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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후법' 추진으로 배터리 사업 부문에 수십억 달러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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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후법' 추진으로 배터리 사업 부문에 수십억 달러 유입

20개 기업에 28억 달러 보조금 지급

미국 노스캐롤라니아주 개스톤 카운티 벨몬트에 있는 리튬생산기업 리벤트 처리 공장 안내 표지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노스캐롤라니아주 개스톤 카운티 벨몬트에 있는 리튬생산기업 리벤트 처리 공장 안내 표지판. 사진=로이터
지금처럼 해외로부터의 더 저렴한 리튬 수입 경쟁에서 밀려나기 전까지 지난 세기의 대부분 동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는 세계의 대부분 리튬을 공급했다. 이제 그 지역으로 다시 대규모 투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화학그룹 리벤트(Livent)는 이번 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베세머 시티에 있는 수산화리튬 정제소 확장 공사를 완료했다. 이 프로젝트는 10여년 만에 전기자동차 리튬 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화합물의 미국 내 생산 능력을 처음으로 증가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리튬이 임박한 투자 유입의 수혜자인 배터리 공급망의 유일한 부분은 아니다. 미국이 전기차 생태계를 처음부터 구축하고 중국에서 시장 지배력을 떨어뜨리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흑연 공장과 코발트 정제소부터 기가 배터리 공장까지 모든 분야에 돈이 쏟아지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로 모션(Rho Motion)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두 배 이상 증가하여 거의 2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업들은 앞으로 EV 시장 호황 속에서 사업 기회의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 전체 차량 판매의 50%가 전기차가 되기를 원한다. 바이든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면서 제조업 일자리 활성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 낮추기 등 일석삼조의 목표 달성을 전망하면서 미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미국에서 가장 큰 기후 법안에 서명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에서 광산, 가공 시설, 배터리 및 전기차 공장을 개발하는 기업에 유리한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에 따르면 이 법이 제정된 이후 기업들이 약 13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미국 배터리 공급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코웬의 애널리스트들은 이 법안의 결과로 향후 10년 동안 910억 달러 이상이 배터리 산업에 투입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빈슨과 엘킨스의 M&A 및 자본시장 실무책임자인 사라 모건은 "이전에는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국내 제조업을 고려했던 것과 달리 좋은 금융상황 덕분에 이제는 국내 제조업이 다른 어떤 곳보다 잠재적으로 더 매력적인 곳이 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EV 배터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다른 조치들도 취했다. 지난해 통과된 초당적 인프라법에 따라 미국은 약 20개 기업에 28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 리튬 정제소부터 흑연 생산 공장까지 모든 공장 건설을 지원했다. 정부는 이것이 민간 부문 펀드와 결합할 때 총 9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 공급망 업체이자 화학그룹인 솔베이(Solvay) 일함 카드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위한 시간이 왔다"며 멕시코 기업인 오르비아와 8억5000만 달러 공동 투자를 지난 4일 발표했다. 이 중 1억7800만 달러는 미 에너지산업부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그녀는 2026년까지 조지아에 북미 최대 생산 규모의 폴리비닐리덴 플루오라이드(PVDF) 공장을 건설해 완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물질은 배터리의 리튬 이온 바인더 및 분리막 코팅으로 사용되어 미국이 현지 배터리 공급망 지원에 있어서 유럽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 국내 일자리 창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주도 등 중국과의 경쟁에서 그린 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리튬·코발트·흑연 정제 능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코웬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에서는 양극재 용량의 75%, 음극재 용량의 85%, 셀 제조 용량의 73%를 중국이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조 바이든은 지난달 "불공정한 보조금과 무역 관행으로 미국 제조업체를 깎아내리며 중국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커다란 길로 경기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과감한 목표와 행동으로 그것을 되찾아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개발자인 에볼루션 에너지(EVolution Energy)는 코발트에 대한 미국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27년까지 국내 EV 생산 수요의 40%를 충족할 수 있는 1억5000만~2억 달러 규모의 정유소를 애리조나주에 건설하고 있으며 글로벌 상품 무역회사인 트라피구라(Trafigura)가 공급할 예정이다.

트라피구라의 니켈과 코발트 거래 책임자인 소크라테스 이코노모우(Socrates Economou)는 "자동차 한 대당 7500달러의 전액 보조금으로 전기자동차 100만대 분에 해당하는 75억 달러의 세금 공제 자금이 자동차 회사와 그 공급업체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가시적인 영향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초기 성명에서 미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강조한다. 그 법안은 러시아나 중국 공급망을 거치지 않은 부품이나 정제된 제품에 보상해 주는 것이다. 서방 국가에서 훨씬 더 많은 정제 능력이 온라인으로 제공될 것이지만 2~3년 내에는 실현되기 쉽지 않다. 이 법에 따른 원자재와 부품 국내 소싱 규정은 EU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과의 무역 긴장을 촉발하고 있다. EU는 세금 공제가 세계무역기구 규정을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었더라도 충분한 수요의 순수한 힘만으로 그 섹터에 돈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투자 결정은 이미 4년 전에 내려졌다"며 리벤트의 그레이브스 회장은 말했다. 그는 "시장 지원을 위해 관여하기 시작한 미국 정부의 노력보다 앞서 있었다"고 덧붙였다.

코웬에 따르면 미국은 IRA 세액공제 종료 기간인 2031년까지 연간 920기가와트(GW)의 배터리 제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기가 공장들도 그때까지 총 1186GWh의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5153GWh의 용량으로 시장을 주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에만 338GWh의 미국 배터리 신규 제조능력이 발표됐는데, 이는 지난 4년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시골 마을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스파크즈의 산지브 말호트라 최고경영자는 IRA와 인프라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황소 뿔을 움켜쥐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의 지도적 위상 확보에는 불과 향후 3~5년밖에 남지 않았다. 만약 미국이 배터리를 중국에 계속 의존한다면, 중국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