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사면 이후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서 이 부회장의 소속인 ‘삼성전자’를 빼고 ‘이재용 부회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날 삼성이 발표한 추석 경기 활성화 지원 대책 자료에서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자'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상생 비전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과의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라고 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비전을 발표 자료에 기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후 고 삼성은 발표 자료에 총수의 경영철학을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발표할 내용에서도 이 부회장의 설명이 자주 등장할 것임을 예측게 한다.
미등기임원이긴 하지만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진 가운데 한 명이고, 사면 직전까지는 소속을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작지만 지나칠 수 없는 변화다. 그동안 그의 경영관을 따라 삼성이 노력하고 있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새롭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는 언론과 여론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울타리를 넘어 삼성 전체를 대표하는 총수라는 인식하게 하려는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회장 승진을 통해 삼성의 실질적인 대표에서 ‘공식적인’ 총수로 등극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우, 삼성은 처음에는 삼성그룹 회장이라고 했다가 경영일선에서 잠시 물러난 뒤 복귀하면서 삼성전자 회장 타이틀임에도 삼성 회장이라고 했다. 계열사의 경영진이라는 공식 직함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삼성의 총수임을 강조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에게도 이와 비슷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을 ‘삼성 부회장’이라고 표기하지 않고 있다. 경영에 복귀했지만 책임 경영을 공식화하는 등기임원 선임이 없이 소속과 직책이 그대로이고,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과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삼성’ 타이틀을 달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물론 삼성 측은 모든 것을 함구하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 이미지 메이킹 작업 흐름을 보면 ‘이재용 삼성 회장’으로 부르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채명석 산업부장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