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청와대가 언급한 이집트 K9 수출 ‘불리한 조건’은 무엇?

글로벌이코노믹

청와대가 언급한 이집트 K9 수출 ‘불리한 조건’은 무엇?

한화디펜스 “2005년부터 협상 시작, 무리한 요구 없었다”면서
기술이전은 앞선 수출국에도 있었던 일, 방산 수출 트렌드 주장
국내 생산대수도 기밀사항이라면서 “수십 대” 수준 될 것
이집트와 2조원대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한화디펜스의 K9A1 자주포. 사진=한화디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집트와 2조원대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한 한화디펜스의 K9A1 자주포. 사진=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가 이집트에 총 2조 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으나, 당초 예정일에서 12일이 지나서야 최종 계약서에 서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밀사항이라면서 확인이 되지 않아 의문점을 낳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이번 계약과정에서 이집트 측이 한화디펜스에 불리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언급해 세간에서 돌고 있는 덤핑 수출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한화디펜스 모두 구체적인 계약조건 역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가, 일부 언론이 한국수출입은행이 이집트측에 대출한 돈으로 K9을 구매하도록 했다는 것고 보도하자 사실이라고 인정했고, 현지생산을 위해 기술이전을 해주는 조건이 헐값 이전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계약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한화디펜스측에 이러한 사항을 질문하니 ‘불리한 조건’은 없었으며, 협상은 원만히 진행되었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집트 정부와 K9 수출을 논의한 것은 10년 전부터였다. 그때부터 (이집트에) 직원이 상주하며 협상을 진행해 결실을 본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 기간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은 “추가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면서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K9 수출 비하인드 스토리 글에서 “대통령은 기업의 손해보다 차라리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을 택한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은 이집트 방문 기간 수출 협상에 임한 강은호 방위업사청장에게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협상에 임하지 말고, 건전하게 협상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면 방문 중 계약은 쉽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성과를 위해 기업은 훨씬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실무 협상을 진행한 한화디펜스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정부와 한화디펜스간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지난 2일 SBS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집트 정부가 한국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K9을 수입하고 일부만 아마 자체 현금으로 할 것이라면서, 이집트는 계약 대금의 20% 플러스 알파만 당장 지급하고, 나머지 80%는 수은의 대출금으로 내는 조건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계약 규모가 2조원대 이므로 이 비율을 대입하면, 이집트 정부의 직접 부담액은 4000억 원, 수은의 대출 규모는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한화디펜스측은 “수은의 대출을 계약조건에 포함하는 것은 K9이 처음이지만, 국내 다른 방산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수출을 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 등 방산기업들은 무기 등 방산물자를 수출할 때 상대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국 금융기관을 통해 구매대금을 대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후발주자이므로 판로 개척을 위한 금융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술이전 문제는 수은 대출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이슈다. 무기 수출은 초기 도입 대수는 수출업체가 생산한 것을 들여오고, 나머지 대다수는 수입국 사업장에서 현지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국이 자국 방위산업 기술력을 높이고, 고용을 늘리기위한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수출업체는 어느 정도의 기술이전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이전할 경우 수출업체가 직접 생산해 무기를 판매하는 비중을 높이거나 가격을 높이는 식으로 접근한다. 한화디펜스의 경우 터키와 폴란드, 호주, 인도와 K9을 현지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이집트와의 계약에 기술이전 조건이 들어간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한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개할 법한 데, 한화디펜스는 이 또한 세부계약 항목이라면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약 200대로 예상하는 K9 계약 물량 중 두 자리 수, 구체적으로 수십 대 정도를 한국에서 생산해 이집트에 판매한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10대부터 99대 사이에 어느 수준이 되느냐에 따라 이전을 약속한 기술 수준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생산 기술만 전수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 2009년 자주포 도입 계획을 발표했으나 계속되는 내부 혼란으로 10년 가까이 연기하다가 2017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제품을 두고 선정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집트 정부로서는 늦은 만큼 가장 많은 기술을 이전해줄 수 있는 최신형 자주포를 원했을 것임을 추측할 수 있고, 선택한 것이 K9이다.
현지 언론 브레이킹 디펜스는 2일(현지시간) “한국이 이번 수주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집트가 최근 방산 계약을 통해 추구하는 기술이전과 관련, 작년 11월 개최된 제2회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를 통해 한국측이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유연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수은 대출과 함께 기술이전이 계약성사의 결정적인 이유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계약 성격상 기밀사항이 많아 정보 접근의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연일 K9의 수출을 홍보하면서 국민 관심이 높아졌는데, 막상 계약을 체결한 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불필요한 의혹을 낳고 있다”면서 “기업이 어려우면 정부가 나서 오해를 살 만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