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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차세대 먹거리 사업'...국내 조선업계, 크루즈선 사업 '남는 장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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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차세대 먹거리 사업'...국내 조선업계, 크루즈선 사업 '남는 장사' 아냐

크루즈 설계 전문 인력 태부족...수익성도 약해 사업 진출 사실상 포기
대선조선이 건조한 카페리 여객선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이미지 확대보기
대선조선이 건조한 카페리 여객선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글로벌이코노믹 남지완 기자] '별로 남지 않는 크루즈 사업에 진출해야 하나'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꼽히는 크루즈선 사업이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크루즈선은 유럽에서 건조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국내 '빅3'가 국내에서 건조하면 별로 남지 않는 장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빅3'의 건조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선 분야에만 올인하는 모습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2011년 이후 7년만인 2018년 조선 수주 물량에서 세계 1위를 되찾았다. 그러나 국내 조선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LNG선 건조에 매달려 있고 고부가가치 크루즈선 건조는 남의 나라 얘기였다.

'빅3'의 주력 선종 LNG선 가격은 1척당 2억달러(약 2200억 원)인데 비해 크루즈선은 5억~10억달러(약 5500억~1조1000억 원)에 이른다.

크루즈선 선가가 높지만 2017년 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한 크루즈선은 단 한 척도 없다. 국내 조선업계는 크루즈선(30만톤 이상)보다 작은 규모인 카페리선(2만~3만톤)만 수주 했을 뿐이다.

국내 중형 조선사 대선조선은 2018년 5월 크루즈형 카페리선을 한일고속페리에 인도했으며 현대미포조선도 같은 해 9월 여객선 운항 선박업체 씨월드고속훼리로부터 카페리선을 수주했다.

조선업 관계자는 “선주들은 유럽산 자재(가구 및 편의시설)를 선박에 설치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국내 조선소는 유럽업체 자재를 국내까지 조달하려면 이에 따른 비용이 막대하고 크루즈 전문 설계 인력도 부족해 선사들 요구를 맞추기 어렵다”며 크루즈선 건조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한 예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지난 2011년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 카니발 소속 아이다 크루즈(Aida Cruises)로부터 크루즈선 2척을 수주했지만 척당 2조5000억 원 손실을 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선주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인도일이 늦어서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빅3가 2010년 초에 모여 크루즈선 건조 및 운행에 대해 많은 토론을 거쳤고 투자 계획도 있었지만 검토 과정에서 수익성 여부가 불투명해 빅3 모두 여객선 부서를 폐쇄했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LNG선 수주에 힘입어 세계 1위 조선소라는 명목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역설적으로 빅3는 LNG선 등 초대형 유조선을 제외하면 수익 창출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조선소에 크루즈 건조기술이 있지만 발주처는 크루즈 관광업계(유럽)와 거리가 가깝고 크루즈선 건조 경험이 많은 조선소를 선택할 것”이라며 한국 크루즈 산업 현주소를 지적했다.


남지완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