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글로벌이코노믹이 제품과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주요 제조업 기업의 재고 현황을 살펴본 결과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재고자산 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대폭 증가한 기업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각각 약 10조2100억원, 10조3900억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재고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양사는 2020년 말까지 각각 7조원대, 6조원대였다가 1년여 만에 이같이 증가했다.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재고자산은 약 1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원대(약 10조2500억원)를 돌파한 뒤 1년 만에 6조원 가까이 늘었다.
현대자동차는 2016년부터 매년 10조원대의 재고자산이 집계되었다가 올 1분기에는 약 12조2900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약 6조9300억원), LG디스플레이(약 4조2300억원), LG에너지솔루션(약 4조8100억원), 삼성SDI(약 2조6300억원) 등도 재고자산이 1년 사이에 증가한 기업에 속했다.
‘재고자산’은 유동자산 중 상품이나 제품과 같이 재고 조사를 통해 실재의 현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통상 제조업체는 적정 수준의 재고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필요 이상의 재고를 쌓아두면 자본이 묶이게 되고, 늘어난 재고를 관리할 공간과 인력도 필요하다. 재고 관련 보험 비용도 커진다. 매출 원가에서 재고자산 비중이 커지면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며,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경우 폐기 비용 부담도 크다. “재고가 쌓일수록 기업에는 죄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 경기 사이클 상황에서 보면 최근 1년 사이 국내 기업의 재고자산 급증은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시 생산(Just In Time)’ 체제를 운용해왔다가 코로나19로 공급망이 단절돼 완제품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가능할 때 많이 재고를 비축하는 ’비상 대비(Just In Case)‘ 전략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말쯤 공급망 부족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자 기업들은 다시 적시 생산 체제로 돌아설지를 검토했다. 하지만 또 다시 벌어질지 모를 재고 부족으로 인한 생산 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비상대비 체제를 고수하는 쪽을 선택했고, 이 같은 분위기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외 경쟁사에 비해 생산이 차질을 빚지 않은 덕분에 국내 제조업체들은 2분기 실적까지 대체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원자재 수출 중단 등으로 인해 공급망 불안정에 위협을 느낀 국내 기업들이 핵심 재고를 적정량 대비 수배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하반기 급격한 경기하락으로 재고자산을 적시에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폐기물(부채)로 분류될 수 있어 긴장감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