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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리서치] ‘광복절 특사’ 이중근‧박찬구‧이호진‧이장한 심기일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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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리서치] ‘광복절 특사’ 이중근‧박찬구‧이호진‧이장한 심기일전해야

기업가가 되기 위한 낭인‧투병‧투옥 생활 등 세 가지 시련 겪어
경영일선 복귀 의지 강해, 미래 투자 계획 직접 진두지휘할 듯
과거의 오점 되풀이하지 않도록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 서울 특파원 출신인 야마자키 가쓰히코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발간한 ‘크게 보고 멀리 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기업인이 기업가로 완성되려면 세 가지 일을 경험해야 한다. 하나는 오랜 낭인 생활이요, 두 번째는 오랜 투병 생활이며, 세 번째는 오랜 투옥 생활이다. 세 가지 모두 경험하고 극복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인물이다. 적어도 셋 중 하나를 겪지 않고는 기업가 축에 끼지 못한다.”

야마자키는 이 말이 사업 세계는 늘 해답이 숫자로 나오지 않으며 속임수나 거짓이 통하지 않는 엄격한 세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궤변을 늘어놓고 자기 자랑에 날밤을 새우면서도 실행이 따르지 않는 정치가나 줏대 없이 세상과 권력에 아첨해 인기를 얻으려는 곡학아세(曲學阿世) 학자들과는 기업가가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세 가지 시련을 통해 인생의 온갖 쓴맛과 단맛을 보지 않고는 사업 세계에서 대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업가의 세계는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특사는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중근 부영그룹 전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대기업 총수를 포함해 12명이 본업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본인 스스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어쨌건 이들은 잘못에 관한 법의 심판을 받았고, 투옥 생활도 했다.
야마자키는 책 속에 투옥된 기업가의 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자유를 빼앗기고 일정한 공간에 갇히면 일상이 단조로워지고 시간의 흐름도 더뎌진다. 심리적으로는 어떤 벌을 받을 것이며 가족은 얼마나 엄청난 굴욕을 당할 것인가 하는 불안감과 무력감에 큰 타격을 받는다. 이때 그 상황에 짓눌려 자신감을 잃고 나약한 인간이 될 것인가. 아니면 상황을 지배하고 정신을 단련해 앞으로 살아갈 지혜와 에너지를 비축할 것인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 차이는 매우 크기 때문에 감옥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들 총수는 투옥과 활동 제약을 받은 기간을 지내면서 어떤 교훈을 얻었고,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마음을 잡았을지 궁금하다. 특사 직후 발표 내용을 보면, 기업가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한 모습이 엿보인다.

부영그룹은 “국민의 주거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본업에 더 집중하며 경제를 살리는 데 이바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태광그룹은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각 그룹 차원에서 미리 발표했거나 마련해둔 대규모 투자계획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중근 전 회장과 이호진 전 회장은 조만간 경영 일선에 복귀해 투자계획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까지 취업이 제한된 박찬구 명예회장은 금호석화그룹은 장남 박준경 금호석화 사장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만큼 3세 경영체제의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재계 차원에서 총수가 주도하는 책임경영 강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평온한 시기에 찾아오는 위기가 진짜 위기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대내외 불안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짜 위기다”라면서 “그룹마다 창업‧선대 회장이 기업을 키우면서 치른 위기 극복 노하우가 절실한 상황에서 총수들의 현역 복귀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총수들이 그동안 얻은 경험을 잊고 또다시 과오를 저지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흴 것”이라고 당부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