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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콘텐츠 한한령' 6년만에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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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콘텐츠 한한령' 6년만에 막 내리나

韓영화 中OTT서 상영, 게임 판호 발급
시장은 열리지만 실질적 성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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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지난 6년간 이른바 '한한령(한류 제한령)'의 일환으로 한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막아왔던 중국 정부가 최근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콘텐츠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중국 미디어 검열기구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달 28일, 44개 외산 온라인 게임 수입 허가 출판심사번호(판호)를 발급했다. 여기에는 넥슨·넷마블과 북미 자회사 카밤·스마일게이트·엔픽셀의 게임 총 7종이 포함됐다.
이번 판호 발급은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조치와는 다른 이례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7년 이래로 중국은 2020년 12월 컴투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지난해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스튜디오비사이드 '카운터사이드' 등의 판호를 발급했다. 그러나 발급 수량 자체가 적을뿐더러 '서머너즈 워'는 2014년작, '검은사막 모바일'은 2018년작으로 발급이 오래 걸렸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일시적 조치'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5년간 발급된 것보다 2배 이상의 판호가 한 번에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초 스팀 글로벌 판을 출시, 최대 130만 명의 동시 접속을 기록한 인기작인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나 같은 해 출시된 신작 넷마블 '제2의 나라', 엔픽셀' 그랑사가'가 인증을 받았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은 이번 판호 발급에 대해 "국산 게임들은 중국 시장에서 이미 큰 성과를 거둔 만큼, 중국 시장의 문호 개방은 매우 기뻐할 만한 소식"이라며 "향후 지속적인 판호 발급 등을 통해 한국 산업 발전에 유의미한 기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올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미르의 전설' IP 보유사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올해 꾸준히 "공산당 전당대회(전국대표대회)가 마무리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현지 사업 전개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공산당 전당대회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형태로 마무리된 후, 텐센트의 OTT서비스 '텐센트 비디오'에서 국산 영화 '강변호텔'이 상영되기 시작하며 중국의 '콘텐츠 장벽'이 문을 더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강변호텔'의 텐센트 비디오 상영을 두고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6년 만에 한국 영화의 중국 내 OTT 상영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과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가 진행되던 중 별도로 면담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 판호 발급 이후로 한국이 중국 콘텐츠 시장 진출에 있어 불이익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게임에 관심이 없음을 여러 차례 드러낸 현 정부가 가져온 외교적 성과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한령의 원인이었던 THAAD(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는 허울뿐인 이슈가 된 지 오래"라며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이른바 '칩4'라 불리는 한·미·일·대만의 반도체 공급 협약, 한·미·일의 군사적 협력 강화 등 국제 정세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게임 '크로스파이어' 세계 e스포츠 대회 '크로스파이어 스타즈(CFS) 2021'에서 중국의 올게이머스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마일게이트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게임 '크로스파이어' 세계 e스포츠 대회 '크로스파이어 스타즈(CFS) 2021'에서 중국의 올게이머스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스마일게이트

중국 정부의 연이은 '개방 조치'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 2대 콘텐츠 시장을 이루는 중국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규제 완화 기조로 판이 뒤집혔다"고 표현했다.

다만 실제 콘텐츠 업계인들 중에는 신중론을 제시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국이 허가한 콘텐츠들만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슈퍼갑'으로서의 입지엔 변화가 없지 않나"라며 "미소년 금지, 팬 커뮤니티 금지, 셧다운제 등으로 중국 내 콘텐츠들도 옭아매는 정부가 한국 콘텐츠에만 유화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상하이의 다쉬에(Daxue) 컨설팅은 "중국 내 규제, 글로벌 업체들을 향한 규제 모두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며 "시장에서 '완벽한 청신호'가 켜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변덕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은 물론, 시장 상황 또한 지난 몇 년 사이 많이 변화했을 것"이라며 "국산 콘텐츠가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중국 정부가 그것을 그대로 지켜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학회장도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경기장'이 열린 것은 분명하지만, '선수' 역할을 할 콘텐츠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은 열렸는데 정작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한한령 해제가 오히려 '독이 든 성배'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