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재집권 후 첫 거부권 행사…초당적 법안 2건 모두 제동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재집권 후 첫 거부권 행사…초당적 법안 2건 모두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후 처음으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 초당적 지지를 받아 의회를 통과한 법안 2건이 대상이 됐다.

31일(이하 현지시각) CBS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수자원 파이프라인 건설을 지원하는 법안과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지역에서 원주민 부족의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에 대해 이날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다시 찬성해야 한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거부권이 행사되는 것은 비교적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당시 총 10차례 거부권을 행사했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13차례 거부권을 사용했다.

◇원주민 법안에 “특정 이해관계자 혜택” 주장

거부권 대상 가운데 하나는 ‘미코수키 보호구역 개정법’이다. 이 법안은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내 미코수키 원주민 부족이 관리하는 지역에 오시올라 캠프라는 소규모 마을을 포함시키고, 홍수로부터 마을 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미 내무부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릭 스콧 플로리다주 공화당 상원의원과 애슐리 무디 플로리다주 공화당 상원의원, 카를로스 히메네스 공화당 하원의원, 대런 소토 민주당 하원의원의 지지를 받았다. 히메네스 의원은 지난 7월 하원 표결에 앞서 “이 법안은 공정성과 환경 보전에 관한 문제”라며 “미코수키 부족이 자신들의 주거지와 토지, 삶의 방식을 지킬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 사업이 “특정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코수키 부족이 자신의 이민 정책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로부터 자금 지원과 특별 대우를 요구하면서도 미코수키 부족은 내가 선출될 때 미국 국민이 명확히 선택한 합리적인 이민 정책을 방해해왔다”고 밝혔다.

미코수키 부족은 앞서 에버글레이즈 지역에 설치된 이민자 구금시설을 두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시설은 주정부와 연방정부에서 ‘앨리게이터 알카트라즈’로 불리며 부족 측은 이 시설이 환경을 훼손해 사냥과 전통 의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오시올라 캠프가 애초에 승인 없이 조성됐다며 “부족이 승인받지 않고 점유해온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연방정부가 비용을 부담할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콜로라도 수자원 사업에도 제동…“연방 납세자 부담 과도”

또 다른 거부권 대상은 ‘아칸소 밸리 도수관 완공법’이다. 이 법안은 콜로라도주 남동부 지역 약 5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수자원 파이프라인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처음 제안됐으나, 연방법상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탓에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2009년 법 개정으로 지방정부 부담 비율이 35%로 낮아졌고 이번 법안은 지방정부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상환 기간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낭비를 줄이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 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 내무부 산하 연방개간국이 2023년 이 사업의 총비용을 약 14억달러(약 2조202억원)로 추산했다며 이는 7년 전 예상치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은 지역 수자원 사업의 막대한 비용을 연방 납세자에게 더 떠넘기는 과거의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콜로라도주 민주당 상원의원 2명과 함께 로런 보버트 공화당 하원의원, 제프 허드 공화당 하원의원의 지지를 받았다. 보버트 의원은 CBS뉴스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버트 의원은 지역 언론인 카일 클라크에게 보낸 별도의 성명에서 이 법안을 “완전히 논란의 여지가 없는 법안”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거부권이 “정치적 보복과 무관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콜로라도에서 집회를 열고 필수 수자원 인프라를 직접 무산시키겠다고 약속한 연설을 놓친 모양”이라며 “나는 비용 절감과 규제 완화가 공약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존 히켄루퍼 콜로라도주 상원의원은 엑스에서 “트럼프는 당파적 게임을 하며 농촌 지역 사회를 깨끗한 식수 없이 고통받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마이클 베넷 콜로라도주 상원의원도 대통령이 “보복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정책 원칙에 따른 것인지,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