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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찾은 '미래 산업'…우크라, 2년새 드론 기업 200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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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찾은 '미래 산업'…우크라, 2년새 드론 기업 200개 급증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 장관
"1000km 비행 가능한 드론 제조사만 10곳"
올해 330억원 투입 예정…세금 감면 등 병행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 드론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개전 이전 7개에 불과했던 드론 제조사가 2년 사이 2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 드론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개전 이전 7개에 불과했던 드론 제조사가 2년 사이 2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사진=AP통신·뉴시스
전쟁은 으레 산업과 경제의 황폐화를 가져온다고 하나, 일부 산업은 역으로 호황을 맞기도 한다. 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드론 산업으로 호황의 기회를 찾고 있다.

1일 영국 로이터와 프랑스 AFP 등 유럽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는 드론 생산을 핵심 산업으로 지정했다. 전쟁에 활용하기 위한 비대칭 전력은 물론 비전투 분야에도 활용, 전쟁 이후 핵심 산업으로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미하일로 페도로프(Mykhailo Fedorov)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산업에 있어 '드론'은 별도 카테고리로도 분류되지 않은 미미한 사업이었다"며 "이제 우크라이나는 1000㎞까지 비행할 수 있는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직선으로 약 760㎞로,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모스크바까지 날릴 기술력을 확보한 셈이다. 페도로프 장관은 "모스크바까지 비행할 수 있는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만 10개이며 이 중 9개가 민간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드론 산업 진흥을 위해 우크라이나는 부품 생산 세금 감면, 드론 생산 계약 과정을 간소화하는 등 법안 정비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에만 250만 달러(약 33억원)을 드론 생산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올해에는 지원금 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미하일로 페도로프(Mykhailo Fedorov)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부 장관.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하일로 페도로프(Mykhailo Fedorov)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부 장관. 사진=AP통신·뉴시스

데니스 시미할(Denys Shmyhal)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내 드론 생산 업체가 200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 내에서 드론 생산 기술을 가진 업체는 단 일곱 곳에 불과했으며, 전쟁 초기에는 중국·튀르키예산 드론을 주로 사용했다.

드론 스타트업 셀레브라(Celebra)의 야키브 오스타쉬(Yakiv Ostash) 대표는 네덜란드 매체 더넥스트웹(TNW)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어떤 경험도 없이 무작정 비행을 하며 정보를 수집했고, 이후 경험이 있는 이들과 힘을 합쳐가며 드론 개발에 나섰다"면서 "기술력이나 자본 면에선 부족할지 몰라도 실전 노하우가 있는 만큼, 우리는 이후 세계 최고의 드론 생산국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드론 제조사 스카이어시스트(Sky Assist)의 빅토르 로코트코브(Viktor Lokotkov)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250달러(약 34만원)짜리 전선과 프로펠러만으로 수백만 달러의 전차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 드론의 위력"이라며 "적을 조준하던 자율조준 기능을 비료 살포 등 농사에 활용하고, 적진을 정찰하던 탐색 기능을 재난 구조에 활용하는 등 다목적성 또한 드론이 가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드론 시장의 규모는 2023년 기준 110억 달러(약 15조원)로 전년 대비 25.2% 성장했다. 2030년에는 548억 달러(약 74조원)로 5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항공안전기술원(KIAST)에 따르면 한국에만 2022년 기준 345개 업체가 드론을 제조하고 있으며 4649개 업체가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제조협회장을 맡고 있는 바딤 유닉(Vadym Yunyk) ISR 디펜스 공동 설립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드론 산업 붐이 일어나 급격히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품까지 100% 국산인 드론 생산은 아직 불가능한 점 등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은 만큼 민관 전반에 걸쳐 투자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