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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슈퍼앱' 탄생 막았다"…美법무부·애플 소송전 쟁점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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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슈퍼앱' 탄생 막았다"…美법무부·애플 소송전 쟁점 세가지

"MS 등 경쟁 업체 게임 클라우드 앱 입점 방해"
i메시지 '녹색 거품' 또한 소비자 종속 노린 전략
애플 워치·카플레이도 지적…목표는 '기업 분할'?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왼쪽)과 팀 쿡 애플 대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왼쪽)과 팀 쿡 애플 대표. 사진=로이터

미국 법무부와 애플의 '반(反)독점 소송전'이 막을 열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독점적 지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앱마켓 시장 전반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미국 시각 기준 21일, 뉴저지주 지방법원에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자사 제품의 독과점적 지위를 악용하는 등 부정 경쟁 방지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뉴저지와 캘리포니아, 뉴욕, 미시간 등 16개 주 정부가 고소인으로 함께했다.

리사 모나코(Lisa Monaco) 법무부 차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혁신을 이끌던 위치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미래 기술을 위한 경쟁, 혁신을 보호하는 근간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전은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진행 중인 반 독점 소송전에 이어 2020년도의 두 번째 '빅테크 때리기' 조치로 풀이된다. 구글의 경우 모바일 검색 시장 독과점 문제, 인터넷 정보에 대한 독과점적 지위를 광고 시장에 적용하고 있다는 문제 등 두 가지 이슈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 대해 "사실과 법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이며 당사의 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또 "정부가 IT업계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위험한 전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게임의 슈퍼 앱화, 애플이 막아"…게임계 손 들어준 법무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사진=로이터

법무부가 소장에서 중요하게 거론한 화두는 '슈퍼 앱'이었다. 애플이 슈퍼 앱의 탄생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함으로서 소비자들이 한 앱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슈퍼 앱의 예시로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거론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클라우드',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등이 앱 마켓에 입점하려 하자, 애플은 이들을 '카탈로그형 게임 서비스'라고 규정하며 "앱에서 서비스하는 개별 게임이 각각 앱스토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정책을 내세워 입점을 사실상 금지했다.

반면 라이벌 빅테크들과 무관한 '로블록스'의 경우 카탈로그형 게임 서비스와 유사함에도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MS는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독과점 혐의로 고소하며 일어난 소송전에서 에픽 측의 증인으로 함께 했다.

에픽과 애플의 소송전은 올 1월, 미국 법원이 '애플은 앱 스토어 내에 외부 결제 시스템 탑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마무리됐다. 에픽 측이 이달 들어 '애플이 법원 판단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내자, MS는 메타 플랫폼스, X(옛 트위터) 등과 함께 법원에 "에픽 측의 주장이 합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MS는 이미 법무부와 구글의 소송전에서 법무부 측 핵심 증인으로서 구글을 공격하는 데 힘을 보탠 바 있다"며 "법무부가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게임을 주요 이슈로 거론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평했다.

◇"어머니에게 아이폰 사주세요"…'아이메시지' 겨냥한 고소장


'아이메시지' 앱에서 iOS가 보낸 메시지(왼쪽)과 타 OS가 보낸 메시지의 차이를 나타낸 예시 이미지. 사진=애플이미지 확대보기
'아이메시지' 앱에서 iOS가 보낸 메시지(왼쪽)과 타 OS가 보낸 메시지의 차이를 나타낸 예시 이미지. 사진=애플

게임업계와 애플의 오랜 갈등 외에도 법무부는 애플의 기본 메시지앱 '아이메시지' 또한 독과점을 남용한 사례로 봤다.

아이폰 이용이 보편적인 미국에서는 이른바 '녹색 거품'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iOS용 메시지 앱 '아이메시지'는 같은 iOS 이용자들의 문자는 파란색으로, 안드로이드OS 등 타 OS 이용자의 메시지는 녹색 거품으로 보내는 데서 나온 말이다. 특히 타 OS 이용자들은 이미지나 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첨부하는 것이 iOS 이용자에 비해 제한적이다.

메릭 갈랜드(Merrick Garland) 미국 법무부 장관은 애플에 소장을 제출한 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녹색 거품'을 거론하며 "애플의 정책이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안드로이드의 메시징 앱은 애플보다 열등하다'는 오해를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아이메시지의 기능과 '녹색 거품' 현상이 아이폰의 시장 독점, 소비자 종속을 노리는 애플의 노골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2022년 미국에서 열린 행사 '코드 콘퍼런스'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었다.

당시 콘퍼런스에 참여한 한 청중은 팀 쿡(Tim Cook) 애플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아이메시지의 기능적 결함으로 인해 어머니에게 보내는 문자에 동영상을 첨부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쿡 대표는 "어머니에게 아이폰을 사주세요"라고 응수했다.

◇'아이폰'만의 문제 아냐…애플워치·카플레이까지 소송 대상


'애플 워치 시리즈 9' 프로모션 영상 갈무리. 사진=애플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워치 시리즈 9' 프로모션 영상 갈무리. 사진=애플

아이폰의 시장 독점적 지위가 법무부 소송의 핵심 논제로 거론된 가운데 애플 워치 등 다른 하드웨어 관련 정책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애플의 제품 간 '배타성'은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문제점 중 하나다. 아이폰 등 iOS 기기들이 애플 워치와 연동됐을 때와 삼성 갤럭시 워치, 구글 픽셀워치 등 타사 스마트 워치와 연동됐을 때를 비교하면 기능 지원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애플은 스마트워치 시장 전체의 32%를 점유한 시장 1위 업체다. 2위를 차지한 삼성의 점유율은 10%로, 삼성은 애플의 '배타성'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부터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고 양사 스마트 워치에 통일된 OS를 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법무부는 iOS 기반 차량용 소프트웨어 '애플 카플레이', 아이폰이나 애플 워치 등과 연동되는 디지털 자동차 키 '애플 카 키' 등도 잠재적 문제로 지목했다. 애플이 향후 아이폰 등의 독점적 지위를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으로도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법무부가 애플의 정책을 다각도로 비판함에 따라 이번 소송전의 목표로 '애플의 기업 분할'까지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는 과거 1985년 통신사 AT&T를 상대로 제시한 반독점 소송의 결과로 법인 분리를 끌어냈다. 1998년 MS와의 반독점 소송전에서도 법인 분리가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는 MS에 독점 방지를 위해 5년의 제한 조치를 두는 선에서 소송이 마무리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법무부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이번 소송전이 20년 전 MS 법정 소송에 비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법무부 관계자 멘트를 인용해 "법무부는 애플의 사업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여기에는 기업 분할 또한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