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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00억 명 이용…'시민의 발'로 40년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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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00억 명 이용…'시민의 발'로 40년을 달렸다

[글로벌이코노믹=김정일 기자, 정상명 기자]

지난 1974년 첫 개통된 우리나라 지하철은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된 지 110년가량 뒤늦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지하철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노선으로 한해 25억 명이 넘는 승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제 시민들의 발이 돼 곳곳을 누비고 있는 지하철이 내달 15일 개통 40주년을 맞는다. 이에 글로벌이코노믹는 우리나라 지하철이 지금까지 달려온 발자취와 그로 인해 달라진 우리 생활 등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숫자로 본 서울지하철

지난 1974년 8월15일 광복절에 개통한 지하철은 영업거리 7.8km, 역수 9개, 수송인원 23만명(일), 차량수 60량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4년 현재(2월 기준) 영업거리 137.9km로 18배, 역수 120개로 13배, 수송인원 418만명으로 18배, 차량수 1954량으로 33배로 증가하며 수도권과 서울을 잇는 명실상부 시민의 발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은 개통 당시 23만명(일)의 수송을 목표로 했다. 이는 지난해 강남역(135,595) 일평균 수송승객에 2배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1984년 5월 지하철 2호선 순환노선이 완전 개통되면서부터 이후 수송인원은 급격히 늘어나 현재는 하루 평균 417만 명을 실어 나른다.

누적승객이 100억명을 돌파한 1993년 이후에는 약 7년 단위로 100억명의 승객이 누적되는 모습을 보였다. 누적 수송인원은 1974년 개통 이후 20년만인 1993년에 약 100억명을 달성, 2000년에 200억명, 2007년에 300억명, 올해 2월에는 400억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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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인원이 가장 많은 역은 대한민국의 관문인 서울역(32,381)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젊음의 거리로 상권이 몰려있는 홍대역(31,029)과 강남역(30,300) 순이다.
일평균 가장 승하차 인원이 많은 역은 강남역(214,355)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는 잠실역(150.136), 신림역(146,107)이 뒤를 이었다.

이용객 증가에 따라 지하철 운수수입도 늘어났다. 개통 당시엔 운수수입 500만원(일), 기분운임 30원으로 운행을 시작했지만 현재 운수수입은 24억5600만원으로 491배, 기본운임 1050원으로 35배 가량 증가했다.

◆지하철 안 풍경 이렇게 달라졌다

지하철은 대표적인 시민들의 교통수단 중 하나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통해 그 나라의 사회문화코드까지 읽을 수 있다. 초기 지하철은 지난 1968년 폐지된 노면전차로 인해 대중교통을 잃은 서울 도시 노동자들에게는 일터로 이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이후 지난 1980년부터 서울 지하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같은 해 10월 지하철에는 냉방장치가 설치됐고, 12월 2호선 역삼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생겼다. 특히 1982년 문을 연 강남역은 역사 안의 대형쇼핑센터와 냉방시설, 분수 등으로 인해 당시 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서울지하철종로선1974년8월15일개통식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지하철종로선1974년8월15일개통식
이와 함께 1984년 2호선과 1985년 3,4호선의 개통은 서울 시민과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며,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힘을 보탰다.

기존의 시민들의 운송수단에 불과했던 지하철이 상업중심지와 만남의 장소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당시 운송수단으로서만 역할을 하던 지하철은 지난 1990년대에 이르러 무가지와 스포츠신문이 유행을 타고 지하철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버려진 신문들을 수거하는 사람들 또한 1990년대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로써 지하철은 직장인들의 출근길에 신문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는 공간으로서의 모습까지 갖추게 됐다.

20세기로 들어선 서울의 지하철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날 지하철은 이른바 스마트폰 세상으로 불리고 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지하철 안팎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책이나 신문이 지하철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도 이 시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뉴스, 음악, 영화 등 모든 것을 스마트폰이 담당하게 됐다.

최근 들어서는 노약자석의 승객들도 여기에 합류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책 읽는 지하철’이라는 캠페인을 열고 지하철 내에서 잃어버린 독서문화를 다시 되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지하철, 단순 운송목적이 아닌 승객 눈높이 맞춰 진화

지하철이 도입된 지난 1974년만 하더라도 전동차는 단순 운송수단 가치 이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철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이용 승객의 니즈에 맞춰 변화해갔다.

단순한 운송수단에서 벗어나 좀 더 편의성을 갖춘 이동수단으로 진화해 간 것이다. 서울메트로 차내 방송장치의 경우 초창기에는 녹음테이프 방식으로 가동됐다. 이는 승무원이 수동조작으로 일일이 송출해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음질의 저하라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방송장치는 시간이 흐르면서 IC메모리 방식을 거쳐 현재는 MP3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현재 전 차종에 적용돼 디지털방식의 음원 송출을 통해 음질의 향상과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기관사의 편의를 도모했다.

이와 함께 전동차를 움직이는 전기 에너지의 효율 개선 방안을 적용한 전동차가 도입됐다. 1974년 초창기 개통된 지하철은 일본에서 도입된 '저항 전동차'였다. 이 전동차는 일정한 전압 아래 저항값에 변화를 줘 전동기의 회전 속도를 제어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는 전동차 감속 시 저항값을 높임에 따라 다량의 열 에너지가 방출되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에너지 효율을 높인 '쵸파 전동차'를 거쳐, 현재는 'VVVF(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 인버터 전동차'가 도입됐다. 현재 이 지하철은 1~4호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저항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에어컨 용량을 늘릴 수 있어 승객 탑승시 쾌적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7호선휠체어전용공간이미지 확대보기
▲7호선휠체어전용공간
여름철 냉방에도 혁신적인 발전이 있었다. 초창기 지하철에는 에어컨이 아닌 선풍기가 설치됐다. 한량 당 6대씩 장착된 선풍기는 한여름 찜통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현재는 VVVF의 도입으로 공간 확대와 효율이 개선돼 에어컨이 모든 전동차에 설치 돼 있다.

여기에 전동차는 기술적 향상 뿐만 아니라 문화적 수단을 제공해 보다 높은 수준의 승객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의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주5일제의 도입으로 주말 여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전동차에도 이러한 문화코드가 반영됐다. 지난 2009년 3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에너지, 교통정체 등의 문제를 감안해 녹색 교통수단인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와 철도 연계 등이 국무회의에서 검토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 9월부터 호선별로 전동차 전·후부에 5개씩 편성된 전동차 20개, 40량이 운행을 시작했다. 자전거석이 추가됨에 따라 공휴일과 일요일에 한해 전용칸에 자전거 휴대탑승이 가능해졌다.

또한 지하철 5·6·7·8 호선에서는 노약자, 어린이 승객을 위한 시설 개선을 실시했다. 지난 2008년 9월부터 바닥면을 기준으로 기존 손잡이(167cm)보다 7cm낮은 '객실 내 낮은 손잡이'를 설치해 승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7호선개방형통로문이미지 확대보기
▲7호선개방형통로문
아울러 인통문(객실간 통로문) 개선작업도 이뤄졌다. 기존 전동차에는 차량 사이를 이어주는 문이 존재했다. 그 공간은 완전한 밀폐가 되지 않아 열차 밖의 먼지 등이 유입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7호선 전동차는 이를 개선해 통로문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차량 외부의 먼지 유입을 차단, 승객의 차량 간 이동편의와 냉난방시 대류 순환을 개선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도 도입됐다.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제공을 위해 지난 2003년 12월~2006년 6월까지 휠체어 전용공간 설치를 완료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로 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