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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의 선택과 집중' LG그룹 전자계열사, 사업재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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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의 선택과 집중' LG그룹 전자계열사, 사업재편 가속화

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과감한 사업재편 통해 미래먹거리 주도권 잡기 나서

LG그룹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LG그룹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 사진=뉴시스
LG그룹 전자계열사들이 차세대 기술과 미래먹거리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내년 업황 악화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차세대 기술과 미래먹거리를 전면에 내세워 기대수익을 높이면서도 시장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전략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달 초 진행된 정기 인사와 후속인사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업재편에 착수했다. 특히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관련 계열사들이 사업재편에 공격적인 모습이다. 업체간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진 사업부문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미래먹거리 및 차세대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사업재편을 추진 중이다.
LG그룹의 맏형인 LG전자는 내년 자동차 전장(전기장치)사업과 부품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조주완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성장성과 잠재력이 높은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확보하자"고 밝힌 사업이 바로 '자동차 전장사업'였던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LG전자의 자동차전장사업부문은 지난 2분기 사업진출 최초로 흑자전환했다. 수주잔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LG전자의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 전장사업부문 뿐 아니라 VS사업본부를 대표하는 사업이 될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TV사업부문(HE사업본부)을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진행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장 부문 출신 승진자가 대거 쏟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LG전자가 2015년 공개한 EVS 플랫폼.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가 2015년 공개한 EVS 플랫폼. 사진=LG전자


LG전자는 이에 내년 전장사업부문에 더욱 힘을 집중할 계획이다.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부 산하에 'VS오퍼레이션그룹'을 설치해 통합 관리를 담당할 계획이다. VS오퍼레이션그룹은 전장 사업과 관련된 구매·생산·공급망관리(SCM) 등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재편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 경쟁격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사양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이달 말 경기도 파주 P7공장의 LCD TV패널 생산을 중단한다. LCD TV패널은 향후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만 생산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가 국내 LCD 패널 생산을 종료한 배경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패널을 초저가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패널 가격하락이 하락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인해 재고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생산종료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사업의 종료를 결정한 LG디스플레이는 향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손꼽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 집중할 전략이다. 특히 수요증가세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중소형 OLED 패널이 공략 대상으로 거론된다.

전자부품 전문 계열사인 LG이노텍도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을 시작했다. 내년 1조6563억원을 이미지센서(광학부품)에 투자키로 결정한 것이다.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사업본부는 3분기 기준 10조33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중이다. 회사 매출의 약 80%를 광학솔루션 사업본부에서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LG이노텍의 이미지센서가 장착된 애플 아이폰 14프로. 사진=애플이미지 확대보기
LG이노텍의 이미지센서가 장착된 애플 아이폰 14프로. 사진=애플

LG이노텍이 이미지센서 분야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해당 사업분야의 성장세가 눈부실 정도로 높아서다. 특히 내년부터는 애플에 납품하게 될 잠망경 형태의 폴디드줌 이미지센서를 상당부분 LG이노텍이 맡게 된다. 이에 따라 평균판매단가의 상승이 기대된다.

테슬라라는 새로운 공급처의 등장도 LG이노텍의 사업재편을 부채질했다. 테슬라는 라이다(LiDAR) 대신 카메라 중심의 자율주행을 연구중이다. 전장용 카메라 모듈 수주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그룹 전자계열사들이 기존에 강점을 보여왔던 사업분야에서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악화가 예상되는 사업부문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경쟁력이 높은 분야와 미래먹거리에 관련된 사업분야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실적 및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하반기 업황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급격한 변화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