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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리더십-7] “전부는 안돼…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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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리더십-7] “전부는 안돼…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삼성 회장 이재용의 ‘뉴 삼성 리더십’ ⑦
노력해도 1등 어려운 사업은 타 기업에 넘기고
최고 오를 수 있는 분야에 모든 역량 집중 키로
M&A 소극적이던 삼성, 역동적 기업으로 전환 중
금융 어떻게 정리하는가에 미래 모습 달라질 듯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 등이 시작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 등이 시작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에는 삼성 ‘전자’와 삼성 ‘후자’가 있다는 소문 들으셨죠?”

지난 2008년 삼성전자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 전무로 근무하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이 회사의 한 고위임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가 알고 있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화학 계열사를 팔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화학 사업이 잘되고 있을 때였는데 왜 팔아야 하는지 의아해했다.

이 부회장은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며 당위성을 설명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독일 바스프(BASF)였다. 1865년 설립된 바스프는 1900년 세계 최대 화학업체로 부상한 뒤 지금까지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수천 종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스프를 어느 업체도 따라 잡을 수 없는 난공불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임원은 “이 부회장은 ‘일본은 전 세계 인류와 관련된 모든 산업과 사업에서 글로벌 1~2위를 하는 데 유일하게 못 따라간 게 석유화학과 제약 부문이다. 글로벌 1위 회사가 워낙 강하다. 삼성이 모든 역량을 다 쏟아 부어도 석유화학은 바스프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따라가도 안 되는 것에 집착하느니, 그나마 모든 것을 걸면 글로벌 1등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전자·IT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의 삼성이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이 인수·합병(M&A) 및 매각이다. 삼성 ‘전자’와 삼성 ‘후자’에 이어 삼성 ‘팔자’와 삼성 ‘팔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M&A는 숨가쁘게 전개됐다.

비주력기업과 ‘아름다운 이별’


삼성은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석유화학 및 방산부분을 팔았고, 2015년 하반기에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두 건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삼성은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방위산업 계열사 또한 한화그룹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방산 계열사 매각도 오랜 시간 고민해 왔다고 한다. 삼성은 소비재를 파는 회사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가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팔면 장기적으로 소비재가 성공을 거둬도 무기 사업하는 회사라는 비난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재용식 뉴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은 ‘삼성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라는 게 핵심이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이후 이뤄진 탓에 이 부회장이 독단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일부의 비난도 있으나, 이미 10년에 가까운 시간 전부터 전문경영인들과 토론을 거친 후 결과를 이 회장이 쓰러지기 전에 이미 보고했고, 이 회장이 승인도 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또 하나 역점을 둔 것은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삼성 이라는 울타리 내에서는 석유화학·방산 계열사들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으나 이들 기업들은 이미 국내 1~2위이자 글로벌 상위권에 속한다. 매각이 경영 부실 문제 때문은 전혀 아니었다. 미래를 내다봤을 때 이들이 누구와 함께 했을 때 더 큰 도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가장 유력한 파트너가 한화와 롯데였다고 한다. 화약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한화는 방산사업의 외형을 더욱 키우고 싶어 했고,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 시너지를 높이고자 했다. 롯데도 유통에 이은 신성장 사업으로 석유화학을 선정한 상황이었다. 이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삼성을 떠난 계열사들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주요 계열사로 자리 매김했다.

사업구조조정은 비주력 계열사에 그치지 않았다. 2016년에는 프린팅사업과 해외업체 지분 등을 모두 매각하고 각 계열사의 조직 효율화를 추구하는 강도 높은 사업재편을 추진했으며, 전자 계열사들도 조직개편 및 인력 재배치 등의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하만 등 공격적 M&A 전략 주춤


이 부회장의 진가는 M&A에서 드러났다.

2010년대 초반까지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M&A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7~2013년 기간 18건에 불과했던 M&A는 2014~2016년에만 11개 기업을 새식구로 맞아 들였다. 특히, 2016년 11월 세계 1위 전장기업인 미국 하만(HARMAN)을 80억 달러에 인수했다는 발표는 이 부회장의 M&A 전략의 정점을 찍었다. 이는 금액 기준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하만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사업팀을 새로 출범하며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새 먹거리로 내세웠다. 삼성이 생산하는 반도체와 소재를 사용하는 부품업체를 인수해 여기에 납품을 하면 간접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관련 사업에 경험이 거의 없다는 약점도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갖춘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M&A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고, 하만 인수를 통해 이 분야의 큰 손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부회장과 삼성에 닥친 각종 문제들 때문에 4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애플과 구글 등이 공세에 나서고 있는 점과 비교해도 미래를 내다본 투자에서 삼성이 불리한 여건에 놓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금융 계열사 향방은 어디로?


이 부회장의 다음 구조개편 대상은 어디가 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삼성과 재계에서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계열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금융에 대한 세세한 부분은 모른다고 인정했으나 큰 그림으로 놓고 봤을 땐 금융도 아무리 잘해봐야 삼성이 1등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이 부회장은 금융 계열사 사장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해나가야 할지, 미래는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융합의 측면에서 비금융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 지에 대한 해답을 금융 계열사들이 도출해 달라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약 915조원 가운데 495조원에 달하는 삼성의 자산총액 가운데 금융사는 약 495조원으로 절반을 웃돌았다. 금융 사업 부문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뉴 삼성’과 삼성의 지배구조는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