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사업을 위해 이동통신 3사에게 납부하는 '망 도매대가' 인하가 정부에 의해 추진된다. 빠르면 올가을부터 인하 폭이 요금제에 반영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도매대가 인하가 이뤄졌던 것은 지난 2022년으로, 당시 음성 도매대가는 1분당 6.85원, 데이터는 1MB 당 1.29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6%, 19.8% 인하된 바 있다.
그동안 가계 통신비 절감을 이유로 정부가 이동통신 3사를 압박해 '5G 저가 요금제' 신설과 '전환 이동금' 지원을 비롯해 알뜰폰의 부정 개통을 막는 정보보호 가입 조치 강화 등을 끌어내면서 알뜰폰 업계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돼 왔다. 여기에 제4 이동통신사의 출범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며 알뜰폰 업계에서는 '수세'에 몰렸다는 아우성이 이어졌던 터라 마른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인하 폭이 2022년처럼 10%대에 그친다면 사실상 통신비 인하 체감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망 도매대가 산정이 처음 이뤄졌던 2012년에는 음성 1분당 54.5원, 데이터 1MB당21.6원의 인하가 이뤄졌지만 지난 10년 사이 인하 폭은 각각 87.4%, 94% 감소했다. 매년 인하 폭은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2022년 이후로는 협상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2년분의 인하 폭을 반영해 최소 30%의 도매대가 인하가 이뤄져야 알뜰폰 고객들도 가격 인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도매대가 협상이 없었던 해의 인하분까지 이번 마지막 협상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업계 전반에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알뜰폰 업계에서 주력으로 내세우는 6, 7, 11기가 밴드 데이터 요금제에 대한 인상이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당 요금제는 수년 동안 인하율이 반영되지 않았는데 주력 상품 요금제가 인하돼야 업체와 고객이 알뜰폰 취지에 맞는 통신비 인하 혜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업체를 운영 중인 B 씨는 "알뜰폰 업체는 저렴한 요금제 외에도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 중이다. 특히 보안 강화를 위한 개발과 AI 접목을 통한 고객센터의 수준 향상으로 점점 서비스의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매대가 산정에 있어 조금이라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번 마지막 도매대가 인하 폭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반드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2년간의 인하 폭을 함께 적용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비췄다.
한편 도매대가 협상에 이통 3사가 모두 나서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현재 도매대가 산정 협상은 SK텔레콤이 전면에 나서 인하 폭을 결정하면 KT와 LG유플러스가 이와 비슷하게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알뜰폰 업계는 이러한 구조를 바꿔 3사 모두 동시에 도매대가 산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경쟁'을 유도해 도매대가 인하폭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인 것. 실질적인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대부분의 시선이나, 그만큼 알뜰폰 업계가 경쟁력 확보에 절실하다는 시선이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