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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초대형 컨선 취항 2년…코로나19 극복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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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초대형 컨선 취항 2년…코로나19 극복 ‘신의 한수’

2020년 4월 2만TEU급 세계 최대 컨선 12척 첫 취항
2021년 3월 1만6000TEU급 컨선 8척 추가해 선단 완성
코로나19 팬데믹 물류위기가 초대형 컨선에 호재로 작용
회사 선복량, 이전보다 2배 늘어난 82만TEU, 세계 8위

지난 2020년 4월 23일 명명식 후 첫 출항에 나선 HMM의 세계 최대 크기의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중 1호선인 ‘HMM 알헤시라스호’가 중국 칭다오 등을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이어 독일 함부르크항으로 입항하자 방제선으로부터 물대포 축하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HMM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0년 4월 23일 명명식 후 첫 출항에 나선 HMM의 세계 최대 크기의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중 1호선인 ‘HMM 알헤시라스호’가 중국 칭다오 등을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이어 독일 함부르크항으로 입항하자 방제선으로부터 물대포 축하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HMM
HMM이 2020년 4월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 속에 첫 취항했던 세계 최대 크기의 2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운업게에 따르면, 2년전 HMM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에 맞춰 현대상선을 지금의 사명으로 바꾸었다. 1호선인 ‘HMM 알헤시라스’를 시작으로 총 12척의 선박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로부터 인도받아 취항시켰다. 이어 이듬해 3월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한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차례로 인도받았다.
두 종류의 컨테이너선은 올해 2월에 누적 운송량이 총 300만TEU를 넘어섰다. 이때까지 2만TEU급 컨테이너선은 헤드홀 기준 68항차중 65항차를, 백홀은 59항차 중 30항차가 만선이었다.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은 헤드홀 기준 24항차 중 23항차, 백홀은 18항차 중 13항차가 만선이었다. 헤드홀(Head-hole)은 아시아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수출화물을 뜻하며, 반대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되돌아 올 때 싵는 물량은 백홀(Back-hole)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 잡아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건조계약이 늦어졌지만 인도가 빠르게 이뤄진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물류난이 가중되던 시점에 적기 투입되어 공급망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HMM 회사는 물론 대한민국 해운산업 위상을 키우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조선 도입으로 HMM의 선복량 2020년 40만여TEU에서 2배로 증가해 총 82만여TEU가 되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가 집계하는 글로벌 해운선사 순위도 9위에서 8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HMM은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아시아-구주항로에 투입해 단단한 기축항로를 구성하고, 나머지 선박을 미주, 아주 등에 적절히 전진 배치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는 회사가 가입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내 선대 확충과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에도 도움이 되었다. HMM은 역시 2020년 4월부터 디 얼라이언스의 정회원으로 참여했다. 독일 하팍로이드와 일본 ONE(일본 NYK·MOL·K Line 합병법인), 대만 양밍이 결성해 2017년 4월부터 협력을 시작했으며, 2M 얼라이언스, 오션 얼라이언스(CMA-CGM·COSCO·에버그린)와 함께 글로벌 3대 해운 동맹으로 꼽힌다.

해운동맹에 가입하면 회원사들이 당사의 선박과 노선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한정된 선박과 인적 자원을 최대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점차 세계 곳곳에서 항만 혼잡이 고조되더니, 지난해에는 전 세계가 물류 대란을 겪었고, 지금도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선원과 항만 노동자들의 감염 발생 건수가 증가했고, 주요 항구가 한시적 운영 중단을 겪으면서 물류 병목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다.

미국뿐 아니라 항만 생산성이 기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항구가 전 세계적으로 늘면서, 선사들과 해운동맹들은 사전에 계획을 통해 혼잡 영향이 예상되는 항구의 기항을 취소함우로써 서비스 생산성을 높이는 등의 합리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디 얼라이언스의 기존 회원사들은 당장 선복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회원이 된 HMM은 20척의 최신형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취항시켜 회원사들의 선복량 부족 문제를 해결함으로서 디얼라이언스가 2M과 오션 얼라이언스들과도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운항 효율성 높고 환경규제 적극 대응 가능

컨테이너선을 도입할 때는 운항 원가를 확인하기 위해 ‘슬롯 코스트(Slot Cost)’를 산정한다. 슬롯 코스트는 선박 운항 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운항비를 선적 가능한 화물량으로 나눈 것. 운임을 산정하거나 선복을 교환, 매입, 매각할 때 활용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장점은 슬롯 코스트가 저렴하다는 데 있으며, 가장 적절한 시기에 당사는 초대형선 건조계약을 맺음으로써 기본적인 선박의 원가 또한 절감할 수 있었다. 따라서 HMM은 언제라도 원가 경쟁이 발생할 수 있는 동서항로에 초대형 선박을 투입해 불황기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최근 수년 사이 친환경 기술이 향후 해운사의 지속적인 운영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대두되었다. 2020년부터 시작된 황산화물 배출 규제와 더불어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시작된다.

HMM은 이러한 환경 규제를 위기보다는 기회로 인식하고,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해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함으로써 급격한 연료비 증가에 대처하고 있다. 2020년에 건조한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은 스크러버 설치 투자비용 회수율(초저유황유 대비 고유황유 사용을 통한 연료비 절감액을 설치 투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현재 100%를 상회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2023년 마켓 내 신조선이 증가하더라도 선박 최적 속력 운항 등으로 공급과잉이 일부 해소될 수 있으리라 예측하며, 향후 선박에 대한 대체연료 사용 및 공급망 확보에 서두르고 있다.

◆2024년 1.3만TEU급 컨선 취항하면 선복량 100만TEU

한편 HMM은 구주항로의 성공을 발판으로 아시아-미주항로 운영을 더욱 최적화하기 위해 1만3000TEU급 선박 12척을 지난해 상반기에 발주했다. 회사 측은 미주항로는 시장에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항만 내 하역 생산성이 타 지역에 비해 낮다는 점과 함께 상대적으로 짧은 운항기간 등을 고려해 다양한 시뮬레이션 끝에 1만3000TEU급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발주 선박에는 스크러버 등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적용되지만, ‘항만 내 배기가스 제로(Zero Emission At Port)’ 개념으로 육상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발전기와 보일러에서 배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건조될 예정이다.

HMM은 향후에도 지속적인 선박 확충을 통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확대 및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을 지속할 예정이다. 초대형 선박뿐만 아니라 중소형 선박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등 선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인도받는 2024년 직후 HMM의 선복량은 100만에 육박해 글로벌 초대형 선사와의 규모의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시황에 따른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며, 기후변화 경감을 위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