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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힐로 쌓은 신뢰” 라인하트 회장 세넥스에너지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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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힐로 쌓은 신뢰” 라인하트 회장 세넥스에너지 투자

사재 출연 49.9% 매입, 포스코인터 50.1%로 경영권 확보
철광석 이어 천연자원 개발 사업으로 파트너십 확대 기대
지나 라인하트 핸콕 회장. 사진=www.ginarinehart.com.au 이미지 확대보기
지나 라인하트 핸콕 회장. 사진=www.ginarinehart.com.au
포스코 해외자원개발 사업 최대 성공 사례인 호주 로이힐(Roy Hill) 철광석 광산의 주인인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 핸콕 에너지(Hancock Energy)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수를 추진 중인 호주 천연가스 업체 세넥스에너지(Senex Energy)에 지분을 투자한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세넥스에너지의 지분 50.1%, 핸콕이 49.9%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라인하트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함으로써 포스코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상장한 소형종목 뉴스 및 정보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매체 스몰캡스는 16일(현지시간) 호주 최대 부호인 라인하트 회장이 310억 달러로 추산하는 개인 재산 대비 소액인 4억5000만 달러로 포스코와 협력해 세넥스에너지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부호 톱100 순위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2021년 통계에서는 70위에 올랐다.

스몰캡스는 “이번 거래는 자체가 흥미로운 것”이라면서 “라인하트 회장이 자신의 최대 사업인 로이힐 광산의 소액주주인 포스코와의 장기적인 사업 관계를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도 세넥스에너지 인수 합작이 라인하트 회장의 핸콕과의 신뢰가 이뤄낸 결실로, 호주내에서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친 이어 필바라 지역 광산 개발 추진


라인하트 회장은 호주를 넘어 글로벌 철광석 자원개발 산업을 주도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철광석과 인연을 맺은 것은 부친 덕분이었다. 랭 핸콕 회장은 1952년 서호주 지역 퍼스로 경비행기를 직접 조종해 필바라 지역 해머즐리 산맥 협곡을 통과하다가 붉게 녹슨 바위를 우연히 발견한다. 6개월 후 이곳을 다시 찾은 랭 회장은 수개월의 탐사 끝에 호주 정부로부터 광산 개발권을 획득하고, 1955년 그의 성을 딴 자원 전문 지주회사 핸콕 프로스펙팅을 설립했다. 회사가 확보한 이 지역 채광권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60배가 넘는 500㎢에 달했다.

랭 회장은 1970년 메이저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와 자회사 마운트 브루스 마이닝을 세워 연간 수백만t의 광석을 채굴했다. 채광에 관한 모든 것은 리오 틴토가 맡고 핸콕은 마운트 부루스 마이닝이 철광석 1t을 수출할 때마다 연간 수익의 2.5%를 영구적으로 받는다는 계약이었다.

라인하트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사업을 물려 받았다. 마운트 브루스 마이닝 사업은 그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줬다. 하지만 그에게는 늘 직접 개발을 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있었다.

필바라는 호주 철광석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개발의 흐름에서는 벗어나 있는 지역이었다. 직접 개발을 하자고 마음먹은 라인하트 회장은 2007년 리오 틴토와 합작해 호프 다운스를 설립, 광산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호프 다운스는 연간 3000만t을 생산하는 거대 광산으로, 핸콕은 매년 16억 유로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 또한 리오 틴토가 주도한 것이었다. 직접 개발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은 더욱 커졌고, 1993년부터 사업성 검토를 진행해 왔던 로이힐 프로젝트에 마음이 쏠렸다.

포스코의 투자‧지원으로 독자개발 꿈 실현


하지만 초기에 로이힐을 탐사했던 업체는 개발 가치가 없다며 공사를 반대했다. 라인하트 회장은 물러서지 않고 탐사작업을 지속했다. 때마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호주 광산업이 호재를 맞았다. 라인하트 회장은 이 기회를 살려 로이힐 탐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2010년 개발 여지가 충분한 규모의 매장량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한 고비를 넘기니 다음 문제가 찾아왔다. 로이힐이 서호주 필바라에서도 내륙 중심 쪽에 위치해 있는 광활한 초원이었던 지라, 개발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가 전무했다. 막대한 규모의 광산 개발 비용은 물론 항구까지 총 344km를 잇는 철도와 항만 투자비도 만만치 않았다. 호주 이외의 국가에서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처음 사업을 직접 주도하다 보니 걸림돌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때 나타난 기업이 포스코였다. 포스코는 2000년대 중반부터 철광석 메이저들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료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다녔다. 필바라는 호주 철광석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자 양질의 철광석이 부존되어 있는 지역이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가까워 중국 및 일본 철강사들의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이었다. 필바라 지역내 여러 신규 프로젝트를 검토하던 포스코는 최종 투자처로 로이힐 광산을 선택했다.

2009년 양사 관계자들이 처음 얼굴을 맞댔다. 위치는 달랐지만 지향하는 목표는 같다는 공감대를 얻었다. 2010년 포스코가 첫 투자를 했고, 이어 일본 마루베니 상사, 대만 차이나스틸(CSC) 등이 로이힐 프로젝트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로이힐 프로젝트의 지분율은 핸콕이 70%, 마루베니가 15%, 포스코 12.5%, CSC 2.5%였다. 라인하트 회장은 3개 투자사들에게 철광석 생산량의 50% 이상을 싼값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광산 개발의 주체는 자신이 맡을 것이며, 철광석 채광광과 처리 등 생산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길 희망했다. 포스코는 이 요구를 수용했다. 이후 로이힐 프로젝트는 한국·미국·일본 등 5개 수출신용기관과 19개 은행으로부터 72억 호주달러(약 5조 8866억 원)를 조달 받았다. 이는 광산개발 프로젝트 자금 조달로는 호주에서 최대 금액이었다.

2015년 11월 22일, 로이힐 광산에서 생산된 철광석이 처음으로 포트헤들랜드로 향하는 화물열차에 실렸다. 60년 전 이날은 라인하트 회장의 부친인 핸콕 회장이 필바다 상공을 비행하다가 철광석이 실렸다. 싣고간 철광석 10만t은 그해 12월 포트헤들렌드에서 대기중이던 선박에 선적되어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첫 수출 됐다. 이로써 핸콕은 광산 개발의 처음과 끝을 모두 갖춘 시스템과 노하우를 완벽하게 갖추게 되었다. 이는 BHP 빌리턴·리오 틴토·발레 등 메이저 원료 업체의 그늘에서 벗어나 핸콕도 독자적인 광산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로이힐 프로젝트는 지금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동 투자 발표 후 관련 종목 주가 상승


한편, 스몰캡스는 라인하트 회장의 세넥스에너지 지분 인수는 포스코와의 파트너십과 더불어 동료이자 억만장자인 앤드류 포레스크가 진행하고 있는 환경 친화적 투자수단 포트스큐 퓨처 인더스트리(Fortescue Future Industries)를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가 유효하고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있는 투자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셰일 가스를 등에 업은 미국의 원유 증산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맞대응에 더해 2019년 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국제가격이 급락해 관련 업체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관련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수하는 세넥스에너지도 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 회사는 호주 동부육 상 가스전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량은 802억 입방피트(이며 연간 19억 입방피트를 생산하고 있는데, 자금난으로 경영권을 매각했다.

지난 6개월 동안 ASX에서 거래되고 있는 중소형 석유 및 천연가스 종목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라인하트 회장의 세넥스에너지 지분 인수 소식 후 반등에 성공하는 등 시장에도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을 벗어나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요가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 공급은 제한적이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와 라인하트 회장의 투자는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