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日도 성공 못한 제4이통사, 국내도 '회의적'

공유
0

日도 성공 못한 제4이통사, 국내도 '회의적'

스테이지엑스, 제4이통사 준비에 시작부터 '난항'
일본 제4이통사 라쿠텐 모바일, 5년 동안 적자 릴레이
전문가 "시장 안착까지 오래 걸릴 것" 세금 낭비 우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1월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1월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 주파수 경매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이통3사 체제를 유지해온 만큼 성공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제4이통사로 자리 잡은 라쿠텐 모바일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도 힘을 받는다.

1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사로 자리 잡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파수 경매에서 최초 가격이었던 742억원보다 약 6배 높은 4301억원에 주파수 할당을 받으면서 지나친 출혈 경쟁을 감행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사업 전개를 위한 기반 시설 설치에 드는 비용도 최소 2000억원은 가뿐히 넘어갈 것으로 보여, 시작부터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또한 이통 3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2018년 라쿠텐이 일본 총무성으로부터 이동통신 사업에 필요한 주파수를 할당받고 2020년 4월 본격적인 서비스 상용화에 접어들며 도코모-소프트뱅크- au 체제였던 일본 통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라쿠텐은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이며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렸다. 선착순 300만명에 1년 간 무료 카드를 증정하고, 음성통화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월 2980엔(한화 약 2만6000원)으로 기존 日 이통3사 요금제에 비해 훨씬 저렴한 수준으로 제공했다. 쇼핑몰 운영을 통해 쌓은 탄탄한 자금을 기반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은 5년 동안 '라쿠텐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라쿠텐이 지난 1월 14일 발표한 회계연도 연결 결산에 따르면 3394억엔(한화 약 3조43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5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휴대폰 사업 부문의 막대한 자본 투자 비용이 원인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이중 모바일 사업의 적자는 3375억원이다. 게다가 라쿠텐은 내년까지 8000억엔(한화 약 7조1721억원) 규모의 상환 의무 이행을 앞두고 있어 모바일 사업의 흑자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라쿠텐 모바일이 제4이통사로 어렵게 자리를 잡긴 했으나, 쇼핑몰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고스란히 모바일 사업에 쏟다 보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희소식인 것은 적자 폭이 전년 대비 완화됐다는 점이다. 2022년에는 4792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계약 건수 증가로 인한 적자 폭 감소를 보였으나 아직까지 사업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사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제4이통사의 현실에 국내 이통 시장을 바라보는 눈길도 '기대감' 대신 '우려'가 비친다. 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는 "라쿠텐 모바일만 보더라도 스테이지엑스가 향후 걷게 될 길이 너무 험난하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제4이통사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다. 시장 안착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어 자칫 세금 낭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알뜰폰이라는 통신비 인하 대안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제4이통사를 향한 정부의 지원과 회사의 성장은 결국 알뜰폰 업계에 대한 거대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통신 3사야 시장의 일부 파이를 뺏기는 선에서 끝날지 모르지만 알뜰폰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밥줄이 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있었던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후발 주자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혁신성과 진정성으로 무장해 기존에 없던 통신사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가 가고자 하는 길은 사실상 가시밭길과 마찬가지인 가운데 과연 어떤 행보로 소비자들에게 '혁신'을 제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