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과거, 치부, 사건 사고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이슈 유튜버,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연예인은 물론 동종 업계인인 유튜버를 상대로 허위 사실 유포, 협박, 금품 갈취 등을 자행한 점이 드러나 형사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유튜버 '쯔양'의 공식 채널에는 최근 "일부 공론화된 사건에 관해 쯔양님을 피해자로 기재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지가 게재됐다. 해당 게시물은 쯔양의 법적대리인 태연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의 명의로 작성됐다.
구체적으로 유튜버 '구제역'과 '전국진', 유튜브 채널 '범죄연구소' 운영자, 그리고 익명의 협박자 등을 고소 대상으로 거론하며 "쯔양님에 대한 공갈 등에 가담한 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는 경우 선처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쯔양은 2018년부터 '먹방' 전문 유튜버로 활동을 개시, 구독자 1040만명을 모으고 홈쇼핑까지 진출해 '먹방계의 대모'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달 10일 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녀가 타 이슈 유튜버들에게 과거사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천만원을 갈취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쯔양은 11일 태연법률사무소 변호사들과 함께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과거 소속사 대표이자 남자친구였던 A(가칭)으로부터 불법 촬영 영상 유포를 빌미로 한 협박, 폭행, 소속사 강제 계약 등의 피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쯔양 측이 A씨를 형사 고소하고 처벌이 확실해지자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쯔양은 "지난 5년 동안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이 일이 언젠가는 알려지지 않을까 항상 생각해왔다"면서도 "직원과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숨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언급한 10일 폭로 방송에 따르면 구제역은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5500만원대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러한 사실을 전국진 등 타 이슈 유튜버들과 공유하며 "이걸 터뜨리면 쯔양은 하차해야한다" 등 발언을 했으며 전국진에게는 300만원 가량의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 유튜버들은 1인 미디어 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사이버 렉카'로 불리며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사이버 렉카란 구난차(견인차)를 뜻하는 속어 '렉카(Wrecker)'에서 따온 말이다. 교통 사고가 터질 때 거마비를 노리고 사설 구난차들이 나타나듯, 유명인의 부정적 이슈가 터지면 구독자 확보 등 수익을 챙기려는 이슈 유튜버들이 나타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튜브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을 살펴보면 "쯔양이 정말 고생 많았다", "힘든 시간을 잘 버텨줘서 고맙다", "피해자가 카메라 앞에서 자기가 당한 걸 다 설명하는 고역을 겪어야된다니", "이걸 터뜨리면 쯔양이 하차해야 한다니, 진짜 나쁜 사람들"이라며 쯔양 측을 옹호하는 한편 이슈 유튜버들을 비판하는 반응이 상당수다.
쯔양 사건이 공론화됨에 따라 이슈 유튜버들의 '선을 넘는' 행동에 법적 처벌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민사 고소를 당한 연예인 전문 이슈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채널의 운영자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올 1월 민사 1심에서 패소했으며 형사 재판 또한 진행되고 있다.
국회 방송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도 쯔양 사건이 공론화돼 "선정적, 폭력적 콘텐츠로 돈을 버는 유튜버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나왔다. 이에 유튜브 측은 15일을 기점으로 구제역 등의 유튜브 채널에 수익 창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했다.
검찰도 사이버 렉카 문제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악성 콘텐츠 게시자에 대해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고 범죄 수익 환수,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며 적극적 구속 수사, 여러 건의 범죄에 대한 병합 수사 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엔터테인먼트 전문으로 등록된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쯔양 사건의 경우 과거사 등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만으로 충분히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있다"며 "그 결과 금전을 갈취하였다면 형법 상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평했다.
아울러 "문제가 되는 유튜버들이 공갈 행위에 공모하는 등 공동 범행한 것으로 판단되면 가중 처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며 "명예훼손성 유튜브 콘텐츠 수익과 갈취한 금액 모두 범죄 수익으로서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속 수사 가능성에 대해선 "대상 인물 대부분 신원이 알려져 있으며 주거 또한 명확해 보이는 만큼 당장 구속 수사의 대상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해명 과정에서 거짓 주장을 거듭하거나 증거 인멸, 조작 등을 시도할 정황이 보인다면 구속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