 모두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결국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결단에 이르게 됐다. LG 윙 런칭 행사 당시 차기 플래그쉽 모델로 LG롤러블폰을 야심차게 공개했지만 이는 결국 볼 수 없게 됐다.

LG전자는 사업철수 이후 TV와 생활가전 등 기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그룹 전체가 집중하고 있는 전장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MC사업본부 직원들은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로 이동한다. 또 6G 연구개발과 VS사업본부 등 LG전자 내부 타 사업에도 재배치된다.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며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오랫동안 쌓아온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자산과 노하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전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