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자에 대해 재계의 공통된 반응은 이렇다.
소위 털 것 다 털어 봤으니, 총수로서는 윤 당선자 등이 꼼꼼 숨겨두었던 어떤 것(?)을 결정적인 순간에 터뜨려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당선인 자격으로서의 첫날, 경제계에 던진 윤 당선자의 첫 제스처는 나쁘지 않다. 경제계의 숙원이었던 노동정책의 경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하고, 최저임금제 인상 속도도 조절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기업의 투자과 고용을 막는 규제철폐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는 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것으로, 재계를 대하는 윤 당선자의 솔직한 ‘속내’가 어떤 것인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재계 관계자는 “한 번 굳어진 개인의 신조는 쉽게 바뀌지 않지 않나? 재계에 대한 끊임없는 불신으로 일관해온 윤 당선자의 시각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윤 당선자는 원칙에 입각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재계를 본다고 하지만, 그의 원칙은 어쨌거나 검사의 눈에서 맞춰진 것이므로 기업인의 그것과 차이가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윤 당선자가 속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친기업 정서에 무게를 둔 보수 진영 후보의 승리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보수당이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굳이 취하지 않아도 될, 또는 대안으로 받아야 할 진보의 색깔을 그대로 이식받았다. 그러면서 보수 내에서도 반기업 정서를 앞세우는 등 ‘희석된 보수’가 됐다는 점이 부담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5년간 쌓인 대기업들의 불만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재계와 정부, 정치권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즉 가까이 하기도 멀리하기도 어려운 관계가 되었다. 굳이 정부에 잘 보일 필요가 없으니, 불똥만 안 튀게 먼저 나서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다. 속된 말로 해코지 당하기 싫어서. 정부가 기업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해코지 당하지 않기 위해 정부 눈치를 본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굽신 거리게 되는 구조가 되었다. 이런 관계를 만든 이들 중 한 명이 윤 당선자다.
기업이 전세계를 향해 뛰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정부, 국가가 기업에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기업도 정부에게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가만 놔뒀으면 좋겠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국가통치 수반이 된 윤 당선자는 재계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쨌건 지금의 경제난국을 극복하려면, 재계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의견을 나눠야 한다. CEO(최고경영자)의 입장에서 기업을 바라본다면, 의혹과 단죄로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함께 간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할 때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