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의 스틸 스토리] 친환경 기술 확보 총력전 펼치는 글로벌 철강사

중국에서 생산되는 석탄과 철광석은 품질이 낮다. 이것을 녹여 철근을 생산하는 철강공장이 부지기수였으니 탄소배출은 엄청나다. 이런 환경을 깨끗이 밀어내려는 정책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형 철강기업을 중심으로 합종연횡하고 저급한 고로시설들은 과감히 도태시키고 있다. 그리고 최신예 설비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보인다.
세계 철강생산량 1위인 바오우 그룹의 탄소감축은 저탄소 원료의 사용과 전기로 설비로의 교체가 골격을 이루고 있다. 탄소감축에 가장 먼저 손을 본 지역은 유럽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철강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랭킹 2위의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은 탄소감축은 보다 기술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을까.
아르셀로미탈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세계 2번째(2020년 기준)로 큰 철강그룹이다. 2006년 아르셀로와 미탈철강의 합병으로 탄생한 이후 자동차, 건설, 가전제품, 포장에 사용되는 철강재를 1억t 이상 공급해오다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량을 7846만t 수준으로 낮추었다. 규모의 경쟁에서 탈피해 질의 승부수를 둔 것이다.

◇전 세계에 포진한 철강공장들의 탈탄소에 주목
아르셀로미탈의 본사는 룩셈부르크시에 있지만 철강공장은 유럽지역을 비롯해 아시아·아프리카·미국·중남미 등 전 세계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주요 공장들의 면면은 나름의 명성을 지닌 철강강자들이다.
룩셈부르크의 아르베드(Arbed)를 비롯해 스페인의 아세랄리아, 세스타오, 그리고 프랑스 유지노, 루마니아의 시덱스, 체코의 노바헛, 폴란드의 포라스틸, 남아공의 이스코르, 카자흐스탄의 카르멧, 미국의 인랜드, 캐나다의 시드벡, 중남미의 트리니다드제철소 등 2000년대에 인수 합병한 공장들을 설비 합리화시켜 엄청난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이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철강 생산량을 연간 7846만t으로 줄였다. 설비감축은 종사자의 감축과 직결되는 양상이지만 아직도 아르셀로미탈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전 세계 60개국에서 31만 명이 넘는다.
주목할 만한 제철소는 중남미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소재한 트리니다드 제철소이다. 이 공장은 철광석 대신 직접환원철(DRI)을 사용한다. 아르셀로미탈은 탄소감축을 위해 고로에서 DRI공법으로 전환한다는 대 정책을 내놓았는데 바로 트리니다드의 제강 생산법이 전 세게로 전파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장이다.
미국 「포춘」誌가 미탈을 ‘21세기의 헨리 포드’로 비유했던 2000년대 초반의 명성에 걸맞게 탄소감축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 주목할 만한 기술이 바로 DRI공법이다. 이 공법은 이미 미국의 뉴코나 일본의 동경제철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철광석 대신 펠렛과 같은 원자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탄소배출은 상대적으로 낮다.
과거에 철강기업들은 무자비하게 M&A했던 시절, 미탈 회장은 3대 원칙을 세운바 있다. △기존 회사와의 시너지 극대화 가능성 △저(低)원가 생산 가능성 △고(高)부가가치 생산 잠재력 등 3가지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철강선진국 기술팀을 총동원해서 구식의 철강공장을 첨단공장으로 개조했다. 그 결과, 부실기업을 흑자회사로 돌려놓는 재주를 보였다.
이 전략은 탄소감축 전략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수익창출이 근본이기 때문이다.

