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주도권 경쟁…다양한 장르·이야기로 구독자 확보 총력
내년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강한 자는 더 강해지고 약한 자는 더 약해지는 '적자생존'의 장이 열릴 전망이다. 강한 자는 자신만의 무기를 내세워 더 강해지고 그를 쫓는 추격자는 무기를 갈고닦아 강한 자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는 더 강해지기 위한 전략을 짤 것이다. OTT의 무기는 콘텐츠다. 더 재미있고 잘 만든 콘텐츠를 내세워 화제성을 확보하고 구독자를 끌어오는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올해 OTT 시장은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콘텐츠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그 덕에 구독자들은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 OTT 구독을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구독자들은 볼만한 작품이 많아서 행복하지, "이걸 언제 다 보나"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안타깝게도 이 고민은 내년에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들이 OTT에서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K-콘텐츠를 향한 순애보는 깊다.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내년에도 넷플릭스는 다양한 장르의 대작 콘텐츠를 공개한다.
먼저 '종말의 바보'는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을 200일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혼란에 빠진 세상과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수업'과 '마이네임'을 성공시킨 김진민 감독이 세 번째로 넷플릭스와 협업한 작품으로 '풍문으로 들었소', '밀회'의 정성주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유아인과 안은진, 전성우, 김윤혜 등 젊은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 드라마는 8월 31일 모든 촬영을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 중 공개가 예상된다.
'부산행'을 만든 1000만 감독 연상호는 넷플릭스와 만나 '지옥'을 만들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세상에 드러냈다. 이전 애니메이션 감독 시절에 자비 없는 염세주의적 성향은 상업영화 시장에서 쉽게 드러내기 어려웠다.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지옥'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의 작업을 마쳤다.
'정이'는 22세기를 배경으로 한 SF 액션 스릴러 영화다. 배우 강수연의 유작으로 알려진 '정이'는 올해 1월 촬영을 마쳤음에도 후반 작업에 꽤 오랜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SF영화인 만큼 상당한 수준의 시각효과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이'에는 강수연 외에 김현주, 류경수 등이 출연한다.
론칭 2년 차에 접어든 디즈니플러스는 이제 진짜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다. 마블과 스타워즈 콘텐츠를 앞세워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점유율 5위권 밖에 머물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디즈니플러스의 2년차 승부수는 한국 드라마 '무빙'이 될 전망이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넷플릭스 '킹덤' 시즌2의 박인제 감독과 박윤서 조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이 드라마는 화려한 출연진과 대규모 제작비로 기획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고윤정, 김희원 등이 출연하는 '무빙'은 1년 가까이 촬영을 진행했으며 내년 1분기 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예정작 중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드라마를 빼놓을 수는 없다. 올해 개봉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페이즈4를 마무리 지은 MCU는 내년 3월 개봉 예정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로 페이즈5의 포문을 연다.
페이스5의 주요 드라마들 중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작품은 '로키' 시즌2일 것이다. '로키'는 디즈니플러스의 MCU 드라마 중 '완다비전'과 함께 가장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완다비전'은 시즌2를 고려하지 않은 드라마인 만큼 보장된 웰메이드 드라마는 '로키' 시즌2가 유일하다.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멀티버스 이야기를 가장 흥미진진하게 다룬 작품인 만큼 앞으로 '멀티버스 사가'에서 등장할 복잡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참고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KT 시즌을 인수하고 '토종 OTT 대장'이 된 티빙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티빙은 올해보다 더 풍성한 콘텐츠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티빙의 여러 드라마 가운데 '방과 후 전쟁활동'은 단연 눈길을 끈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외계 생명체와 싸워서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신예 배우들로 꾸려진 '방과 후 전쟁활동'은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또 연출은 '미스터 기간제'의 성용일 감독이 맡았고 각본은 '눈이 부시게'의 이남규 작가가 썼다.
CJ ENM의 방송 채널인 tvN과 엠넷의 DNA를 이식받은 티빙에서 예능 프로그램은 당연히 기대되는 대목이다. 내년에 공개 예정인 티빙의 예능 중 '더 타임 호텔'은 서바이벌 예능 팬들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XtvN의 '플레이어'로 코미디 예능에 두각을 드러낸 남경모 PD가 연출한 '더 타임 호텔'은 시간이 재화인 미스터리한 호텔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게임 서바이벌의 강자인 홍진호와 황제성, 존 박, 모니카, 신지연 등이 출연한다.
티빙에 밀려 '토종 OTT 대장' 자리를 내주게 된 웨이브는 '약한영웅 class1'의 기세를 이어받아 내년에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웨이브는 '아바타2'와 '영웅'이 치고받는 12월 극장가에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을 내놓으며 새로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젠틀맨'이 성과를 거둔다면 내년에 공개 예정인 영화 '데드맨'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두 영화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데드맨'은 횡령 누명을 쓴 한 남자가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조진웅과 김희애, 이수경이 출연한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는 '박하경 여행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9년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후 4년 만의 드라마인 '박하경 여행기'는 단 하루의 여행을 다룬 8부작 드라마다.
2020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개성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 이종필 감독과 손미 작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만든 이 작품은 OTT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