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나란히 "올해 투자 축소는 없다"고 공언했다. 오히려 두 사람은 지난해보다 올해 투자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공세적인 자세를 취해 주목 받았다.
한 부회장은 "예상한 바는 아니지만,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올해 경기 상황도 썩 좋지 않아 올 1분기도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좋은 기대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 투자 감축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 부회장은 "(시설투자 감축계획은) 아직 공식 발표한 적도 없으며,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지난해 1월 CES에서 밝혔던 대형 인수합병에 관련해서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M&A를 많이 하려고 추진 중이며 잘 진행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분야인 로봇산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로봇산업은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으로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연내 EX1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21년 로봇과 인공지능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뒤 지난해부터 로봇사업화 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으며, 지난 6일에는 로봇 개발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58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LG전자 역시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주완 사장은 CES 2023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 투자 축소 계획은 없다"고 확언했다. 그는 "제품 생산지를 변동할 가능성은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스마트팩토리 구축 관련 투자는 지난해 더 늘어날 것이며, 전장사업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먼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관련 "지난해 매출액은 두자릿수로 성장했지만, 손익은 시장 예상처럼 전년 대비 나빠진 것 같다"며 "외부적 요인에서 비용적 측면의 악재들은 올해 들어 해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분기부터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지난 2019년 구광모 회장이 '고객경험'을 첫번째 경영전략으로 선언한 후 다양한 신기술을 통해 가전 사업의 영역을 확장 중이다. 올해에는 LG스마트TV를 구동하는 독자 운영체제 웹OS를 앞세워 콘텐츠와 서비스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사업진출 10년만인 지난해 2분기부터 흑자전환을 시작한 전장사업부문은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80조원 규모의 전장사업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 솔루션 분야까지 사업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격적인 사업전략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경쟁업체들인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대부분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와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인한 금융경색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투자계획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되려 공격적인 모습으로 투자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자들인 글로벌기업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쉬어가는 것과 달리, 오히려 공세적인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한 초격차 전략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산업의 트렌드를 견인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