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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물 먹는 하마'…AI와 함께 '물 부족' 이슈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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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물 먹는 하마'…AI와 함께 '물 부족' 이슈 재점화

MS·구글 AI 전쟁에 수자원 이용량 2, 30% '폭등'
'워터 포지티브' ESG 경영 주요 이슈로 급부상

마이크로소프트(MS)는 친환경 수자원 활용 등을 목표로 대서양 북해 해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노틱(NOTICK)'을 시행했다. 사진=템코(TEMPCO)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친환경 수자원 활용 등을 목표로 대서양 북해 해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노틱(NOTICK)'을 시행했다. 사진=템코(TEMPCO)
글로벌 빅테크 사이에서 '물 부족 대응'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데이터센터 이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냉각수로 활용되는 수자원도 급증한 것이 원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AI 기반 서비스의 확대를 목표로 미국 중부 아이오와 주의 소도시 웨스트 디모인(West Des Moines)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건립했다"고 밝혔다.
MS는 이 게시글을 통해 센터의 규모와 AI 비전 외에도 아이오와주와의 협력을 통한 환경 보호, 지역사회 공헌 등 ESG(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와 지속 가능 경영을 주요 이슈로 다뤘다.

노엘 월시 MS 클라우드 운영·혁신 부문 이사는 환경 보호 분야에 관해 "웨스트 디모인의 일원으로서 수자원 효율화, 재생 에너지 확대에 공헌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MS가 새로 설립한 아이오와주 웨스트 디모인 소재 데이터 센터의 모습. 사진=MS이미지 확대보기
MS가 새로 설립한 아이오와주 웨스트 디모인 소재 데이터 센터의 모습. 사진=MS

빅테크들의 환경 보호 이슈에서 핵심으로 꼽혀온 분야는 전기 에너지 이용과 직접 연계된 탄소가스 문제, 이른바 '탄소 중립(넷 제로)'이었다. 앞서 언급한 MS를 비롯해 알파벳(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등은 지난 몇 해 동안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룰 것"을 주요 비전으로 제시했다.

수자원에 있어서도 탄소 중립과 대응되는 이른바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물 양수)'란 용어가 있으며, MS와 구글 등은 실제로 넷 제로와 더불어 워터 포지티브를 주요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인터넷 망, 특히 클라우드 서버 시설 운영 과정에서 데이터 센터 온도 조절을 위해 적지 않은 냉각수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MS는 2018년, 에너지 탱크 제작으로 유명한 산업부품 전문사 템코(TEMPCO)와 협력, 친환경 냉각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대서양 북해 해저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는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최근 생성형 AI의 도입과 더불어 워터 포지티브 이슈가 더욱 주목받는 추세다. 앞서 언급한 MS의 아이오와주 데이터 센터에 관해 웨스트 디모인 상수도 사업소는 지난해 7월 "MS의 새로운 데이터 센터에 1150만갤런의 수자원이 공급됐다"며 "이는 아이오와주 전체에 사용되는 물의 6%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소는 이어 "지역 주민 식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는 만큼, 피크 시간대 물 이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입증, 구현할 것"을 MS에 요구했다. 이후 사업소와 MS 측은 수자원 절약, 지속 가능한 냉각수 공급 환경 구축을 위한 협업을 진행해왔다.

사진=트위터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트위터 캡처

구글이 최근 발표한 2022년도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사측이 사용한 수자원의 총량은 56억갤런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MS 역시 2022년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 사업과 연구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 대비 올해 17억갤런(34%)의 수자원을 더 소모한 것으로 추산한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샤오레이 렌 연구원은 포츈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수십 개의 질문을 처리할 때마다 500ml 생수병 하나 만큼의 냉각수가 소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람들은 챗GPT의 신기함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이들을 사용하며 소모되는 천연자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 부족 이슈가 빅테크와 지역 사회 간의 갈등으로 비화된 사례도 있다. 올 여름 '74년만의 가뭄'을 겪고 있는 우루과이가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목표로 2021년 우루과이 남부 칸넬로니 부지를 설립했다는 소식이 재조명돼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선 물 부족이 커다란 이슈로 비화되진 않고 있다. 최근 자체 거대 언어 모델 AI '하이퍼클로바X'의 론칭과 신규 데이터 센터 '각(GAK) 세종' 건립을 발표한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한국수자원공사와 'RE100(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률 100%)' 이행을 목표로 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에 관해 "한국의 경우 사계절이 뚜렷해 데이터센터 열 관리가 용이하고 냉각수 수요가 집중된 여름에 강수량도 집중돼 상대적으로 논란에 자유로운 면은 있다"면서도 "글로벌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몇 해 안에 한국에서도 큰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