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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파이 피해자 2000명 넘는데 묵묵부답…명분 없는 FIU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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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파이 피해자 2000명 넘는데 묵묵부답…명분 없는 FIU의 대응

고팍스 등기임원 변경신고 수리 않은 채 시간만 흘러
바이낸스 "인수 마무리되면 고파이 사태 해결할 것"
크립토닷컴 오케이비트 인수도 빠르게 변경신고 수리

국내 5대 원화마켓을 보유한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운영사: 스트리미)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FTX 사태로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의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적극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 고파이 피해자만 2000명 이상...1억원 이상 피해자도 100명 넘어
고팍스의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 피해자가 2000여 명에 달하는데도 FIU가 적극적인 해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고팍스 '고파이' 소개 페이지 화면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고팍스의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 피해자가 2000여 명에 달하는데도 FIU가 적극적인 해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고팍스 '고파이' 소개 페이지 화면 갈무리
현재 고파이에 암호화폐를 맡기고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는 소액 투자자까지 합치면 2000여 명으로 파악된다. 이 중 1억원 이상을 예치한 피해자도 1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 고팍스가 예치한 고객의 투자원금은 566억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다소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고파이 운용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LLC)의 인출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고팍스 이용자들의 자산(예치 암호화폐와 이자성 보상) 지급이 중단됐기에 고팍스를 믿고 투자한 이들로서는 고팍스를 원망할 법한데 그들의 분노는 고팍스가 아닌 FIU를 향하고 있다.

고파이에 고액을 예치한 한 투자자는 "피해자 모임에서도 고팍스에 대한 비난 목소리는 크게 나오지 않고 있다. 고팍스가 현재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응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팍스 상담원들은 연락을 피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내용이 추가될 때마다 피해자들에게 공유해주고 있다"고 이를 설명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고팍스 창업자들도 고객의 자산을 갚기 위해 바이낸스에 지분을 증여하고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던 바이낸스도 고파이 사태가 터지자 고팍스의 시장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하며 이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 바이낸스, 고팍스 인수절차 마무리되면 고파이 사태 해결 예정


이는 결국 바이낸스의 한국시장 진출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바이낸스는 고파이 피해금액 700억원 중 25%는 1차 선지급했고 나머지 75%(566억원)는 신고수리 후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로서는 바이낸스와 고팍스의 책임 있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제의 해법은 FIU로 넘어갔다. 당초 피해자들은 고팍스의 최대주주가 창업자인 이준행 대표에서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로 변경됨에 따라 피해금액을 보상할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FIU는 고팍스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등기임원 변경신고에 대해 수리하지 않고 있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FIU는 변경신고서가 접수된 날로부터 45일 이내 신고 수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고팍스가 이를 신고한 날은 지난 3월 7일이다. 본래대로라면 FIU가 지난달 19일까지 결론을 내야 했으나 그로부터 40일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피해자로서는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 크립토닷컴과 日 사쿠라 거래소도 모두 OK...명분 없는 'FIU'


여기에 고팍스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북은행이 최근 고팍스에 대한 위험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팍스는 지난해 8월경 위험평가를 받았다. 통상적으로 1년마다 받는 위험평가를 고팍스가 3개월 앞당겨 받은 것은 FIU가 고팍스의 VASP 변경신고의 수리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위험평가 내용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의 이번 위험평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와 관련해 특이사항이 있다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는 결국 특이사항(문제점)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FIU가 등기임원 변경 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을 이유가 또 하나 사라졌다는 평가다.

현재 피해자들은 FIU의 응답을 듣기 위해 수차례 문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 역시 FIU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젼화 연결에 실패했다. 한 피해자는 FIU 관계자가 "민원이 있으면 본인에게 얘기하지 말고 국민신문고에 직접 민원을 넣으라"고 답하면서 "(우리가) 고팍스만 관리하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며 FIU의 대처에 불만을 토로했다.

바이낸스가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 거래소를 인수하고 6월부터 명칭을 '바이낸스 재팬'으로 변경한다. 이 곳의 이사회에 고팍스 대표인 레온 싱 풍 이사가 포함돼 있기에 바이낸스 출신 임원이라는 점이 등기임원 변경 신고 수리의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바이낸스이미지 확대보기
바이낸스가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 거래소를 인수하고 6월부터 명칭을 '바이낸스 재팬'으로 변경한다. 이 곳의 이사회에 고팍스 대표인 레온 싱 풍 이사가 포함돼 있기에 바이낸스 출신 임원이라는 점이 등기임원 변경 신고 수리의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바이낸스

거래소의 임원이 바뀐 것이 VASP에 영향을 크게 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다른 해외 거래소인 크립토닷컴도 국내 VASP로 수리된 오케이비트 거래소를 인수하면서 등기임원 변경 신고하고 수리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FIU가 해당 신고 수리를 주저하는 이유로 바이낸스의 불투명한 사업 및 재무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보다 앞서 암호화폐 거래소 허가제를 시행한 일본 금융청(FSA)조차 바이낸스가 일본 허가 거래소 중 한 곳인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EBC)'을 인수하고, 6월부터 '바이낸스 재팬'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승인했다. 더욱이 바이낸스 재팬의 이사회에는 한국 고팍스 대표를 맡은 레온 싱 풍 이사가 속해 있기에 FIU의 신고 수리 지연이 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