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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外 최초…日서 애플월렛에 '마이넘버 카드'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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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外 최초…日서 애플월렛에 '마이넘버 카드' 등록

일본판 '전자 주민등록증', 아이폰에 추가
미국 외 지역으론 일본이 최초
마이넘버 카드 발급자 1억명
단점으로 꼽혔던 디지털 전환 가속

내년 봄부터 일본 거주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월렛에 디지털 신분증인 '마이넘버 카드'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을 제외한 타 국가에 적용되기는 일본이 처음이다. 사진=애플이미지 확대보기
내년 봄부터 일본 거주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월렛에 디지털 신분증인 '마이넘버 카드'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을 제외한 타 국가에 적용되기는 일본이 처음이다. 사진=애플
이제 일본판 주민등록증인 '마이넘버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아이폰에 디지털 '마이넘버 카드'를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일본 디지털청과 협력해 내년 봄부터 일본 거주자들이 애플월렛에서 마이넘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미국 외 지역에서 애플월렛(Apple Wallet)에 신분증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이들은 이 기능을 통해 아이폰의 애플월렛에 마이넘버 카드를 추가하고 실물 카드와 마찬가지로 편의점에서 공인인증서 등을 발급받거나 iOS 앱 '마이너포털'에 접속해 온라인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애플의 애플페이 및 애플월렛 담당 부사장인 제니퍼 베일리(Jennifer Bailey)는 “애플월렛의 신분증 기능을 미국 외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은 기존의 물리적 지갑을 간편하고 안전하며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모바일 지갑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애플의 비전에 있어 중요한 단계"라며 "내년 봄부터 애플월렛에서 마이넘버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일본 거주자들에게 아이폰에 내장된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신분증을 제시할 수 있는 편리하고 원활한 방법을 제공하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애플 CEO인 팀 쿡(Tim Cook)의 리더십 아래 마이넘버 카드의 기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대담한 시도를 애플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신분증인 마이넘버 카드는 1억명 이상의 일본인이 신청해 다양한 민관 온라인 서비스를 비롯해 약 6만개가 넘는 편의점에서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난이나 응급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디지털청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안전하고 편리한 디지털 사회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행정 서비스의 디지털화가 늦는 일본에서 아이폰에 마이넘버 카드를 탑재하는 것은 디지털 신원 인증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일대 사건이 될 전망이다. 마이넘버 카드는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단순히 디지털 주민등록증을 넘어 공인인증서 기능까지 담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에 민감한 일본인들이 발급을 꺼리면서 마이넘버 카드 보급 계획은 수 년간 지지부진했다. 일본 내각부가 2018년 10월 11일 - 21일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53%가 마이넘버 신청을 안 했을 정도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마이넘버 카드의 보급 속도가 급물살을 탔다. 일본 정부가 마이넘버 카드가 없으면 온라인으로 1인당 10만엔가량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는 5003만장이 발부됐는데 이는 일본 전체 인구의 39.5%에 달하는 수치다.

2021년 11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발표한 55.7조엔 규모의 경제부양책 중에는 마이넘버 카드 소지 및 신청자에게 5000엔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2022년 6월부터 마이넘버 카드에 건강보험증 및 은행계좌를 등록하면 각각 7500엔 상당의 포인트를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한 노력 끝에 2022년 8월 25일, 마이넘버 카드 발급 신청자 수가 50%를 넘었으며 2023년 3월 1일 기준으로 마이넘버 카드 발급자 수가 일본 국민의 75%를 달성했다.

현재는 약 1억명의 일본 거주인이 마이넘버 카드를 발급받았고 일본 정부가 오는 12월 2일부터 현행 종이 의료보험증을 더 이상 발행하지 않고 마이넘버 카드로 통합 운영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마이넘버 카드의 사용률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4월 9일 마이넘버 카드에 건강보험증 기능을 탑재한 '마이너보험증' 이용률이 3월 말 시점에서 5.4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잇단 결함과 그에 따른 사고도 마이넘버 카드의 사용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간 일본에서는 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마이넘버 카드로 증명서를 출력할 때 타인의 증명서 등이 출력되는 버그가 잇따라 발견됐다. 또 마이넘버 카드와 연동해 국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공금수취계좌'에 본인이 아닌 가족 명의로 등록하는 등의 오등록과 타인의 연금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되는 등 다수의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만 마이넘버 카드와 시민들의 공금수취 계좌가 잘못 연동되는 등 900건 이 넘는 문제가 잇따르자 내각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제는 1억명 가까운 사람이 발급받았고, 일본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중 절반 이상이 아이폰을 사용할 만큼 아이폰 보급률이 높기에 애플월렛에 마이넘버 카드가 연동되는 것만으로도 일본인의 디지털 신분증 활용성이 대폭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