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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반도체 부활 꿈꾸는 일본, 정부·산업계·학계 똘똑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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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반도체 부활 꿈꾸는 일본, 정부·산업계·학계 똘똑 뭉쳤다

일본은 지정학적 변화와 반도체 기술의 진화를 등에 업고 반도체 왕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은 지정학적 변화와 반도체 기술의 진화를 등에 업고 반도체 왕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일본은 4차 산업혁명과 재세계화 과정에서 미·중 기술경쟁의 핵심 분야인 반도체 산업 부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때 세계 최고의 기술과 품질을 자랑하다 명맥만 경우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부흥하기 위해 총리부터 기업, 대학까지 모두가 나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2023년 4월, 일본을 중심으로 약 20개 반도체 관련 기업의 핵심 인사들이 딜로이트 도마츠 컨설팅 본사에 모여 일본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주요 참석 기업은 엔비디아, SMBC 닛코 증권, 키옥시아, 교토 반도체, JS 펀데리, 도시바, 일본전신전화, 히타치, 히로세 전기 머큐리아, 인베스트먼트, 마블 재팬, 맥니카, 르네사스였다.

이들은 일본에 반도체 부흥의 순풍이 불고 있으며, 이 기회를 살려 반도체 전력 부활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진단과 대응 방안 제시는 경산성과 자민당, 반도체 기업들도 공유하는 부분이고 경쟁자이자 협력 관계인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준다.

◇세미나에서 나온 주요 사안들


지난 40년 동안 일본 반도체 산업은 극심한 어려움의 지속이었고, 다시는 과거 영광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패배감이 만연했다.

이제 지정학적 변화와 반도체 산업 기술의 혁명적 변화로 다시 일본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며, 이를 위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의 국제 협력과 서로의 강점을 활용한 신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일본의 기반 강화를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획기적인 변화 전개


이번의 변화는 일시적인 수요 증가가 아니라 반도체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주요 혁명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런 지각 변동을 촉발한 것은 ‘지정학적 변화’와 ‘반도체 기술의 극적인 진화’라고 보았다.

‘지정학적 환경 변화’는 미·중 관계 악화에 대응해 2020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규제로 보았다. 가장 큰 영향은 2022년 8월에 제정된 칩스법이다. 향후 10년 동안 중국의 반도체 제조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조치였다.

효과적 제한의 결과로 세계화 과정에 구축된 반도체 공급망에 재편이 나타나고 반도체 제조 기지가 중국과 대만에서 미국과 일본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변화는 반도체 기술의 극적인 진화다. 소형화 기술의 전환, 후공정의 고부가가치화, 실리콘 이외 신소재의 부상, 반도체 설계 AI의 진화, 일본의 강점 부각이다.

반도체가 인쇄회로기판에 새겨지는 기존 서비스와 후공정의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세트 제조업체가 반도체 설계 분야로 진출하는 등의 새로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 회사가 무역 회사 및 세트 제조업체와 같은 영역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소형화가 진행되고 트랜지스터 구조 자체가 변화함에 따라, 프론트 엔드 프로세스와 백엔드 프로세스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이처럼 밸류 체인의 변화가 잇달아 일어나게 되면 여러 기업의 협업과 공동창조 관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반도체 회사가 AI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고, 물류·운영의 디지털화에 따라 산업 구조가 변화할 수도 있다. 변화는 기존의 확장이 아닌 새로운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경쟁력의 관건이 될 수 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강점과 혁신


일본의 반도체 기업과 조직이 지각 변동으로 인한 변화에서 다시 경쟁력을 복원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우선 비관론 극복이라고 보았다. 일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신감 부족 극복이 이뤄져야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는 일본의 강점을 주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입장이다. 일본 반도체의 세계 점유율은 8%에 불과하지만, 일반 전자부품 시장(2500억 달러)에서 점유율은 43%로 그 존재감이 상당하며 일본 도움 없이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자기기는 일본의 전자부품과 소부장과 연결된다. 향후 국가 안보, 공급망,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일본과 협력이 중요하다.

향후 일본 전자산업이 주목할 미래 산업으로는 메타버스, 지속 가능 발전 목표, 차세대 자동차, 로봇을 포함한 산업 장비라고 보았다. 이는 반도체 산업과 필수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는 데이터 처리의 양과 속도가 크게 다르다. D램(PC, 스마트폰, 디지털 가전 등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메모리) 대신 M램(자기 기록 메모리)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미국과 일본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어 반도체 산업이 다시 일본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일본 반도체 산업 부흥에 유리한 지점이다. 새로운 요구가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는 것이다.

일본의 반도체 부흥 전략의 핵심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연결과 기업과 조직 협업구축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하는 것이다.

도쿄대학 대학원 공학과 교수인 구로다 타다히로는 “낚시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수한 도구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더 많은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곳이 되면 더 나은 혁신이 탄생할 것이라는 뜻이다.

구체적 실행 전략은 “미·일, 대만 협력을 통한 일본과의 소형화 기술 보완”과 “일본과 소재·제조 설비·인재의 고도화”이다. 일본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제조의 허브가 되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인재 양성을 위해 전국 10개 대학·전문대학, 100개 기업과 산학 연계 창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첨단 반도체 기술 인재 50배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 산학계와 협력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