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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맨’ 출신 정탁 사장, 포스코 최초 계열사 출신 CEO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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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맨’ 출신 정탁 사장, 포스코 최초 계열사 출신 CEO됐다

㈜대우 시절 포스코 철강재 수출 담당 업무 경험
“포스코 직원보다 포스코 제품 더 많이 판 인물“
한가족 된 뒤 2012년 인사 교류따라 포스코 본사로
기술‧생산 중심의 포스코, 마케팅 기업으로 변신 성공
정탁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마케팅본부장). 사진=포스코이미지 확대보기
정탁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마케팅본부장). 사진=포스코
‘대우맨’ 출신 정탁 포스코 사장(마케팅본부장)이 마침내 회사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것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그룹에서 새롭게 출범한 포스코의 초대 대표이사다. 포스코 대표이사에 외부 출신, 그것도 마케팅 부문에서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파격이다.

2012년 포스코인터내셔널(전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대우)에서 포스코로 이동했을 때부터 이번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되어 왔다. 탄소강 개발‧생산 출신 기술인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전략‧기획인재들의 새롭게 부상하는 가운데에서 정 대표는 거의 유일한 마케팅 전문가다. 포스코맨이 된지 10년차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는 포스코의 어느 누구보다 더 많은 많은 포스코 제품을 국내외에 판매한 마케터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959년생인 정 부사장은 중앙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를 졸업했다. 1984년 대우그룹에 입사한 그는 주력 계열사인 ㈜대우(현 포스코 인터내셔널) 재직시절 회사의 꽃으로 불리는 철강 무역부문에서 근무했다
국내 유일의 고로(용광로) 일관제철소를 운영한 포스코는 국내 수요산업에 양질의 철강재를 공급해왔고, 수출도 많이 했다. 수출은 국내 종합무역상사들을 통해 진행하는 부문이 많았는데, 당시에는 철강제품의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수요산업 철강 구매 담당직원은 물론 종합상사 직원들 조차 포스코 철강제품을 한 개라도 더 빨리, 더 받기 위해 번호표를 끊어가면서 대기해야 만 했다.

이들 종합상사 가운데 철강 무역을 가장 많이 했던 기업이 ㈜대우였다. 고가에 판매할 수 있는 철강무역을 위해 대우인터내셔널은 철강제품 품목별로 담당 조직을 두는 등 가장 큰 부서를 운영했다. 또한 이 부서에 입사 성적 상위권인 최고인재들을 배치했다. 대우에서 철강 무역을 담당했다면 최고의 엘리트로 인정받았다.

정 대표도 철강 무역 부서 출신이었고, 담당 품목은 가장 가격이 비싸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냉연 제품이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은 이 때부터 정 대표는 포스코 제품 수출을 ‘엄청나게’ 잘했다고 한다. 제품도 잘 팔았지만, 포스코와 ㈜대우의 관계를 잘 정립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어쨌건 ㈜대우가 제품을 수출하려면 포스코로부터 안정적으로 물량을 받아야 한다.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는 만드는 쪽이 갑, 팔려는 쪽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일종의 로비영업을 잘하는 것도 철강무역 부서 직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었던 시절이다.

성과를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한 그는 2009년 대우맨의 승진 코스로 불리는 쿠알라룸푸르지사장(상무)을 맡았다가 2010년 회사가 포스코에 인수된 후 귀국해 금속본부장을 맡았다. 포스코와의 관계를 놓고봤을 때 그가 맡은 직책은 당연했다.

2년 후 정 대표는 포스코로 이동했다. 순혈주의를 깨기 위한 그룹 차원으로 추진한 인사 혁신 가운데 하나인 인사 교류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해외마케팅 실장을 맡은 그는 2014년에는 에너지조선마케팅실장(이상 상무) 등을 맡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조선‧해운업이 불황을 겪을 때 월드 베스트 제품을 앞세워 실적 향상을 이뤄냈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뒤 이듬해에는 포스코의 핵심사업으로 불리는 철강사업실장을 맡았다가 2019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대우맨’ 출신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포스코 본사 부사장에 오르면서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특히, 철강사업본부장은 포스코 내에서도 탄소강 사업 출신들이 주로 맡아왔던 요직이다. 또한 당시 인사는 포스코 그룹 차원에 추진하는 후계자 육성 및 경영자 훈련과도 관련이 있었다. 따라서 정 부사장은 향후 포스코를 책임질 CEO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정 대표는 다양한 제품 브랜드를 론칭하며, 포스코그룹에 마케팅의 중요성을 확산시켰다. 아연, 알루미늄, 마그네슘을 섞어 만든 3원계 고내식(高耐蝕) 합금도금강판 ‘포스맥, PosMAC)’, 친환경차 제품·솔루션 통합 브랜드 ‘e Autopos’, 프리미엄 강건재 브랜드 ‘이노빌트(INNOVILT)’, 친환경에너지용 강재 통합 브랜드인 ‘그린어블(Greenable)’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포스코’라는 사명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의 신뢰도를 증명할 수 있었으나, 내수시장의 경쟁체제 전환, 수입산 철강재들의 난립, 품종별 브랜드들의 출현 등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포스코소 대응책이 필요했다. 정 대표는 이러한 포스코의 고민을 풀어내며 마케팅에서도 포스코가 최고라는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사 업계 관계자는 “대우맨 시절에도 포스코 제품을 잘 팔았던 그가 포스코의 문제점도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때의 경험을 살려 포스코 내에서 해결책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 역시 최초의 기록을 세운 그는 지난 2일 김학동 부회장과 함께 포스코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되었다. 마케팅 책임자이자 CEO로서 회사 전체를 챙기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그가 포스코를 어떻게 진화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