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 사업, 사촌형제간 따로 또 같이 경영체제
최 회장의 SK, 최창원 부회장 SK디스커버리 양대축
공동경영 성과 본 만큼 두 사람의 동행은 계속될 듯
최 회장의 SK, 최창원 부회장 SK디스커버리 양대축
공동경영 성과 본 만큼 두 사람의 동행은 계속될 듯

SK그룹의 제약‧바이오(이하 바이오) 사업은 오너 일가의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철학이 녹아 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종건 창업회장의 3남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바이오라는 큰 울타리 내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개별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바이오사업의 전체 큰 그림을 구상하는 한편, 최창원 부회장은 2007년부터 SK케미칼 대표에 오른 후 바이오사업을 밀착 지원해 현재의 위상으로 키우는 데 기여하는 등 찰떡 호흡을 보이고 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바이오산업의 모든 가치사슬을 통합해 SK를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을 키워낸다는 최종 목표 추구를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SK그룹 바이오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는 SK㈜와 최창원 회장의 SK디스커버리가 양대 축을 이루어 진행하고 있다.
또한 SK팜테코는 미국의 CDMO인 AMPAC 등 5개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SK바이오팜도 미국 SK라이프 사이언스를 비롯한 4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합성의약품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SK케미칼을 필두로 SK플라즈마(혈액제제 개발)와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개발) 등 3개 사가 축을 이루고 있다.
SK그룹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어 내고 있다. 2019년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정)’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2001년 후보물질을 탐색한 지 18년 만에 거둔 성과로, 국내에서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허가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SK가 처음이다.
2020년부터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유명해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타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했다. 당시 계약을 위해 최창원 부회장이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노바백스 본사를 직접 찾아가 백신 기술 이전 담판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에 위탁생산에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5년 국내 최초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출시했고, 2016년에는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를 내놓으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현재 장티푸스 백신, 소아장염백신, 자궁경부암백신, 폐렴구균백신 등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백신 회사로 성장했다.
바이오 업계는 SK㈜측 계열사와 SK디스커버리 계열사 간의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 SK바이오팜과 SK케미칼이 변비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과민성 장 증후군 치료제 공동 개발에 나섰다가 성과를 내지 못한 뒤 양측은 공동 의약품 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사업 영역이 겹치는 분야도 거의 없으며, 최근 양측도 자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 협력이 필요한 기업 등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이들 기업을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각자도생은 최창원 부회장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의도적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바이오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바이오사업의 범위는 무한하고, 특히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 추세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확대되고 있어, 오너 한 사람이 여기에만 집중하기에도 여력이 안 될 것”이라면서 “SK그룹 바이오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 가야 할 너무 멀다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 역시 이를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사업을 키워왔는데, 공동경영의 성과를 본 만큼 두 사람의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