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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퀸메이커'…사소한 오류를 설득시키는 배우들의 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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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퀸메이커'…사소한 오류를 설득시키는 배우들의 호연

남성중심 정치판에 도전한 여성들의 고군분투기
김희애·문소리 호연 눈길…조연들 연기도 '일품'
'퀸메이커'.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퀸메이커'. 사진=넷플릭스
21대 국회의원 299명 중 여성은 57명으로 전체 19.06%다. 민선 8기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중 여성의 비율은 0명이다. 역대 서울시장 중 여성이 당선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서울시장에 도전한 여성은 모두 4명이다.

현실정치의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해본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는 시작부터 판타지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인 대기업 전략기획실장이 회사를 나와서 여성 인권변호사의 서울시장 선거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 11부작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퀸메이커'는 14일 오후 5시 공개를 앞두고 지난 5일과 6일 국내외 언론·미디어를 대상으로 6화까지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퀸메이커'는 꽤 사실적으로 시작한다. 은성그룹의 둘째 딸 은채령(김새벽) 상무가 갑질 논란으로 검찰조사를 받게 된 가운데 그룹 전략기획실장인 황도희(김희애)가 은채령의 포토라인 리스크를 대응한다.
황도희는 여론의 초점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검찰과 협상을 하면서 은채령의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황도희는 그룹 내에서 오너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어느 날 사고가 생기게 되고 황도희의 심경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오경숙 변호사는 해고 당한 은성백화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은성그룹 본사 옥상에서 78일째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황도희에게 리스크나 다름없었던 오경숙은 황도희와 힘을 합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퀸메이커'는 여러 지점에서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묘사를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사소한 '옥의 티' 수준인데 1화에 등장한다. 극 중 황도희는 회사의 리스크 확인을 위해 전 서울시의원이었던 오경숙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을 확인한다. 그런데 이때 자료영상의 자막에는 '국정조사'라는 말이 등장한다. '국정조사'는 국회가 정부기관을 상대로 하는 감사로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청을 상대로 하는 것은 '행정사무감사'라고 부른다.

극 중 은성그룹에 대한 묘사는 대단히 재미있다. 1화에서 검찰에 출두하는 은채령의 모습은 여객기에서 견과류로 논란이 됐던 재벌 3세를 떠올리게 한다. 또 극 중 은성그룹 회장인 손영심(서이숙) 회장은 여성이고 은성그룹의 주력 사업 중에는 백화점과 면세점이 포함돼있다. 손 회장에게는 딸만 둘이 있다. 유통 그룹을 잘 안다면 몇몇 재벌가를 떠올릴 수 있다.

다만 은성그룹의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면세점, 건설 등으로는 재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유통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 중 롯데가 재계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롯데는 백화점, 면세점 외에 식품, 관광, 화학, 물류, 제조업 등을 영위하며 8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유통 중심인 신세계그룹도 재계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백화점, 면세점 외에 마트, 온라인 커머스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관광 사업과 편의점 등 유통·관광 전 분야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은성그룹은 극 중 묘사된 것과 달리 '대기업'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는다. 특히 그룹 내 역점 사업이 '은성면세점 사옥'을 짓는 일이다. 면세점은 사옥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사업이 아닐뿐더러 여러 계열사가 입주한다면 굳이 회장이 나서서 투자자들에게 '은성면세점 사옥'이라고 소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야기의 초반부에 '옥상'은 대단히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한다. 오경숙이 78일간 농성을 벌인 곳이면서 인물 간의 관계가 정립되는 곳이다. 그런데 고층건물의 옥상치고는 안전과 보안에 대단히 취약하게 묘사된다.

시설안전업계 종사자가 본다면 대단히 불편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옥상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면 이 이야기는 대단히 풀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극적 허용'으로 이해해주자.

'퀸메이커'는 작중 묘사에 사소한 허점들이 보이지만, 배우들의 호연으로 이를 설득시킨다. '믿고 보는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의 앙상블은 한 화면에 잡힌 두 배우의 모습을 봐도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또 황도희를 향해 양면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서이숙의 연기도 긴장감을 자아낸다.

'퀸메이커'.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퀸메이커'. 사진=넷플릭스

이야기의 초반부에 '옥상'은 대단히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한다. 오경숙이 78일간 농성을 벌인 곳이면서 인물 간의 관계가 정립되는 곳이다. 그런데 고층건물의 옥상치고는 안전과 보안에 대단히 취약하게 묘사된다.

시설안전업계 종사자가 본다면 대단히 불편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옥상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면 이 이야기는 대단히 풀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극적 허용'으로 이해해주자.

'퀸메이커'는 작중 묘사에 사소한 허점들이 보이지만, 배우들의 호연으로 이를 설득시킨다. '믿고 보는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의 앙상블은 한 화면에 잡힌 두 배우의 모습을 봐도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또 황도희를 향해 양면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서이숙의 연기도 긴장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김새벽, 현봉식, 진경, 김태훈, 윤지혜, 이경영, 옥자연 등 조연들의 연기는 극의 탄탄함을 받쳐준다. 또 신인배우인 한채경과 기도훈도 강한 첫인상을 남겨준다.

여러 배우 가운데 오경숙, 황도희와 대립각을 세우는 '백재민'을 연기한 류수영은 전에 본 적 없는 오싹한 빌런을 연기한다. '양면성'을 기반으로 한 이 캐릭터는 다분히 현실적이고 우리가 알지 못한 사이에 어딘가에 침투해있을 것 같아 더 현실적이고 무섭다. 백재민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물을 통틀어 손에 꼽을 '빌런'이다.

어떤 직업이나 세계를 다룬 픽션이 늘 현실을 반영할 필요는 없다. 넷플릭스와 티빙에서도 공개된 JTBC 드라마 '대행사'는 광고업계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다뤄내 1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광고업계 종사자들은 '대행사'의 비현실성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작품이 안겨주는 카타르시스 앞에 사소한 오류들은 '판타지'로 넘겨버린다. '퀸메이커'도 정치판의 답답함을 뚫어줄 카타르시스를 보여준다면 사소한 설정 오류는 그저 판타지로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