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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칩4' 불이익보단 수혜 더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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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칩4' 불이익보단 수혜 더 클 듯"

협력 여부, 사실상 한국에는 선택의 여지 없어
중국 보복 가능성 적지만 변수 조심해야 할 것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칩4(CHIP4)'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7일 내달 초로 예정된 4개국(한국·미국·일본·대만) 예비회의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칩4는 4개국이 동맹국 간 안정적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반도체 관련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한국이 칩4에 참여하냐 안 하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바라봤다.

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에 대해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요구하는 협력 수준을 모르는 단계인데 '동맹'을 구체화하고 정부가 입장을 선을 그어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미국과의 협력 관계는 사실상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은 소비시장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생산을 못 하는 상황에선 소비시장도 의미가 없다"며 "미국의 원천기술이 없고 미국이 제재를 가하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에 사실상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바라봤다.

증권사 관계자도 "우리나라엔 사실 선택권이 없고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큰 가이드라인은 미국이 정하는데 역학 구조상 우리나라가 (그 가이드라인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며 "아직 미국이 원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결정하기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나와야 대응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한국에 선택권은 없지만, 칩4 참여는 반도체 산업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 차원에서)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하는 데에 있어서 칩4가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며 "(미국에 협력 시)크게 이득을 얻는다기보단 미국의 공급망에 속해져 (미국과의 관계가) 유지가 된다는 정도다"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협력 관계를 구축한 역사가 없다. 부분적으로 일본의 소재 장비를 이용한 적은 있지만, 반도체 생산 부분에 있어서 메모리 반도체 경쟁 관계였고 파운드리의 경우 대만과 경쟁을 하지 않다가 최근에 들어가게 되면서 오히려 대만과 경쟁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며 "미국 주도로 이러한 경쟁 관계들이 협력 구도로 변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등이 대만, 일본 등으로 해외 진출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관계자 역시 "미국과 중국이 갈라선다는 가정 아래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게 된다면 중국 반도체 굴기는 힘들어진다"며 "한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 들어와 경쟁이 심화된다는 것인데 중국이 배제되면 중장기적으로 경쟁자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긍정적인 시각을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나쁠 수 있다. 중국 반발이 거세져 한국, 대만, 일본에 제재를 가하면 과거 사드 사태처럼 중국 소비자들 내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순수 테크 기준에선 한국 기업의 중국 판매 비중이 작아서 중국 시장을 잃는 것보다 글로벌 시장에 중국 플레이어가 못 들어오는 게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불참 시 미국 관련해 불이익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나 SK하이닉스는 대미투자를 크게 약속한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기업에 대한 혜택을 인텔이나 TSMC 못지않게 받아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불참 시 미국 고객사나 공급망 등 부분에서 한국 기업들에 불리해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칩4 참여를 하더라도 중국이 보복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낮다고 보았다.

김 연구원은 "극단적으로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협력 수준이 아주 낮고 중국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이번 협의체가 구성되는 정도라면 사실 중국이 보복할 거리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단절해서 보복을 당한다는 등의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이 반도체 자체 제작, 생산을 거의 못하고 있고 YMTC가 생산한다지만 첨단 제품에 채용될 수준은 아니다"며 "결국, 중국이 자국 전자산업에는 우리나라 반도체를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반도체 수입을 금지한다든지 반도체 소재 가격을 높이는 등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것은 결국 중국 산업에도 영향이 가기에 보복할 수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증권사 관계자도 "중국 보복은 실제로 과거 사례가 있다. 과거 미중관계가 나빠졌을 때 중국이 희토류 등 자원 수출을 금지했다"며 "그 당시 중국이 희토류를 시장 95%를 점유하면서 제일 큰 이슈였다. 하지만 최근 다른 국가에서도 많이 생산하고 중국이 60%대로 떨어진 상황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다고 해서 과거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고 보복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현재 중국으로 판매되는 한국 IT제품은 많지 않기에 안 팔려도 영향도 적을 것이다. (단적인 예시로) 중국 샤오미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0%가 넘는데 규제를 받게 돼 해외에 판매를 못 하게 되면 삼성전자는 수혜를 입게 된다"며 "그러나 섹터마다 수혜와 피해 부분은 갈릴 수 있어 총칭해서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선 "중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받는 것이 세제 혜택밖에 없는데 세제혜택이 없어진다면 안 좋기야 하겠지만 어마어마한 피해는 아닐 것이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가 소재, 부품 등에서 중국의존도가 높으므로 보복을 중국이 하겠다면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할지 모른다"며 "올 초 겪었던 요소수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를 찾아봐야 한다. 중국의 히든카드를 지금 상황에선 알기 어렵지만 빨리 찾아야 한다"고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강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중국과의 관계는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며 "한국이 메모리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미국 마이크론은 메모리를 중국에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 상황에서 한국에 제재를 가하면 중국 자국의 손해다. 메모리 부분을 가지고 정부가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연구위원은 "이번 쟁점은 메모리보단 파운드리가 될 것이다"며 "미국이 지금 중국 SMIC가 14나노까지 했고 7나노까지 한다는 중국 기술에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미국으로선 아직 차이가 크게 나는 메모리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중국 기술이 점차 격차를 줄이고 있기에 더 견제하고 싶을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강 연구위원은 "한일규제로 중국이 그동안 혜택을 많이 봤다. 한국이 일본 대신 중국으로 수주를 했기에 앞으론 일본과의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며 "한국이 그동안 반도체 들어가는 많은 원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해서 현재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측면에선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많은 일본 기업들의 최대 고객사는 삼성전자인데 그동안 한일관계가 좋지 않아 어려웠다. 칩4에 들어가면 이러한 한일기업의 어려움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 바라봤다.

강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의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기에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보면서도 "태양광, LCD 등 많은 분야가 이미 중국이 저가 공세로 위험하기에 (반도체 부문도) 중국에 넘어가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고 우려하며 "중국은 현재 반도체 소부장 내재화를 70%로 목표로 하고 있어 국내 기술과 인력을 빼앗아가려 하는 것을 (한국)정부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차원에서의 준비해야 할 전략에 대해선 김 연구원은 "기업이 별도로 대응할 순 없겠지만 (만약) 미국과 중국이 계속해서 분쟁이 있다면 '탈중국'을 고려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데 3~4년이 걸리고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인프라가 형성돼 있어야 하고 고급인력도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당장 충당할 수 있는 국가가 있을까(의문이다). 대체국가의 선택폭이 좁다"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