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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MS '100조원 딜'…엑스박스·액티비전 블리자드 동반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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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MS '100조원 딜'…엑스박스·액티비전 블리자드 동반 침체

액티비전 인수 반 년…계속되는 신작들의 실패
올 초 1900명 감원 후 게임 운영 불안정성 강화
플스에 밀린 Xbox…대안으로 '개방 정책' 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754억달러를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사들였으나, 게임사업부는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엑스박스(왼쪽)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로고. 사진=엑스박스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로소프트가 754억달러를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사들였으나, 게임사업부는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엑스박스(왼쪽)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로고. 사진=엑스박스

게임사 인수에 100조원이 소요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세기의 빅 딜'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인수 발표 후 2년, 실제 인수 후 6개월이 흐르는 동안 본사의 게임 사업부, 액티비전 블리자드 모두 좋지 않은 소식만 이어지고 있다.

MS는 지난해 10월 13일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게임 사업부 자회사로 편입하는 형태로 인수 계약을 확정지었다. 2022년 1월에는 687억달러(약 93조원)으로 발표됐던 인수 대금은 최종 754억달러(약 102조원)로 확정됐다.

인수를 전후해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출시한 게임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미국 리뷰 통계 사이트를 살펴보면 2023년 6월 출시된 '디아블로 4'의 이용자 평점은 2.3점(10점 만점 기준), 8월 정식 서비스된 '오버워치 2'는 1.5점, 11월작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 리부트판은 2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블리자드가 '오버워치 2' 이용자 협력 PvE(Player vs Environment) 콘텐츠 개발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게이머들의 원성을 샀다. 블리자드는 당초 2022년, '오버워치' 원작을 '오버워치 2'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보다 높은 자유도, 게임 속 핵심 서사 등을 포함한 이용자 협력 PvE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디아블로 4 역시 출시 시점에는 평론가 평점 86점(100점 만점 기준)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게임으로 평가받았으나, 업데이트 과정에서 여러차례 잡음을 일으켰다. '모던 워페어 3'의 경우 평론 평점조차 56점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망작(망한 게임)'으로 취급받고 있다.

2023년 11월 3일 열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행사 '블리즈컨 2023'에 참여한 마이크 이바라 전임 블리자드 대표(왼쪽)와 필 스펜서 MS 게임사업부 대표. 이바라 대표는 행사 2달만에 대규모 감원 조치와 함께 회사를 떠났다. 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1월 3일 열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행사 '블리즈컨 2023'에 참여한 마이크 이바라 전임 블리자드 대표(왼쪽)와 필 스펜서 MS 게임사업부 대표. 이바라 대표는 행사 2달만에 대규모 감원 조치와 함께 회사를 떠났다. 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이와 같은 행보에 업계에서는 대체로 '예정된 일'이라는 평을 내리고 있다.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직후인 올 1월, 게임 사업부에서 1900명을 감원 조치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이바라 대표와 앨런 애덤(Allen Adham)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비롯한 경영진도 상당수 교체됐고, 구조 조정에 따른 게임 내외적 진통 또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오버워치 2 PvE 콘텐츠 개발 중단 또한 올 1월 있었던 대규모 감원으로 인해 이뤄진 조치였다. 이 외에도 블리자드 측이 약 100명의 개발진을 투입했던 신규 오리지널 IP 프로젝트 '오딧세이' 역시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에게 있어 희망이 될 수 있는 중국 시장 재진입도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블리자드는 당초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앞세워 중국에서 '국민 게임사'로 통용됐던 회사다. 그러나 2022년 들어 중국 현지 파트너 넷이즈와 계약 상 갈등을 일으킨 끝에 2023년 1월 서비스 계약이 갱신되지 않고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후 로버트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대표가 회사를 떠나자 중국 현지 매체에선 지속적으로 "블리자드가 넷이즈와 재협상해 중국 서비스 재개를 노리고 있다"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양 사 모두 계약 관련 발표나 서비스 관련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내놓진 않았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는 가운데 MS 게임 사업부의 중핵 엑스박스(Xbox)의 사정도 좋지 만은 않다. 지난해 콘솔 게임 라이벌 플레이스테이션(PS)과의 경쟁에서 사실상 '완패'를 겪으며 반등의 기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 5는 2023년 전체에 걸쳐 총 2270만대가 판매됐다. MS는 별도로 Xbox 시리즈 X와 S의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대체로 Xbox X·S가 지난해 약 800만대 전후로 판매된 데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MS는 반등을 위한 카드로 '개방 정책'을 꺼내들었다. 블리자드에서 20년 넘게 유지해오던 자체 유통망 '배틀넷' 독점 체제를 포기하고 '오버워치 2', '디아블로 4'를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연달아 유통했다. Xbox 독점작으로 출시한 '그라운디드', '펜티먼트' 등도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에 이식하는 등 시장 다각화를 노린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