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프리즘]‘닮은 듯 다른’ 현대그룹과 동부그룹 구조조정 발표 그 후
“스포츠나 경영이나 결국 타이밍 싸움이야~!” 인천아시아게임이 현재 한창인 가운데, 스포츠에서나 경영에서나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덕목 중 하나가 바로 ‘타이밍’이다. 이 타이밍 때문에 한쪽은 웃고 한쪽은 울상인 기업이 있다. 바로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과 김준기 회장의 동부그룹이다.사실 동부그룹과 현대그룹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끈 기업들이다.
자구안을 먼저 발표한 곳은 동부그룹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당초 ‘알짜 매물’로 알려지면서 여러 기업들이 군침을 삼켰던 동부당진발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삼탄이 최근 계약금까지 치른 상황에서 포기를 선언해 매각은 ‘원점’이 됐다.
동부그룹이 자체 구조조정을 발표할 때가지만 해도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 당진 등의 주요 ‘알짜’ 계열사가 매각 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동부그룹 손에 쥐어진 것이라고는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건설이 갖고 있던 동자동 오피스빌딩 매각으로 확보한 4440억원 이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을 정도로 현재 상황은 지난해 11월과 별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곤두박질쳤다.
이어 보름 만인 지난 7월11일 한국기업평가도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이 'B+'로 하향되는 등 동부그룹 주요 비금융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했다.
여기에서도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인천스틸의 동반 매각을 포함한 동부그룹의 주요 자구계획 실행이 지연됨에 따라 유동성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시장의 한목소리였다.
동부제철의 경우 자율협약 개시로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만 회사 자체의 유동성 대응능력은 상당부분 훼손됐다는 평가다. 이 대목에서는 동부그룹의 계열사 매각 ‘타이밍 실패’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팔릴 만한 자산을 신속하게 내놓아야 하는데 동부는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을 정도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발표 직후인 지난 12월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이행과 관련해 지연 및 축소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그 일례로 동부인천스틸 매각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올해 초 채권단은 중국 등에 매수자를 물색했으나 실패하자, 포스코가 유일한 ‘희망’으로 남아있던 상황에서 김준기 회장에게 장남 남호씨가 가지고 있던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요구했다. 이를 김 회장이 거부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사실 동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김준기 회장이다. 김 회장은 동부CNI 지분 12.4%, 동부인베스트먼트 지분 100%, 동부인베스트먼트 100%, 동부화재 7.9%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동부CNI는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동부메탈 등의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금융계열사의 핵심인 동부화재는 동부증권과 동부생명의 최대주주(각각 19.92%, 92.72%)이다.
또한 아들인 김남호 부장도 동부CNI 지분 18.6%, 동부화재 14.1%, 동부제철, 8.8%, 동부증권 6.4%, 동부건설 3.6% 등을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탄탄한 상황이다. 자산 매각 등의 부분에서 김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최근 동부그룹 채권단으로부터 지적됐다.
최근 동부제철 경영정상화와 관련 채권단이 김준기 회장에게 동부제철 주식의 우선매수권을 줄 수 없다고 의견을 모은 것. 채권단은 김 회장 등에게 부실 경영책임을 물어 기존 주식을 100대 1로 무상감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 지분의 36.94%를 보유(특수관계인 포함)한 김 회장의 동부제철 경영권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을 발표한지 10개월이 다 돼가지만 자산 매각 등이 여의치 않으면서 위기 탈출도 지연되는 모습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반면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사정이 다르다.
현대그룹도 동부그룹에 이어 지난해 12월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의 금융사 3곳과 반얀트리호텔 등의 자산 매각을 통해 3조3000억원 유동성 자금을 마련한다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현대그룹 측은 당시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였다. 현대그룹이나 현 회장의 고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때가지만 해도 현대그룹의 구주조정 계획에 시장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 대체적이었다. 일부에서 ‘현대그룹이 38년 된 그룹의 핵심 금융사인 현대증권까지 팔겠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고, 주요 사업 계열사인 현대상선, 현대아산 등이 최근 해운업 장기 불황과 대북사업 중단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에 대한 ‘탄성’이 작용했던 것.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2월5일 금융감독원 조영제 부원장까지 나서 현대상선 등의 신속한 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촉구하기도 했을 정도. 유창선 현대상선 사장에 적극적인 자산매각 등을 주문한 것.
이에 시위라도 하듯 현대그룹은 2월 중순 현대상선 LNG 운송사업을 1조1000억원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며 구조조정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현대그룹은 지난 7월17일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 코퍼레이션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60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현대상선은 상·하반기 2차에 걸쳐 1170억원을 조달하는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LNG운송사업부 매각으로 9700억원, 부산신항 터미널 투자자 교체를 포함한 사업부문을 매각해 총 1조2200억원을 확보했다.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으로 채권단으로부터 선유입금으로 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KB금융지주 지분·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해 3503억원을 모았다.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1803억원 등을 통해 총 2조7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구조조정 발표를 한지 불과 9개월만에 이룬 성과다.
현대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이번 ‘학습효과’를 토대로 재도약을 위한 체제 개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지난 24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사내등기이사인 이백훈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을 신임 각자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백훈 신임대표와 현 이석동 대표가 이끄는 투톱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회사 측은 “유례없는 해운업의 장기불황으로 경영의 어려움이 심화돼 최근까지 과감한 자구추진 등 경영정상화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이제부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구축하고 턴어라운드 국면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전 임직원들이 총력을 다해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판단해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최근 글로벌 불황에 따른 주력 사업인 해운 등의 업황 침체와 그룹의 구조조정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여기에는 위기 때 마다 ‘정공법’으로 즉시 돌파하는 현 회장의 ‘현다르크 리더십’이 힘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적제적소의 ‘타이밍 경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현대그룹이 ‘내나 파는’ 구조조정만 한 것이 아니다. 내실경영을 위한 체제 전환도 최근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다.
최근 현 회장이 그룹의 복잡한 출자순환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사실상 현대글로벌을 지주사로 전환시킨 것.
지난 24일 현대상선(24.8%)과 현대유엔아이는 종전까지 가지고 있던 현대글로벌 주식 전부를 현 회장 일가에 팔았다.
여기에 현 회장은 현대유엔아이가 갖고 있던 현대글로벌 지분 8.1% 사들이는 한편 나머지지분은 장남 정영선씨 등을 통해 매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로지틱스 매각으로 사실상 현대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현대글로벌 지분 구조는 현 회장이 91.3%, 큰달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7.9% 등을 모두 합쳐 100%로, 현 회장 오너일가 회사로 바뀌게 됐다.
이로 인해 현대그룹은 이전까지 그룹 내에서 순환출자 부담을 떠안았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어깨도 가볍게 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두게 됐다. ‘타이밍’이 현대그룹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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