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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케미칼 질주 가로막는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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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케미칼 질주 가로막는 두 가지

합작사 여천NCC의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가능성
크레이튼 인수로 부채비율 급증 '재무부담' 커져

DL케미칼의 주요 생산시설(사진)은 여수산업단지에 있다. 사진=DL케미칼이미지 확대보기
DL케미칼의 주요 생산시설(사진)은 여수산업단지에 있다. 사진=DL케미칼
DL케미칼이 글로벌 화학사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업계 1위인 LG화학 출신 임원들을 적극 영입하며 내실을 다지는 한편 미국의 대형 석유화학회사 크레이튼(Kraton)을 인수해 외적으로도 몸집을 불렸다. 이로써 오는 2025년까지 세계 20위권 진입 목표 달성을 위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업계의 이견이 없다. 옛 대림산업 석유화학부문이 물적분할해 출범한지 2년여 만이다.

DL케미칼은 목표 달성까지 앞으로 주력할 방침은 기존 사업 고도화, 친환경 중심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사업 육성이다. 안정적 수익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원료 폴리에틸렌(PE)과 접착제·윤활유에 쓰이는 폴리부텐(PB)이 DL케미칼의 주력 사업이나, 자회사로 인수한 크레이튼과 카리플렉스(Cariflex)를 통해 폴리머, 바이오케미칼 등이 새로운 수익 개선의 창구가 됐다.
변수는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지분 공동 투자로 설립된 합작사 여천NCC의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가능성, 크레이튼 인수에 따른 재무부담이 DL케미칼의 불안요소로 꼽힌다. 물론 회사 측에선 여천NCC 생산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이 없다, 재무건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문제는 도의적 책임과 급증한 부채비율이다.

도마 위에 오른 여천NCC 사고는 지난 2월11일 전남 여수에 위치한 3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열교환기 폭발로 현장 근무자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이로써 여천NCC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법 위반 혐의 관련 수사를 받는 세 번째 기업이 됐다. 공동대표이사인 최금안.김재율 대표는 현재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대표 취임 전 각각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대림산업 사장을 역임했다.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여천NCC의 대주주이나, 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은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은 사고 발생 회사에만 적용되기 때문. 하지만 여론의 따가운 눈총은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여천NCC에선 2001년 수소가스 폭발(1명 사망, 1명 중상), 2006년 냉매 오일 유출(2명 중화상), 2008년 가스누출로 인한 화재(2명 부상) 등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부채비율도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공개된 NICE신용평가의 '2022년 그룹분석보고서(6월 말 기준)'에 따르면 DL그룹의 부채비율(130.1%)과 순차입금 의존도(15.8%)가 지난해 말 대비 높아진 데 대해 유화 부문의 차입금 확대 때문으로 분석했다. 크레이튼 인수를 위해 약 1조88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면서 유화 부문의 순차입금이 약 4조원으로, 부채비율은 229.0%로 뛰었다는 것이다. 인수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DL케미칼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크레이튼 인수 당시 쏟아졌던 기대 전망은 한풀 꺾였다. 다만 크레이튼이 세계 주요 시장에서 폴리머 생산공장 13개와 바이오케미칼 관련 R&D(연구·개발)센터 5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 폴리머 사업의 주력 제품인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가 미국·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 바이오케미칼 관련 8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DL케미칼의 성장 동력으로 평가된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