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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수출 증가하자 운반선 수주 급증한 中 조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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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수출 증가하자 운반선 수주 급증한 中 조선업계

2022년 자동차 운반서 213만CGT 수주…점유율 88.7%
건조기술 최적화 작업 집중…16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
車 생태계 확장하자 주변 사업도 성장, 한국 비중 미비

지난 2010년 6월 28일 중국 장쑤성 난퉁 지역에 소재한 조선소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PCTC) 명명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0년 6월 28일 중국 장쑤성 난퉁 지역에 소재한 조선소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PCTC) 명명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주도로 서방국가들이 동참해 글로벌 공급망 패싱 위협이 심화되고 있으나 중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비중은 급감하고 있다. 중국의 이웃국이자 상위 교역국인 한국이 미국 정책에 맞춰 중국을 포기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지난해부터 조선‧해운업계에 선박 발주와 건조가 증가하며 10여년 만에 호황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중국 조선업계가 사실상 시장을 석권한 선종이 있다. 자동차운반선(PCTC)이다.

28일 중국 선박 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조선업계의 PCTC 신규 수주량은 21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발주량의 88.7%에 해당한다.

PCTC 대부분이 자국 해운업체로부터 수주한 점도 눈에 띈다. 중국 관영 광명일보(光明日报) 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 로컬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 요구가 강해지면서 PCTC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해운시장에서 차량운반선은 용선료가 비싸서 글로벌 물류업체에 물류를 맡기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해운업체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PCTC를 동시다발적으로 발주했는데, 주문은 이미 2026년도 물량이 찬 상태다.

중국 최대 조선소인 중국 선박 집단 유한 공사(CSSC) 광저우 조선소의 경우 여객선 건조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PCTC 생산‧건조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수주액이 70억위안(1조2754억7000만원)을 넘어셨다.

저우 쉬후이(Zhou Xuhui) CSSC 광저우 조선소 국제 부총괄 매니저는 “우리는 이러한 추세를 보고 시장 변화를 포착했으며, 지난해까지 총 19척의 PCTC를 수주해 이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PCTC는 기계적인 복잡성이 높고 긴 시운전 주기로 인해 다른 선박 유형과는 다른 방식으로 건설된다. 이에 많은 조선업체가 건조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CSSC 광저우 조선소는 현재 평균 112개의 유연한 리프트 갑판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건조 기간이 18개월에서 16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건조기술 진화를 일으킨 PCTC 수주 급증은 결국 실어 나를 제품(자동차)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자국 내 풍부한 수요에 맞추기 위해 내수 시장에 집중하다가 공급이 초과하고 기술이 발전하자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이에 맞춰 완성차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승용차 판매량 2356만대로 8년 연속 2000만대를 상회했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지난 25일 발표한 ‘2022년 중국 자동차 글로벌 시장 수출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출은 311만대로 독일(261만대)을 누루고 세계 2위에 등극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 차 수출은 68만대로 한국을 제치고 3위에 올랐고, 2022년 5월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 모델 상위 10개 중 7개가 중국 모델이다.

전기차 판매‧수출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의 차량용 배터리 생산량, 판매량, 탑재량은 각각 545.9GWh, 465.5GWh, 294.6GWh로 전년 대비 148.5%, 150.3%, 90.7% 급증해 세계 1위 배터리 생산국가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미국의 글로벌공급망 재편으로 중국 패싱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중국의 자동차 생태계는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중국의 자동차 수출 러시 상황에서 현지 진출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비중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내수 시장 점유율은 1%로 축소됐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도 로컬업체의 물량 공세에 고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PCTC와 같은 특정 용도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지만, 국내 수요는 한계가 있어 수주를 거의 못 하는 상황”이라면서, “여전히 수출물량이 많은 중국을 포기하는데 능사인지, 제조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