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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악재, OTT시장 재편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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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악재, OTT시장 재편 신호탄인가

11년만에 가입자 수 첫 감소…경쟁사 증가세와 대조적
요금·콘텐츠 전략 따른 일시적 악재…엔데믹 지켜봐야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급성장한 OTT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급성장한 OTT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급성장한 OTT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이용자 수 2억명을 넘기며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던 넷플릭스는 어느새 경쟁사들의 추격을 받게 됐다. 특히 엔데믹에 접어든 한국의 시장 상황이 글로벌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도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지난해 4분기 2억2180만명에서 올해 1분기 2억2160만명으로 20만명 줄었다. 지난 2011년 이후 첫 이용자 수 감소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690달러에 이르던 넷플릭스 주가는 한 때 190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2분기에도 이용자 수가 200만명 가량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넷플릭스는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콘텐츠 관련 직원 150명을 해고하고 영상에 광고를 포함한 저가 요금제 마련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가족 외 구성원의 계정 공유 단속을 강화해 가입자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글로벌 2위인 디즈니플러스는 시장의 우려를 딛고 깜짝 증가세를 기록했다. 2분기 기준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는 790만명이 증가해 1억3770만명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서 예상한 500만명 증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HBO맥스도 1분기 가입자 수가 300만명 가량 늘면서 7700만명을 기록했다. 애플TV플러스 역시 4000만명대의 이용자 수를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점유율 변화에 대해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경쟁사에 비해 고가의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창작자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콘텐츠 전략이 악재가 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디즈니플러스는 월 7.99달러, 연 79.99달러에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은 월 9900원, 연 9만9000원으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가지고 있다. 애플TV플러스는 미국에서 월 4.99달러에 이용할 수 있으며 한국 요금제도 이와 비슷한 6500원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베이직 요금제 기준 9.99달러이며 4인이 이용하는 프리미엄 요금제는 19.99달러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미국 내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각 요금제별로 1~2달러 요금을 올렸다.
디스커버리 채널과 통합한 HBO맥스도 요금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HBO맥스의 통합 기본 요금제는 월 14.99달러, 광고 포함 요금제가 9.99달러로 알려졌다. 이 경우 HBO맥스의 요금제는 넷플릭스와 비슷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 감소에는 요금 인상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이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영화 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지난달 27일 넷플릭스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넷플릭스는 경영진의 잘못된 전략으로 콘텐츠의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신디 홀란드는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오렌지 이즈 뉴 블랙', '기묘한 이야기' 등 넷플릭스의 인기 콘텐츠를 발굴한 장본인이며 벨라 바라지아는 제작비를 줄이면서 콘텐츠를 양산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 두 VP를 중심으로 연간 140여개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넷플릭스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테드 사란도스는 2명의 VP 중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벨라 바라지아를 지지했고 높은 제작비를 쓰면서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신디 홀란드의 의견을 무시했다. 신디 홀란드는 지난 2020년 CEO에 오른 테드 사란도스와 갈등 끝에 같은 해 10월 ‘퀸스 갬빗’을 마지막으로 넷플릭스를 퇴사한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넷플릭스 내부에서도 신디와 벨라에 대한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작비를 많이 쓰는 신디의 경우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벨라의 경우 질 낮은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질이 낮은 콘텐츠가 생산되는 데 대해 CEO인 테드 사란도스와 리드 헤이스팅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글로벌 OTT의 이 같은 점유율 변화는 일시적일 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상황이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비대면 서비스인 OTT의 전체적인 이용자수 감소가 이어질 거라는 주장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4월 기준 국내 OTT 이용자수는 2683만명으로 올해 1월 3024만명에서 11.3% 줄어들었다. 각 서비스별로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7.1% 줄어들어 모든 OTT 서비스 중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23.9% 줄어 가장 크게 이용자가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오미크론 증가세가 꺾이고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영화팬들이 극장으로 향하고 계절변화에 따른 나들이객이 늘어나면서 이용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가 줄고 다른 OTT의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넷플릭스의 일시적인 악재로 풀이되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 OTT 이용자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