◇100억 달러 투입 직접환원철공법 적용
2030년까지 탄소배출 25% 감축 대열에 동참해야 하는 아르셀로미탈의 전략중 가시적으로 나타난 핵심내용은 제철공정에 사용되는 원료를 ‘직접환원철’(DRI)과 ‘스마트 카본’ 기술로 대처하는 것이다. 이 결정에 따라 아르셀로미탈과 관련된 철강회사와 광산회사들은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아르셀로미탈은 탄소감축 대상을 두 가지로 삼았다. 첫 번째 탄소감축 대상은 회사가 △소유하고 통제하는 모든 출처에서 직접 온실가스(GHG)를 배출하는 경우 △회사가 소비하는 에너지생성과 관련된 간접 배출이다.
아르셀로미탈의 ‘기후 행동 두 번째 보고서’에는 2050년까지 철강 1t당 이산화탄소 1.54t 배출(2018년 2.06t)을 달성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순 제로 제강기법의 로드맵을 다섯 가지로 축약했다. 그 첫 번째는 제강방법의 변환이다. 아르셀로미탈은 향후 10년 동안 대규모의 투자를 통해 철강 제조시스템을 크게 큰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는 향후 100년 이상 볼 수 없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변화의 첫 번째 단계는 석탄사용을 천연가스(DRI 플랜트)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녹색 수소를 위한 DRI공법을 사용하는 방안이다.
DRI는 고체상태에서 광석 또는 다른 철 화합물의 산소를 제거하게 된다. 또 녹색 수소를 식물에 공급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아르셀로미탈의 순 제로 제강방법은 전기아크로에 의한 DRI공법의 개발이다. 이 회사가 발표한 ‘전기아크로(爐) DRI프로젝트’는 스페인 기혼의 2.3m t/y 수소 구동 DRI 장치와 새로운 하이브리드 전기아크로(EAF)가 포함되며, 스페인 기혼의 탄소배출량을 50% 규모로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스페인에서 아르셀로미탈의 탄소배출량은 총 8.8m t/y에 달했다.
직접환원철(DRI)은 스페인 세스타오제철소에서 운송되어 두 개의 전기로(EAF)에 원료로 사용, 철강재를 생산하게 된다. 이 회사의 탄소배출은 2025년까지 1.6m t/y으로 예상함으로써 최초의 탄소제로 배출 철강공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레로 프로젝트 가동
또 하나 주목되는 부문은 ‘스마트 카본’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토레로’라는 원형 탄소 프로젝트 기술에 포함된다. ‘토레로 프로젝트’는 폐목재와 폐플라스틱에서 바이오매스의 물과 휘발성 함량을 감소시키고 열화학적 공정을 통해 재생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벨기에 겐트에 소재한 아르셀로미탈의 철강공장에서는 폐기물 목재를 재생 에너지로 변환하는 ‘토레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의 ‘DRI’와 ‘스마트 카본’은 아직 완전한 기술력과 상업적 입증이 되지는 않았지만 성과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탈탄소 철강을 위해 직접 전동분해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기술은 전기를 사용하여 산화철을 철 금속과 산소 가스로 직접 분해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아르셀로미탈의 고민은 엄청난 투입자금이다. 탈 탄소를 위한 정부지원 자금은 아르셀로미탈의 철강기업들이 소재한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녹색 수소를 가속화하고 있는 스페인에서는 세계 최초의 탄소제로 배출 철강공장 추진을 적극화 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의 여건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르셀로미탈은 에너지 변환도 꾀하고 있다. 이것은 탄소가 많이 방출되는 화석연료를 녹색 수소, 원형 형태의 탄소 및 CCUS 기술과 같은 저탄소 및 제로 탄소배출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제강 과정에서 청정전기와 철 스크랩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 방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탄소 제강기술이 탄소가성 제강기술보다 경쟁력이 높아지는 프로젝트이지만 초기 자본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정책적인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점이 고민거리이다.
◇천문학적인 투자금 정부지원 절실
아르셀로미탈은 보고서에서 새로운 제로탄소 배출기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정책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저공해 기술경쟁력이 높아질 때까지 기술과 관련된 높은 운영비용이 아르셀로미탈이 고민하는 부문이다. 결국 정부지원이 없이는 탄소제로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르셀로미탈이 녹색수소에 투자한 비용만큼 향후 10년 동안의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 이래저래 탄소 포획과 사용 및 저장(CCUS) 인프라는 대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 야망 수준은 주어진 시간에 관할권 사이에서 서로 다른 과제로 대두된다. 아르셀로미탈은 유럽 이외 지역의 기후친화적 정책도입은 유럽보다 10년 이상 늦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탄소제로 설비를 갖춘 유럽의 철강기업들이 세계 철강 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헤게모니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정 아래 아르셀로미탈은 각 소재지의 탈탄소화 진행을 ‘가속’ 또는 ‘이동’으로 지정했다. 충분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가속’을 선택했다. 아직 철강 산업에 대한 명확한 탈탄소화 정책 지원이 없는 지역의 탈탄소화 ‘가속’은 자산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미국 지역의 아르셀로미탈은 2021년과 2025년 사이에 ‘이동’한 다음 2026~2030년, 그리고 2031~2035년에 ‘가속’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아르셀로미탈의 CEO 아디티야 미탈(Aditya Mittal)은 "철강은 세계경제의 탈탄소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고, 탄소 발자국이 낮으면서도 재활용성이 높기 때문에 선택적인 소재"라며 "철강은 탄소 배출제로 건물, 인프라, 산업 및 기계 및 운송 시스템의 중추가 될 수 있으므로 아르셀로미탈은 탈탄소화에 더 많이 집중할 것"이라고 야심찬 계획을 말했다.
◇과학에 기반한 탄소배출 감축 추진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아르셀로미탈의 기후관련 단체와의 협력이다. 기업이 과학기반에 의한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SBTi와 새로운 협력을 발표한 것이다.
SBTi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UN 글로벌 콤팩트(UNGC),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 삭감을 목표로 발족한 사업이다. ‘탈 탄소화(Decarbonization)’를 목표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과학적 검증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이런 협력관계가 구축되면서 아르셀로미탈은 2년 이내에 과학 기반 목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연 세계 2위의 철강왕국이 추진하는 탈탄소화 전략은 어떤 결과물을 내 놓을지 전 세계 철강기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