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26일 자체 개발한 인·적성검사인 '해치'를 발표했다. 이는 최근 대기업 사이 유행하고 있는 자체 직원 선발 프로그램으로 공통적으로 인문학 분야가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해치'를 통해 '현대맨' 하면 떠오르는 추진력 강한 직원상을 발굴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종합의사결정 부문을 추가해 획일적인 채용 시험을 넘어 현장에서 '즉시전력'으로 쓰일 수 있는 고객관리 등을 검증하기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해치에서 적극의지, 강인한 추진력으로 대변되는 현대정신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평가한다는 복안이다.
정주영 회장은 지난 1972년 현대중공업을 창립한 후 매사 직원들에게 ‘대범함과 강한 추진력’을 주문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 회장은 자신의 좌우명인 '一勤天下無難事(일근천하무난사, 부지런만 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를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자식들에게는 물론 직원들에게 몸소 실천하며 마음 한 자리에 그 정 신을 심어줬다.

이를 토대로 정 회장은 생전에 사람(직원)을 뽑거나 쓰는 데 있어 스펙보다는 인성과 추진력 등을 중시했다. 이를 방증하는 자료가 바로 지난해 CEO스코어 조사에서 현대중공업 임원의 학력이 다른 대기업들의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의 비중이 높은 데 반해 부산대 출신이 17.2%(1위), 울산대가 9.9%, 영남대가 7.9%로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대맨'으로 상징되는 현대그룹의 직원상은 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였던 자동차, 건설, 조선 사업 특성상 꼭 필요한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 회장의 '현대맨 정신'은 오늘에도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등에도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이자 '영원한 현대맨, 영원한 정주영의 후예'를 자처하는 권오갑 회장도 직원들에게 '정주영상'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중순 사내 게시판에 “고(故) 정주영 창업자님께서는 조선소도 없는 상태에서 백사장 지도만으로 선박을 수주하여 현대중공업을 창업하셨다"며 “현대중공업을 창업하신 고(故) 정주영 창업자님과, 우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을 생각하면서 현대중공업 구성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정신적인 근간인 '정주영 정신'이자 권 사장이 요구하는 직원상이기도 하다.권 회장은 이번 새 채용방식을 통해 '현대맨 정신'의 계승을 넘어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전통적인 '현대맨'을 중용하겠다고 나선 배경은 최근 실적 부진 등의 위기 상황을 강인한 추진력 등으로 극복해내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이코노믹 박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