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PD의 호기심이 부른 블록버스터 예능…글로벌 7위 '인기'
"실제 경기 룰 복잡…시청자 몰입 높이기 위해 자막·설명 배제"
"실제 경기 룰 복잡…시청자 몰입 높이기 위해 자막·설명 배제"

또 글로벌 OTT 통합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기준 5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앞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성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예능 중 '솔로지옥' 시즌1 이후 최고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피지컬: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7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인기에 대한 소감과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공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피지컬:100'의 인기가 심상치 않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기환 넷플릭스 논픽션·예능담당 매니저는 '피지컬:100'의 제작 비하인드에 대해 "MBC 시사교양국 PD가 이메일로 보낸 기획안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유 매니저는 "굉장히 큰 스케일의 기획안이었고 서바이벌 예능의 틀 안에서 전에 보지 못한 톤과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오래 고민하지 않고 장호기 PD에게 제작팀을 꾸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호기 PD는 '피지컬:100'의 기획 배경에 대해 "가장 완벽한 피지컬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며 "이 과정을 제대로 다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피지컬:100'은 'PD수첩'을 연출한 시사교양 PD가 연출한 예능이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 장 PD는 이에 대해 "요즘은 장르가 무의미한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에 대한 주제라면 어떤 형태로던 다뤄보자는 게 목표이자 꿈"이라고 밝혔다.
'피지컬:100'은 서바이벌 예능의 구조를 띄고 있지만, 기존에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과 많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연출자의 의도가 개입된 자막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또 출연자들 역시 서로를 질투하거나 시기하면서 소위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다. 출연자들이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피지컬:100'의 가장 이채로운 모습이다.
장 PD는 "출연자들에게 미리 가이드를 알려주지 않는다. 가이드를 알려준다고 그대로 지킬 사람들도 아니다"라며 "뭔가 하고 나서 감정이 안좋다면 미련이 남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출연자들은 게임이 끝나면 미련이 남지 않는 표정들이다. 그 공간에서 최선을 다한 게 느껴지고 그렇기 때문에 박수치고 포옹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피지컬:100'의 가장 큰 강점은 편집에 있다. 한 회차가 끝나는 순간 다음 회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편집은 출연자들의 게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서사와 이를 돋보이게 하는 여러 가지 촬영에 있다.
장 PD는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의 제작진이 참여한 만큼 서바이벌 예능의 편집이 굉장히 능숙하다. 여기에 자막을 배제하고 고속촬영과 특수카메라를 활용해 같은 장면도 다양한 포맷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경기에 임하는 출연자들의 표정과 근육, 땀을 그대로 담아내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편집은 예상 밖의 상황과 겹쳐지면서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피지컬:100' 출연자 중 인지도가 높은 편인 에이전트H(황지훈)가 이른 탈락을 하면서 이 프로그램은 어떤 조작도 없다는 걸 증명했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장 PD는 "출연자들에 대한 정보가 있는 만큼 제작진들끼리도 누가 이길지 예상을 한다. 그러나 막상 경기를 보면 그 예상은 대부분 빗나간다. 그런 점들이 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지컬:100'은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공개 직후에도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3화 공개를 앞두고 일부 논란이 있기도 했다. 공 뺏기 퀘스트 중 박형근 참가자가 김춘리 참가자를 제압하는 과정이 젠더갈등으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주 3, 4화 공개 후 꽤 많은 남녀간 대결이 있었고 이 가운데 이변이 생기기도 했다는 게 알려졌지만, 박형근 참가자와 김춘리 참가자의 경기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장 PD는 "모든 출연자들에게 경기에 대해 설명했고 동의한 상태에서 진행했다. 경기를 원하지 않으면 참가자가 기피하거나 포기할 수 있었다"며 "박형근 참가자와 김춘리 참가자는 모두 경기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에 대해서도 모두 승복했다. 특히 김춘리 참가자는 근력이 좋아 웬만한 남자들도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집된 영상으로 보는 것과 달리 실제 경기 룰은 훨씬 복잡하다. 실제로는 경기가 중단된 상태에서 경고가 주어지고 공의 소유권이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공 뺏기가 진행된 경기장 양 끝에는 심판들이 있는데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CG로 이를 지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화에서는 박형근 참가자와 김춘리 참가자 외에도 남녀간 성대결이 많이 있었다. 특히 럭비 국가대표인 장성민 참가자와 씨름선수인 박민지 참가자의 대결은 장 PD도 꼽을 수준의 명경기였다.
해당 경기는 지목권을 가진 박민지 참가자가 같은 여성이 아닌 거구의 장성민 참가자를 지목했다. 장성민 참가자의 무난한 우세가 예상됐지만, 박민지 참가자의 선전으로 남녀 간에 대등한 경기가 진행돼 프로그램의 의도에 부합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총 9부작인 '피지컬:100'은 7일 오후 5시에 5, 6화가 공개된다. 장 PD는 추성훈 참가자의 말을 빌려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주목받지 못한 새로운 인물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공개된 4화에서는 팀 미션인 모래 나르기에서 약체로 분류된 장은실 참가자의 팀과 강팀으로 분류된 남경진 참가자의 팀이 대결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