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 상황 속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쳐
年 수백억 이상 부담…중소 제조업체도 타격
年 수백억 이상 부담…중소 제조업체도 타격

한전이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연간 최대 수준인 ㎾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함에 따라 이달부터 전기 요금이 일제히 오른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단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구조다.
한전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1년 전력다소비 기업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삼성전자로 18.41TWh(테라와트시)로 1위, 2위는 SK하이닉스(9.21TWh), 3위 현대제철(7.04TWh), 4위 삼성디스플레이(6.78TWh), 5위 LG디스플레이(6.23TWh)의 순이었다. 이는 자체 발전으로 사용한 전력과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은 전력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
따라서, 전기요금의 영향을 받는 한전 전력 판매량을 따로 떼어 보아야 하는데, 지난해 한전의 국내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9만1333GWh(기가와트시)였다. 이 판매량을 이달 인상안으로 단순 계산하면, 국내 산업계에는 지난해에 비해 1조4567억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체로 봤을 때 매년 납부하는 전기요금 규모는 4조원이 넘는데, 전기요금이 1%p 인상될 경우 400억원 내외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조서 결과가 있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가중되면서 철강업계의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며, 전기로 업체들은 흑자 달성도 어려운 상황이다. 연초 계획한 전기요금 지출 계획을 넘어서면서 더 힘들게 됐다”고 전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드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1조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업계는 자체적인 노력으로 자체 전력을 늘리고, 절약 활동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철강과 전자 등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하는 업체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생산의 주요 요소이기 때문에 그만큼 전력 품질이 좋은 한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전자제품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데다, 전기요금 자체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24시간 공장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 업종으로서는 전기료 인상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기업보다 외부 영향에 더 큰 충격을 받는 중소업계도 전기요금 인상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러 제조업 가운데 특히 성가공·주조·열처리·표면처리·용접·금형 등 주력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종은 영세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생산 원가에 대한 부담이 급증하면서 연쇄적인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기요금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15.5다. 전기요금을 1% 인상할 때 소비자물가가 0.0155%포인트 오른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 ‘최근 물가 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전체 기업의 69%는 제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산업 성격에 따라 원가 부담을 제품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하반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끼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정유 등 업종의 기업은 글로벌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며, 생산비용 등을 감안해 최종 제품가격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