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만리장성' 넘기 시작한 국산 게임, 올해 흥행 기대작은?

공유
0

'만리장성' 넘기 시작한 국산 게임, 올해 흥행 기대작은?

中정부 작년 12월부터 국산 게임 12종에 판호 발급
블루 아카이브·로스트아크·제2의 나라 성과 기대

왼쪽부터 넥슨 '블루 아카이브',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넷마블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넥슨 '블루 아카이브',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넷마블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사진=각사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라 불리던 중국 정부의 콘텐츠 수입 차단 기조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시장이 열린 만큼 어떤 국산 게임이 큰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모인다.

중국 미디어 검열기구 국가신문출판서는 최근 12월, 3월 연달아 외산 온라인 게임의 출시를 허가하는 출판심사번호, 이른바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두 차례에 걸쳐 총 71개의 게임에 새로 출시 허가가 내려진 가운데 국산 게임 총 12종이 포함됐다.
지난 2017년 사드 배치 후 한한령의 일환으로 중국은 한국산 게임의 문을 걸어 잠갔으나 지난해 말부터 대거 판호가 발급된 것이다. 2017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약 6년간 중국이 외자 판호를 내준 국산 게임은 컴투스 '서머너즈 워',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스튜디오비사이드 '카운터사이드', 핸드메이드 '룸즈' 등 4건 뿐이었다.

특히 이번 판호 목록에는 최신작들이 다수 포함됐다. 넥슨 '블루 아카이브'와 넷마블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 엔픽셀 '그랑사가' 등은 모두 2021년 출시된 신작이다. 여기에 아직 국내외에 선보이지 않은 넥슨 '메이플스토리H5', T3엔터테인먼트 '오디션' IP 신작 등도 판호를 취득했다.

이 외에도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넥슨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A3: 스틸 얼라이브', 밸로프 '뮤 레전드' 등이 판호를 받았다. 국산 게임은 아니나 넷마블의 북미 자회사 카밤이 개발한 '샵 타이탄' 또한 판호 목록에 올랐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3번째 연임과 중국 지도부 교체 등 정치적 상황과 시장경쟁 촉진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 악화와 신종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둔화된 시장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매출은 약 2658억 위안으로, 2965억 위안이던 전년보다 매출이 약 307억 위안(약 5조8000억 원)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감소 추세에 진입한 자국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외산 게임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입구 전경. 사진=국가신문출판서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입구 전경. 사진=국가신문출판서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게임으로는 현재 국내 최대 인기 MMORPG로 자리 잡은 '로스트아크', 국내 인기는 물론, 일본에서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던 '블루 아카이브', '제2의 나라' 등이 손꼽힌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오래전 각각 '던전 앤 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가 중국 시장에서 국민 게임으로까지 자리잡을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넥슨은 일찍이 현지 법인 세기천성을 설립해 다양한 게임을 퍼블리싱 해왔으며 지난 2019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블루 아카이브의 퍼블리셔를 맡은 것은 일본에서 2년 넘게 성공적인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요스타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가능한 한 빠른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요스타와 출시 스케줄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는 최근까지 크로스파이어 e스포츠 대회를 열며 지속적으로 현지 게이머들과 소통해왔다. 크로스파이어의 현지 퍼블리셔이자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는 로스트아크가 개발 중이던 지난 2015년 이미 현지 서비스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의 '제2의 나라' 역시 텐센트가 퍼블리셔를 맡았다. 도기욱 넷마블 대표는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제2의 나라는 중국에서 올 하반기 안에 서비스를 개시할 전망"이라며 "텐센트와 협력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를 플레이하는 한 중국 소년의 모습.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를 플레이하는 한 중국 소년의 모습. 사진=AP통신·뉴시스

중국에 진출할 국산 게임에 관해 업계에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나 "과도한 기대감은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던파·크로스파이어 등이 흥행했던 지난 2010년 이전과 달리 중국 자체 게임 개발력도 크게 발전해 경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2021년 판호 취득 후 이듬해 4월 출시된 펄어비스의 MMORPG '검은사막 모바일'은 중국 서버 출시에 맞춰 '손오공'을 모티브로 한 신규 캐릭터를 선보이는 등 현지화 마케팅을 통해 중국 애플 인기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매출 순위는 최고 20위권에 머물렀다.

중국 게임 자체의 경쟁력 역시 대규모 인력 투입을 앞세워 이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2020년 출시된 중국의 모바일 게임 '원신'이 대표적이다. 출시 2년이 넘어가는 현재까지 국내, 일본은 물론 서구권 시장에서까지 높은 인기 순위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중국 업체들의 게임 개발력은 이미 오래 전 한국을 추월했다고 봐야 하며 이용자들의 기대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며 "유수의 PC 기반 MMORPG들이 버티고 있음을 고려해보면 모바일 MMORPG보단 블루 아카이브 등의 흥행 여부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비슷한 시기 판호를 받은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 유사작들과 경쟁을 앞두고 있다. '원신' 개발사 호요버스의 '붕괴: 스타레일', 국내 매출 1위를 기록했던 일본 사이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이 그 예시다. 이중 '스타레일'은 오는 4월 26일 출시될 예정이며 우마무스메는 빌리빌리가 퍼블리셔를 맡았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블루 아카이브는 여타 MMORPG 장르에 비해 높은 흥행 가능성을 갖추고 있으며 청춘 스토리라는 테마상 콘텐츠적 희소성도 존재한다"면서도 "서브게임으로서 잠재력은 충분하나 원신 등 대작 게임과의 직접적 경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